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대 해변
하재연 세상에 없는 돌을 찾으러 떠난다고 그 돌의 이름은 인해석이라고 부드러운 유선의 형태로 사라져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다가 나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살을 감아올리듯 깨어날 순간을 놓쳐 버리고는 아득하게 꿈이 덮친 잠의 바깥으로 밀려난다 내가 갖지 못하는 거짓말 반짝거리는 너의 꼬리 날아오르는 우산을 쥐면 우리 함께 읽던 메리 포핀스처럼 태풍의 한가운데 너의 부풀어 오르는 치마 검은 륙색에서는 노랑 보라 빨강 풍선들이 하나씩 하늘로 상승하다 아마도 터져버리겠지 사람에게 일생동안 꺼내 쓸 말의 단지 같은 것이 있다면 너는 몇 번이나 얕은 바닥을 깨트리고 엉엉 우는 아이처럼 마음 아파했을 텐데 그리고 내 눈물을 포말로 부서뜨리는 너의 가벼운 웃음 인 해 석 네가 찾으러 갔던 돌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모래 위에 적고 파도가 쓸어 가는 것을 본다 구름 사이 내리쬐는 순간의 빛 주운 돌 속 깊이 뚫려 있는 것이 있었다 —월간 《現代文學》 2024년 3월호 ---------------------- 하재연 / 1975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