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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수호천사는 무지개
글쓴이 : 김동현 (수호천사 무역유한공사)
수호천사가 정말 있을까?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오월 어느 날 일이다
강원도 춘천 땜 공사중인 이 시절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춘천땜 위 일남 이라는 곳에서 골재를 채취하여 공사중인 춘천땜 아래로 내려 보내는 일을 하시고 있었다 일남 이라는 동네는 화천 아래 사창리 사방거리 38교 그 아래 작은 동네이며 지금은 춘천 땜 수위에 잠겨버린 작은동네다 일남에서 신동까지 산중턱에 8키로가 넘는 시뻘건 군사도로가 융물스럽게 구비구비 나아있어 어쩌다가 차량이 지나가면 붉은 진흙 먼지가 구름처럼 뭉실거려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은 춘천시내 소양로에 있었고 나는 옆집 아줌마가 돌봐주시어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토요일이면 의례히 부모님이 게시는 일남으로 책가방을 들고가 부모님과 함께 지내다 월요일 아침이면 일남에서 학교로 곧장 등교를 하곤 하였다
월요일 아침 이날도 학교 늦지 말라고 어머니는 새벽 밥을 해주셨다
나는 아침 식사를 하고
굽이굽이 꼬부라진 군사도로를 헉헉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기진맥진하여 산중턱에 올라오니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비쳐오는데 건너편 춘천땜 공사장 위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예쁜 무지개 아주 선명하게 커다랗게 떠있는 것이 아닌가?
우와~!
이렇게 가까이서 무지개를 보는 건 처음 이였다 혼자 감탄사를 연발하며 신기해 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산중턱 바로 앞에는 작은 아카시아나무 숲들인데 하얀 아카시아 꽃들이 아침이슬을 흠뻑 머금고 건드리기만 하면 와르르 솟아질 듯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것도 눈에 보였다
주의를 보니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넓죽한 돌멩이가 보였다 나는 아카시아 꽃을 한 송이 따서 입에 넣어 오물오물 거리며 책가방을 가슴에 안고 돌멩이에 앉아 넋을 잃고 신기한 무지개를 또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지개 속에서 이리와~! 이리와~! 손짓하며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년 전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 이였다 아침 첫 시간 전에 신나게 뛰어 노는 광경 이였다
고무줄 놀이하는 여자아이들 고무줄을 끈어서 도망가는 개구쟁이들 공놀이를 하면서 자기한테 달라고 소리 지르는 아이 신이 나서 뛰어 놀고 있는데 때마침 선생님이 지나 가시자 모두들 선생님을 향하여 안녕하세요~ 하고 일제히 인사를 하는 것 이였다
애~! 학교 늦어~! 어데선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작 놀라 소리 나는 곳을 보니 하얀 옷을 입은 할머니가 지팡이를 집고 산 등선 왼 쪽으로 돌아가시면서 소리를 지르신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무지개 속에 빠져들어 자고 있었던 것이다
에고~ 정말 학교 늦었네~
나는 벌떡 일어나 구부러진 산등선 아래를 향하여 뛰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아니 앞쪽은 해가 비추는데 뒤쪽은 아직도 안개가 끼어있네 혼자 말로 씩씩거리며 신동 버스정류장을 향하여 힘차게 뛰고 있는데 저만큼 버스가 오더니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이 가믈가믈 보이는 것이었다 죽을힘을 다해서 뛰었다
아~정말
무정하게도 버스는 나를 기다려 주질 않는구나
잠깐이면 되는데~ 원망스러웠다
헉헉~숨을 몰아 쉬고 있는데 내 앞에서도 나랑 똑 같은 1학년 학생이 헉헉~거리며 버스를 원망하고 있지 않는가
첫차를 타야 하는데 헉헉~!
“너는 춘중(춘천중학교)이구나? 나는 성수(성수중학교)야”
우리는 같은 동지가 된 기분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곧바로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신이 나서 조잘거리기 시작하였다
얼마를 가는데 갑자기 꽈광~! 꽝~! 우르릉~쾅쾅~! 꽈르르~!
이른 아침 공기를 가르며 요란한 대포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아이고 전쟁이 일어난 모양이네~ “
어느 아저씨가 눈이 뚱그래서 한마디 하셨다
“옆에 아줌마도 아이고 빨갱이 놈들이 또 쳐들어 오는가 보네 이 일을 어쪄어~”
전쟁이 일어나면 엄마한테 가야지 학교는 가면 뭐하지?
겁에 질려 놀란 토끼마냥 우리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눈치를 살피는데
버스가 성산약수터 아래에 도달할 무렵 누군가가 손을 흔들며 버스를 세웠다
바로 전 버스가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고 증언을 한다
아 그래서 그토록 대포 터지는 소리가 들렸구나!
“여기 낭떠러지는 100미터도 넘는데”
“에고 이제 대동운수 망했네” 어느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우리가 탄 버스는 한참을 돌아서 강 아래 사고지점 근처에 도착하였다 휴지처럼 구겨져있는 버스가 보였고 버스 앞부분은 강가에 콕 쳐박혀 있었다
아저씨들은 여러 시체들을 우리가탄 버스 안에 싣고 시내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하였다 잘하면 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우리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흉측한 모습에 사뭇 겁에 질려 숨도 못 쉬고 있었다
운전수 아저씨와 다른 아저씨들은 도립병원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여의치 않아서인지 다른 적십자병원으로 향했다 그곳도 여의치 않나 보다 또 다른 병원을 향하고 5군데나 지나서 마지막 봉의산 중턱 성심여대 어데인지 검붉은 시체를 내려 놓았다
비로소 우리를 본 운전수 아저씨 찌그러진 얼굴로
“아니 이놈들아 너의들은 학교안가고 아직도 여기 있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신다
“내려줘야 가지요~뭐~!” 우리 인상도 아저씨랑 똑같이 찌그러져 있었다
“빨리 학교에가 늦어도 한참 늦었어 이놈들아”
“아휴~!”
우리 둘은 그 먼 봉의산 중턱에서 터벅터벅 걸어서 산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도청을 오른쪽으로 끼고 시내를 향하여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도시는 쥐 죽은 듯 조용하고 거리는 한산하여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서 앞을 지나 제일극장 앞에 도달했을 때 재미난 영화 포스터가 눈에 보였다
시시덕거리고 한참을 구경 하면서 포스터에 붙은 유명한 배우 이름들을 손으로 꾹꾹 찍어대며 황정순 최무룡 김진규 황해 박노식 엄앵란 독고성등 줄줄이 외웠다 나는 친구에게 저번 주에 본영화 “두만강아 잘 있거라” 를 신나게 자랑하며 대사까지 똑같이 따라 흉내를 내며 아주 리얼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놈들아 너희들 학교 안가? 어데학교야? 농땡이치고~!”
헉~!
제일극장 기도 보는 아저씨가 나오시더니 소리를 지르신다
아차~!
“야~ 잘가~ 그래 잘가아~”
우리는 학교를 향하여 뛰기 시작했다
헉헉~! 거리며 학교 운동장에 도달하니
3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 이였다 교실로 향하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이 다가오시더니 쓰신 안경이 째져라 나를 바라보시고 계신 게 아니신가
으악~!
“저어~선생님~”
겁에질린 나는 지각한 이유를 말하려고 정리하는 순간
“야아~이놈 봐라~!
“너 이리와” 나의 왼쪽 손목을 힘차게 잡으시고 교무실을 향하여 재빠르게 쏜살같이 질주 하시는데 얼마나 힘이 세신지 잡힌 손목이 아파왔다
아~ 이제 지각한 죄로 단단히 혼나는 모양이다~ 울상이 되여 버렸다
교무실에 들어선 순간
엄마가 눈앞에 보였다
엄마는 교무실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여 머리는 흩어지고 마치 실성했다고 놀려댄 어느 아줌마랑 같은 모습으로 넋을 잃고 통곡을 하시다가 나를 바라보시는데 그 눈빛이 감히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엄마가 분명하자나~ 이게 왠 일이지? 왜 여기에 엄마가~! 또 겁에 질려 중얼거리는 순간
엄마는 갑자기 내 팔을 땅겨 바닥에 주저앉히며
“아이고~이놈이 귀신이 되여 돌아왔네~ 아이고 어머니~이 아이고 어머니~이” 귀신이 되여 돌아왔네요~ 아이고 오오오~ 나는 어떻게 살라고~오오
계속해서 곡인지 창인지 모르는 곡조로 외할머니를 부르시며 내 어깨를 마구마구 두들겨 패면서 통곡을 하시는 것이다
나는 너무 아파서 울상이 돼버렸고 무슨 일이 크게 벌어진 것을 그제서야 직감하였다
엄마는 학교에 늦지 말라고 새벽밥을 해 주셨기에 분명이 첫차에 탔다고 생각하셨고 내가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으니 분명 죽었다고 믿고 있었으며 아버지는 나의 시체를 찾으러 이 병원 저 병원 바쁘게 다니고 계신단다
안도의 한숨에서인지 계속 귀신이 되서 돌아왔다고 통곡을 하시는 어머니를 떼어 말리셨고 나는 교실로 향하였다
나는 첫차에 타지 못했던 이유를 누구한테도 설명하지 못했다
이 전설 같은 일들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었다
정말 내 말을 믿어줄까? 아니야 나를 바보로 알 거야
무지개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는 것
이말 조차도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후 나는 “학교에 가다가 농땡이를 쳐서 살아남은 놈”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희귀한 별명으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 내가 생각해도 제일 적합한 별명인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어머니는 밤을 까시다가 문득 나에게 물으셨다
동현아~
“옜날 일남에서 엄마가 늦지 말라고 새벽밥 해줬지? 그때 왜 첫버스에 타지 못했니?”
“그때 생각나남?”
당연히 기억나는 일이다
엄마도 그때의 의문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비로서 그때 첫버스에 타지 못했던 이유를 자세히 정말 리얼하게 설명해 드렸다
무지개와 아카시아 꽃 따먹고 잠들었던일 사람이라곤 있을 수 없는 그 자리에 하얀 옷 입으신 할머니가 깨워주신일 그리고 끔찍한 시체들 병원 극장앞 버스에 같이탔던 그아이 그아이도 나랑같은 생각할까? 등등
믿거나 말거나 ㅋㅋㅋ
나는 멋쩍어하며 속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행여나 엄마는 이 말을 믿으실지도 몰라 우리 엄마니까 히히히~
말을 끝내고 어머니 눈치를 빠꼼 살피고 있는데
어머니는 활짝 웃는 모습으로 말하셨다
“그려 무지개가 너를 지켜 줬구먼”
“그때 엄마는 네가 귀신이 되어 돌아온 줄 알았어”
우하하 하하~!!!!!
엄마와 난
한바탕 웃어버렸다
그 후~엄마의 기도 속에서
엄마의 일생에서 최고의 축복의 날이 바로 이날 인 것을 알았습니다
요즘은 무지개 보기 힘들죠? 지금도 무지개만 보면
어린 시절 오월 이날이 생각납니다.
노아가 방주에서 나올 때
찬란한 무지개가 떠서 노아를 맞이 하였다고 합니다 이때 바라본 무지개가 인간으로서는 최초로 바라본 무지개였으며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축복”을 의미 한다고 합니다^^
첫댓글 고향이 춘천이신가 보네요...저도 고향이 춘천 입니다....저는 소양로 옆에 호반동 살았고요....대선배님을 여기서 뵙네요...반갑습니다....
고향 후배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춘천고등학교 출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