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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후독(先貞後櫝)
처음에는 곧게 살다가 나중에는 더럽게 된다.
先 : 먼저 선(儿/4)
貞 : 곧을 정(貝/2)
後 : 뒤 후(彳/6)
櫝 : 더럽힐 독(木/15)
고려(高麗) 말 공민왕(恭愍王)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나라 선비들은 이상하다. 벼슬에 등용(登用)되기 전에는 온갖 바른 말을 하다가 벼슬에 등용되고 나서는 이미 벼슬하고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닮아 가니”.
기대를 걸고서 초야(草野)의 선비를 등용했을 때, 그들이 초야의 선비로 있을 때는 이상적(理想的)인 건의를 담은 상소(上疏)를 하다가, 일단 등용되고 부터는 벼슬아치들이 걷던 길을 그대로 걸어가는 당시 지식인들의 행태(行態)를 개탄한 것이다.
대학생 때는, 이상을 갖고서 정의(正義)를 부르짖으며. 독재정권에 저항하여 시위에 참여하고, 자기의 그런 뜻을 담은 글을 발표하기도 하여 사람들로부터 정의의 투사로 추앙을 받게 된다. 독재정권이 물러나고 이른바 민주화 인사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 투쟁의 경력이 인정되어 요직에 발탁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어떤 일을 맡아 진지하게 처리해 본 경험이 없이, 그저 마이크 들고 군중 선동하는 데만 능하기 때문에, 어떤 요직에 발탁되었을 때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마치 모택동(毛澤東)을 따르던 공산당 혁명가들은, 대부분 가난한 농촌 출신들로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드물었기에, 국민당(國民黨) 정부에 달려들고 전쟁하는 데는 능했지만, 막상 중국을 차지하자 행정능력이 있는 사람은 주은래(周恩來), 등소평(鄧小平) 등을 빼고는 거의 없었던 것과 같은 결과다.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본인의 능력문제니까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상을 갖고 정의를 부르짖던 사람들이, 결국에는 자기들이 그렇게 타도의 대상으로 삼던 이전 정권의 부정부패마저 그대로 따라한다는 데, 많은 백성들은 아예 말문이 막힌다. 지연(地緣), 학연(學緣)에 따른 인사, 낙하산 인사, 뇌물수수(賂物授受), 이권개입 등등 좋지 않은 일을 그대로 답습한다. 진정으로 국가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정치가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국민들은 날이 갈수록 정치에 관심이 없다. “이 당이나 저 당이나,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결국은 패거리 지어 정권을 자기 손에 넣어 권력을 부리려고 할 뿐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19년 독립선언서(獨立宣言書)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나중에 변절(變節)하여 일본의 앞잡이나 밀정(密偵)이 된 사람이 있고, 파리장서(巴里長書)에 서명한 유림대표(儒林代表) 137인 가운데도 일본에 항복하여 창씨개명(創氏改名) 등을 한 사람도 있다.
처음에는 잘하다가 나중에 변절하여 역사에 더러운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처음에 잘못하다가 나중에 잘하는 사람보다 훨씬 못하다. 처음의 곧은 마음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德目)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1995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1472달러를 달성하면서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홍콩은 1987년, 싱가포르 1989년, 타이완이 1992년에 1만 달러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늦은 감도 있지만, 이를 통해 한국은 아시아의 4룡(龍)으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추세를 몰아 그 이듬해인 1996년에는 선진국들의 협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 불과 10여년 후인 2007년에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다. 더불어 국내 몇몇 기업은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훌쩍 컸다.
그러나 최근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고 있다. 한때 바로 코앞에 와 있는 것만 같았던 국민소득 4만 달러는 구호로만 남았다. 이른바 성장통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성장통은 비단 국가의 경제성장 과정뿐만 아니라, 기업과 개개인의 성장 과정에서도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더 크기 위해서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만 한다. 기업들이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차별적인 제품으로 중무장을 했더라도 급격한 성장을 한 뒤에는 일정 기간 정체기를 맞기 마련이다.
놀라운 성적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운동선수도 2년차 징크스라 불리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지구촌에 즐거운 한류 붐을 불러 일으켰던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도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타이틀 하에 '젠틀맨'을 발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전의 흥행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성장통을 쉽게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사실 그 답은 무척 간단하다. 바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세상에 성공을 위한 왕도란 없다. 있다면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가슴 뛰던 출발의 순간이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던 날, 군대에서 전역하던 날, 첫 출근을 하던 날, 결혼식장에 들어서던 날, 처음 자신의 가게 문을 열던 날처럼 가슴 설레던 그 순간의 결연했던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 또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은 기본을 돌아보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과 자주 비교되는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실력이 뛰어난 골퍼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느 날 갑자기 샷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장기간 슬럼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는 게 아니다. 더 좋은 장비를 구입하는 것도 아니다. 기본기를 다시 점검하는 게 최선이다. 그립은 제대로 잡고 있는지, 임팩트 순간에 고개는 들지 않는지, 하체는 흔들리지 않고 잘 고정되어 있는지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바로잡아 나간다면 곧 예전의 실력을 되찾을 수 있다.
음식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식재료를 쓰고 위생적으로 조리해야 한다. 이게 음식점의 기본이다. 음식 맛의 8할은 재료다. 재료가 좋으면 굳이 여러 가지 양념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 기본에서 성패가 갈린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아시아 주요 10개국 가운데 9위에 지나지 않는 데다 내년 전망치(3.9%) 역시 10개국 중 꼴찌다. 한국경제가 아시아의 용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하지만 지난 60여년의 한국경제 발전사가 시련 극복의 연속이지 않았던가. 전쟁의 상흔을 이겨내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대한민국의 초심을 잊지 않고 되살려야 할 때다.
처음 그날을 떠올려 보자. 무엇인가 간절하게 원하는 목표가 있었고, 다시 하라면 못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해서 그 목표를 성취했던 초심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하자.
초심을 잃지 말자
옛날 어느 나라의 왕이 우연히 목동을 만나게 되었는데 목동의 됨됨이가 매우 성실한 것을 알고는 그를 왕궁으로 데려왔다. 왕이 데려온 목동은 모든 일에 충성스러웠고, 이를 매우 흡족해한 왕은 그를 왕궁의 재산 관리인으로 세우게 되었다.
일개 목동이 재산관리인의 자리에 까지 오르게 되자 신하들은 그를 질투하기 시작했고, 목동의 흠을 잡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살펴보게 되었다. 그런데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목동이었지만 가끔씩 왕궁 꼭대기에 있는 창고에 아무도 모르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신하들은 목동이 왕의 재물을 창고로 빼돌리는 것이 확실하다고 여기고 왕에게 창고를 조사해 보라고 청했다. 왕은 신하들의 청을 받아들여 창고를 조사했는데 금은보화가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창고에는 조끼 한 벌과 장화 한 켤레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를 보고받은 왕은 목동을 불러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목동은 "폐하, 저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폐하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제 마음이 높아지려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폐하의 부름을 받기 전 제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었던 조끼와 장화를 보면서 폐하의 은혜를 생각하고는 했습니다"고 말했다.
만약 목동이 초심을 잃고 더 많은 재산을 모으기 위해 그를 질투하던 신하들의 예측대로 왕의 재물을 빼돌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가 그 동안 누려왔던 것들을 하루 아침에 잃고 말았을 것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보았던 조끼 한 벌과 장화 한 켤레는 결국 목동에 대한 왕의 신임을 더욱 두텁게 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초심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살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더 큰 욕심이 생기게 되고, 불평불만을 늘어놓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은 가게에서부터 시작해 프랜차이즈를 낼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어느 순간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문을 닫게 되는 일을 듣게 될 때가 있다. 이것 역시 그 원인을 따져가다 보면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잃고 너무 무리하게 매장을 확장하거나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값이 싼 저급 재료를 사용해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초심은 매우 중요하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뭐든 열심히 배우고 성취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느 정도 직장생활에 익숙해 지면 자기 자신과 타협하며, 현재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
그 밖에도 일을 하다 보면 슬럼프가 오기도 하는데 슬럼프를 예방하고,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한 처방이 바로 초심이다. 앞서 본 목동의 이야기처럼 가끔씩 자신이 일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처음의 마음가짐을 되새겨 보고 지금의 나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된 나를 만들고 싶다면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를 한번 만들어 보자.
▶️ 先(먼저 선)은 ❶회의문자로 之(지; 가다)와 어진사람인발(儿; 사람의 다리 모양)部의 합자(合字)이다. 어진사람인발(儿)部는 본디 人(인)과 같은 글자이지만 이 모양이 아래에 붙는 글자는 그 위에 쓰는 자형(字形)이 나타내는 말의 기능을 강조하여, 앞으로 나아가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先자는 '먼저'나 '미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先자는 牛(소 우)자와 儿(어진사람 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先자의 갑골문을 보면 본래는 牛자가 아닌 止(발 지)자와 儿자가 결합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사람보다 발이 앞서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先자는 '먼저'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소전에서는 止자가 牛자로 잘 못 옮겨졌다. 소전에서의 牛자와 止자가 서로 비슷하여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先(선)은 (1)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이어 앞선 먼저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이어 돌아 간의 뜻을 나타내는 말 (3)바닥이나 장기, 고누, 윷놀이 따위에서 맨 처음에 상대편보다 먼저 두는 일, 또는 그 사람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먼저, 미리 ②옛날, 이전 ③앞, 처음, 첫째 ④돌아가신 이, 죽은 아버지 ⑤선구(先驅), 앞선 사람 ⑥조상(祖上) ⑦형수(兄嫂) ⑧앞서다, 뛰어넘다, 이끌다 ⑨나아가다, 앞으로 가다 ⑩높이다, 중(重)히 여기다, 뛰어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앞 전(前)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뒤 후(後)이다. 용례로는 할아버지 이상의 조상을 선조(先祖), 학교나 직장을 먼저 거친 사람 또는 나이나 학식 등이 자기보다 많거나 나은 사람을 선배(先輩), 남의 앞에 서서 인도함 또는 앞장서서 안내함을 선도(先導), 나라를 위하여 싸우다가 죽은 열사를 선열(先烈), 맨 앞이나 첫머리를 선두(先頭), 먼저와 나중을 선후(先後),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을 선산(先山), 다른 문제보다 먼저 해결함 또는 결정함을 선결(先決), 맨 먼저 주창함을 선창(先唱), 선수를 써서 자기에게 이롭도록 먼저 상대방의 행동을 견제함을 선제(先制), 다른 일에 앞서 행함 또는 앞서 행한 행위를 선행(先行), 어떤 임무나 직무 등을 먼저 맡음 또는 그 사람을 선임(先任), 먼저 약속함 또는 그 약속을 선약(先約), 남보다 앞서서 먼저 차지함을 선점(先占), 맨 앞장을 선봉(先鋒), 남보다 앞서 길을 떠나감을 선발(先發), 차례에서의 먼저를 선차(先次), 세상 물정에 대하여 남보다 먼저 깨달음을 선각(先覺), 무엇보다도 먼저를 우선(于先), 다른 것 보다 앞섬을 우선(優先), 남보다 앞서 함을 솔선(率先), 앞장서서 인도함을 수선(帥先), 앞서기를 다툼을 쟁선(爭先), 선조의 덕업을 받듦을 봉선(奉先),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두는 바둑을 상선(相先), 실력이 비금비금한 사람끼리 두는 바둑을 호선(互先),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뜻으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남보다 앞서 하면 유리함을 이르는 말을 선즉제인(先則制人), 사보다 공을 앞세움이란 뜻으로 사사로운 일이나 이익보다 공익을 앞세움을 일컫는 말을 선공후사(先公後私), 소문을 미리 퍼뜨려 남의 기세를 꺾음 또는 먼저 큰소리를 질러 남의 기세를 꺾음을 일컫는 말을 선성탈인(先聲奪人), 근심할 일은 남보다 먼저 근심하고 즐길 일은 남보다 나중에 즐긴다는 뜻으로 지사志士나 인인仁人의 마음씨를 일컫는 말을 선우후락(先憂後樂),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라는 뜻으로 장래를 미리 예측하는 날카로운 견식을 두고 이르는 말을 선견지명(先見之明), 먼저 들은 이야기에 따른 고정관념으로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선입지어(先入之語), 먼저 예의를 배우고 나중에 학문을 배우라는 말을 선례후학(先禮後學), 먼저 의를 따르고 후에 이익을 생각한다는 말을 선의후리(先義後利), 다른 사람의 일보다 자기의 일에 우선 성실해야 한다는 말을 선기후인(先己後人), 먼저 앓아 본 사람이 의원이라는 뜻으로 경험 있는 사람이 남을 인도할 수 있다는 말을 선병자의(先病者醫), 선인의 행위를 들어 후학을 가르침을 일컫는 말을 선행후교(先行後敎), 꽃이 먼저 피고 나중에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딸을 먼저 낳은 다음에 아들을 낳음을 이르는 말을 선화후과(先花後果), 먼저 곽외郭隗부터 시작하라는 뜻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말한 사람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선시어외(先始於隗) 등에 쓰인다.
▶️ 貞(곧을 정)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卜(복; 점친다)과 음(音)을 나타내는 鼎(정)의 생략형(省略形)인 세발 솥 모양의 글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점치며 물음의 뜻인데 음(音)을 빌어 '바르다', '정하다' 따위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貞자는 '곧다'나 '충정하다', '지조가 굳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貞자는 貝(조개 패)자와 卜(점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貞자에 쓰인 貝자는 鼎(솥 정)자가 잘못 쓰인 것이다. 솥은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것이다. 여기에 卜자가 결합한 貞자는 본래 '점을 치다'는 뜻으로 만들어졌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도 貞자에 대해 "貞은 점으로 묻는 것이다(貞,卜問也)"고 풀이하고 있다. 고대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길흉(吉凶)을 물었고 이때는 올곧은 마음으로 임해야 했다. 그래서 貞자는 본래 '점을 치다'는 뜻으로 만들어졌었지만, 후에 '곧다'나 '지조가 굳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갑골문에서는 卜자가 없는 형태였다. 그래서 貞(정)은 ①곧다 ②지조가 굳다 ③마음이 곧바르다 ④충정하다(忠正--: 충실하고 옳바르다) ⑤점치다(占--) ⑥정절(貞節) ⑦정조(貞操) ⑧곧 바름 ⑨성심(誠心: 정성스러운 마음) ⑩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곧을 직(直) 등이다. 용례로는 여자의 행실이 곱고 마음씨가 맑음을 정숙(貞淑), 마음이 곧고 명민함을 정민(貞敏), 굳은 마음과 변하지 않는 절개를 정절(貞節), 굳고 곧음을 정직(貞直), 정조가 굳고 행실이 결백함을 정결(貞潔), 여자의 행실이나 지조가 곧고 매움을 정렬(貞烈), 사철을 통하여 잎의 빛깔이 변하지 아니하는 나무를 정목(貞木), 현철하고 정조가 곧은 아내를 정부(貞婦), 동정을 잃음을 실정(失貞), 부부가 서로의 정조를 지키지 않아 행실이 조촐하지 못함을 부정(不貞), 충성스럽고 절개가 곧음을 충정(忠貞), 꿋꿋하고 바름을 견정(堅貞), 아직 이성과 성적 접촉이 없음 또는 그 사람 흔히 남자를 일컬음을 동정(童貞), 역학에서 말하는 천도의 네 원리라는 뜻으로 첫째 사물의 근본 되는 원리 둘째 만물이 처음 생겨나서 자라고 삶을 이루고 완성함을 일컫는 말을 원형이정(元亨利貞), 얼음처럼 곧고 옥처럼 깨끗하다는 뜻으로 흠이 없이 깨끗한 절개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빙정옥결(氷貞玉潔), 생각하여 정함을 일컫는 말을 고정단일(孤貞單一), 여자는 정조를 굳게 지키고 행실을 단정하게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여모정렬(女慕貞烈), 나이가 젊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마음이 올바르고 침착함을 일컫는 말을 요요정정(夭夭貞靜), 부녀가 인품이 높아 매우 얌전하고 점잖음을 일컫는 말을 유한정정(幽閑靜貞) 등에 쓰인다.
▶️ 後(뒤 후/임금 후)는 ❶회의문자로 后(후)는 간자(簡字)이다. 발걸음(彳; 걷다, 자축거리다)을 조금씩(문자의 오른쪽 윗부분) 내딛으며 뒤처져(夂; 머뭇거림, 뒤져 옴) 오니 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後자는 '뒤'나 '뒤떨어지다', '뒤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後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幺(작을 요)자, 夂(뒤져서 올 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後자는 족쇄를 찬 노예가 길을 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後자를 보면 족쇄에 묶인 발과 彳자가 그려져 있었다. 발에 족쇄가 채워져 있으니 걸음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後자는 '뒤떨어지다'나 '뒤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後(후)는 (1)무슨 뒤, 또는 그 다음. 나중 (2)추후(追後) 등의 뜻으로 ①뒤 ②곁 ③딸림 ④아랫사람 ⑤뒤떨어지다 ⑥능력 따위가 뒤떨어지다 ⑦뒤지다 ⑧뒤서다 ⑨늦다 ⑩뒤로 미루다 ⑪뒤로 돌리다 ⑫뒤로 하다 ⑬임금 ⑭왕후(王后), 후비(后妃) ⑮신령(神靈)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먼저 선(先), 앞 전(前), 맏 곤(昆)이다. 용례로는 뒤를 이어 계속 됨을 후속(後續), 이후에 태어나는 자손들을 후손(後孫), 뒤로 물러남을 후퇴(後退), 일이 지난 뒤에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을 후회(後悔), 같은 학교를 나중에 나온 사람을 후배(後輩), 반반씩 둘로 나눈 것의 뒷부분을 후반(後半), 핏줄을 이은 먼 후손을 후예(後裔), 뒷 세상이나 뒤의 자손을 후세(後世), 뒤에서 도와줌을 후원(後援), 뒤의 시기 또는 뒤의 기간을 후기(後期), 중심의 뒤쪽 또는 전선에서 뒤로 떨어져 있는 곳을 후방(後方), 뒤지거나 뒤떨어짐 또는 그런 사람을 후진(後進), 맨 마지막을 최후(最後), 일이 끝난 뒤를 사후(事後), 일정한 때로부터 그 뒤를 이후(以後), 정오로부터 밤 열두 시까지의 동안을 오후(午後), 바로 뒤나 그 후 곧 즉후를 직후(直後), 그 뒤에 곧 잇따라 오는 때나 자리를 향후(向後), 앞과 뒤나 먼저와 나중을 전후(前後), 후배 중의 뛰어난 인물을 이르는 말을 후기지수(後起之秀), 젊은 후학들을 두려워할 만하다는 뜻으로 후진들이 선배들보다 젊고 기력이 좋아 학문을 닦음에 따라 큰 인물이 될 수 있으므로 가히 두렵다는 말을 후생가외(後生可畏), 때 늦은 한탄을 이르는 말을 후시지탄(後時之嘆), 뒤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뜻으로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뛰어날 때 이르는 말을 후생각고(後生角高), 내세에서의 안락을 가장 소중히 여겨 믿는 마음으로 선행을 쌓음을 이르는 말을 후생대사(後生大事),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이나 일이 잘못된 뒤라 아무리 뉘우쳐도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후회막급(後悔莫及) 등에 쓰인다.
▶️ 櫝(함 독)은 형성문자로 椟은 간자, 匵은 동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賣(매→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櫝(독)은 ①함(나무로 짠 궤) ②신주를 넣어 두는 궤(櫃: 나무로 네모나게 만든 그릇) ③관(棺) ④음식(飮食)을 차리는 상 ⑤궤(櫃)에 넣어 간직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신주를 넣은 독을 덮는 보를 독보(櫝褓), 제사 지낼 때에 주독을 여는 일을 개독(開櫝), 부부의 신주를 한 독 안에 넣음 또는 넣은 그 독을 합독(合櫝), 신주를 모시어 두는 궤를 주독(主櫝), 물건을 넣도록 나무로 네모나게 만든 그릇을 궤독(櫃櫝), 처음에는 곧게 살다가 나중에는 더럽게 된다를 일컫는 말을 선정후독(先貞後櫝)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