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이 사랑이다-14
23.
"좋은 생각하셨습니다. 기꺼이 그 결혼식을 주관하여 주례하겠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좋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좋다 하셨습니다?"
"예. 그것을 위한 준비는 별도로 필요치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당신들만 준비되었다면."
"지금 당장. 저와같이 올라가서 식을 주제할 수 있단 말입니까?"
"너무 그렇게 흥분하지 마십시요. 실은, 저도 그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습니다. 다만, 때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할수도 아니 할 수도 있다 생각하며 우리의 운명을 기다린 겁니다. 저는 가능하다면, 쏘울나들목 속에서 그 식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한번밖에 없는 절호의 기회이고 체험입니다.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 식은 간단합니다. 간단하여야 합니다. 아직 당신들에게는 하루가 남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절묘한 때이고 탁월한 결정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할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추장님께서는우리의 운명이라고 하셨는데, 이해하고 싶습니다."
"음-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군요. 이 일에 연관된 사람들의 운명을 의미합니다. 운명의 고리에 연결된 사람들 즉 우리들의 운명. 여기에서 서로의 운명이 충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의 삶 중에서 가장 특별한 행위적 경험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저는 그것을 주관하는 절대적으로 특별한 경험에 의한 의미를 영원히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화합의 운명이라면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 운명. 잘 되어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울루불루추장은 쟈스에게 뭔가를 적은 흰 종이를 주었다. 울루불루 추장 앞으로 와서 두 손으로 공손히 그 종이를 받는 쟈스의 얼굴에는 경건함으로 굳어 있었다. 천지수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녀는 거친 마로 만든 우유빛 같은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화학 약품으로 탈색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흰색이 고왔으며 눈부실 정도였다. 미리 연락을 하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옷과 차림은 평소에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을 위하여 특별히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어쩧든 현재 모습은 순수한 자연의 그대로였다. 그녀와 울루불루 추장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천지수는 울루불루 추장이 나가며 건내 준 담배 모리아스 한개피를 무념에서 거의 다 피웠을 때 인기척과 함께 두 사람이 다시 들어왔다. 십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는 혼자 있을 때 6분이면 담배 한개피를 피웠다.
"천지수! 출발합시다."
울루불루 추장이 말했다. 엄숙하였다. 긴장감을 그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그도 역시 쟈스같은 무릅아래 7부 정도의 길이쯤 되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냥 통 자루였다. 곡식을 담아두는 그런 자루. 단지 다른 것은 윗부분에 머리가 들락 날락할 수 있는 구멍이 있어 그리로 머리가 나와 있었으며 허리쯤 부분에 같은 재질과 같은 색갈의 폭이 6센티 정도 될 허리띠를 둘러 풍성할 것을 통제하였다. 맨발이었다. 천지수는 그들의 차림을 보고 그 의미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묵묵히 걷기만 하였다. 울루불루 추장이 앞에서고 쟈스가 어깨에 역시 마(麻)로 만든 조그마한 보따리를 매고 걸었고 그 뒤를 천지수가 따랐다. 저녁이었지만 아직 해는 지지 않았고 더위는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았다. 건조하여 땀을 흘리지는 않았다. 쉬지도 않았다. 쏘울나들목을 5분 정도 거리에 둔 길에서 좌측으로 유칼리나무와 관목이 우거진 숲을 헤치고 들어가 큰 바위 두개가 나란히 선 사이로 맑은 물은 흘러내려 조그마한 연못을 만들고 넘치는 물을 그 아래 작은 개울로 보내고 있는 곳에서 통나무에 홈을 파서 만든 2리터 정도 크기의 병에 물을 담느라 지체한 것이 다 였다. 제임스는 그 물병을 건네 받아 들며 이것도 이해하였다. 쟈스는 보따리를 넘겨주지 않았다. 천지수는 쏘울나들목과 아주 가까운곳. 죽은 영혼의 휴식처라는 돌산 가부에카당카 중턱에 맑은 천연수의 연못이 있음에 놀라워 하였다. 그들은 말을하면 정기가 빠져나가 버릴까봐 말 못하는 연못의 이상한 요정같이 말없이 걸어 올라갔다. 쏘울나들목 앞 작은 돌문 부두앙에 기대어 지선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도 얇은 흰색 티셔츠에 연한 회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렇게 입고 결혼식을 한들 누가 뭐라 할건가? 그러나 잘못 입었다고 천지수는 짐작하였다. 지선경이 지금의 분위기를 어떻게 이해할 수가 있을까. 지선경을 만나기 전까지는 모두가 자연 그대로의 상태이다. 천지수는 지선경을 보자 걱정이 되었다. 울루불루 추장이 하라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천지수는 걱정되었다. 미소지으며 맞이하는 지선경을 보며 정말 걱정하였다. 우려이길 바라며.
“Hello. How are you today? So glad to see you and Jas again at here.”
지선경이 얼굴에 매력적인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I also am so happy to see you”
“me, too.”
울루불루 추장과 쟈스가 화답하였다. 그기까지는 좋았다. 천지수는 다음 사태에 대한 걱정으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천지수! 무슨 걱정이 있어요?”
눈치빠르게 지선경이 다가와서 물었다.
“아니. 아무런 문제가 없어. 당신은 준비 다 했어?”
울루불루 추장과 쟈스는 세개의 돌문 중 가장 큰 모두앙 앞에 흰 천을 깔고 그 위에 켕거루 가죽을 다시 깔았다. 그리고 쟈스의 보따리에서 뭔가를 꺼내어 동굴 입구쪽으로 가지런히 놓고 있었다.
“천지수. 아무런 문제가 있네요. 뭐예요? 어서말해줘요?”
지선경이 더욱 가까이와서 조그마한 음성으로 재차 물었다. 난감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지선경의 얼굴을 바로 보면서 입을 열었다.
“지선경. 지금 저 두 분이 입은 옷을 봐. 그리고 주변을 봐. 세속적인 것은 하나도 없어. 그리고 그런 환경으로 혼인식을 주례하려는거야. 그보다 더 진전될 수가 있어. 어떻게 할거야?”
그 말을 들은 지선경은 고개를 돌려 제단같은 것을 만들고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지선경은 놀라지 않았다. 인간의 실체를 뛰어넘는 그 어떤 것도 감당할 수 있다는 모습이었다. 그렇다. 지선경. 그녀는 천초령의 어머니가 아닌가? 무심한 얼굴 모습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다. 그렇게 생각되도록 보였다. 태연한 얼굴로 천지수를 봤다.
“아주 보기 좋아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눈물이 나려해요. 아마 혼인식도 모두 발가벗은 채 할 수도 있겠네요. 얼마나 신성하고 맑고 깨끗해요.너무 좋아요.”
‘이런 이런. 너무 용감한 지선경아. 정말 그럴 수가 있다! 고’ 천지수는 놀라고 기가막혔다. 천지수 보다 한발 더 앞서 나아가는 지선경의 천진한 생각에 기가 죽었다.
“천지수 그리고 지선경. 우리는 쏘울나들목에 들어가기 전에 몸과 마음을 정수하여야 합니다. 두분께서는 함께 계시든가 아니면 먼저 들어가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천지수와 지선경은 두 손을 서로 잡고 쏘울나들목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휘이익~’하고 천지수의 입에서 저절로 휘파람 소리가 났다. 가방과 입던 옷들이 한쪽 벽면 밑에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중간에는 닦아서 깨끗한 바닥이고 그 바닥에 켕거루와 워나비 가죽이 둥그렇게 잘 깔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청소한 흔적이 뚜렸하여 청결감이 느껴졌다. 실은, 결혼 장소의 장식이라고는 전혀없는 좋게 말하면, 자연의 그대로 모습인 굴속이었다.
그러나 그것이야 말로, 가장 청순하고 맑은 아름다움이었다. 그들이 바닥에 깔아 놓은 자리를 한바뀌 돌고 나자 두 사람이 들어왔다. 쟈스는 두 손에 작은 나무로 만든 그릇을 들었으며 그 그릇에는 물이 거의 가득 차 있었다. 놀랍게도 두 사람 다 몸에 걸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울루불루 추장의 밑에는 어른 손바닥보다 좀 더 커다란 유칼리 잎이 칡나무 줄기라고 생각되는 허리를 감은줄에 매달려 남성을 가리고 있었다. 쟈스 또한 가슴은 드러낸 채 였고, 칡나무 줄기 같은 것으로 허리를 감은 그 배꼽 아래 여성을 거의 크기가 같은 유칼리잎 한장으로 가리고 있었다. 아마도 쏘울나들목으로 들어 오기 전 의식 때 그렇게 준비한 것일게다.
그들은 무심한 얼굴이었다. 오히려 그 두사람을 보는 천지수와 지선경이 놀란 얼굴이었다. 그것도 잠깐이었고 지선경은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울루불루 추장이 입구 맞은 편 벽쪽에서 입구를 보며 섰다. 그 옆에 쟈스가 한손으로 물 그릇을 받쳐들고 한손에는 유칼리잎으로 만든 가리게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두 사람에게 내 밀었다.
“자. 어서 준비하시지요.”
울루불루 추장은 경건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러나 그들 둘을 보지 않았다. 이미 어디에 그들이 서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입구 위 조그맣게 뚫린 하늘이 보이는 구멍을 보며 거침없이 말하였다. 질문이나 주저할 수 없는 엄숙하고 경건함이 굴 속에 맴돌았다. 지선경이 기다렸단 듯이 옷을 벗었다. 팬티까지 벗었다. 그들에게 시간을 지체하게 할 수는 없었다. 천지수도 옷을 다 벗고 손에 유칼리잎 가리개를 들고 지선경에게로 갔다.
“여보~ 천지수. 나 이쁜 것으로 해 주어요. 네?”
지선경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천지수 앞에 서며 말했다. 천지수는 웃고 말았다.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불쑥 그 긴장을 깨는 기막힌 요구였다. 천지수는 지선경의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는 울루불루 추장 앞에가서 섰다. 지선경은 긴장하고 있었다. 울루불루 추장은 두 손을 하나씩 지선경과 천지수의 이마에 대었다.
“천지수는 지선경을 영혼의 끝 그 넘어서까지 아내로 책임질 것인가?”
“I got it. I am for sure of that. I love Sunkyong Jee forever and I promised it.”
“지선경은 천지수를 영혼의 끝 그 넘어까지 남편으로 책임질 것인가?”
“I got it. I am for sure of that. I love Jeesu Chun forever and I promised it.”
울루불루 추장은 쟈스가 준 물이 가득 찬 나무 그릇을 받았다.
그는 두 사람을 향해 그 그릇을 눈 위치로 들어 올렸다.
“두 영혼의 합체를 위하여.”
울루불루 추장이 그 물 위에 주문과 같은 말을 하였다. 물은 아주 맑았다. 울루불루 추장이 그 그릇을 다시 쟈스에게 주었다. 쟈스는 두 무릅을 꿇고 그 그릇을 천지수의 오지 앞에 들이대었다. 쟈스는 천지수의 왼손을 잡고 그 손으로는 앞을 가렸던 유칼리잎을 위로 들게하고 다시 그의 오른손을 잡고 그의 엄지와 검지로 오지를 잡게하여 그 오지를 그릇의 물에 담갔다. 천지수의 엄지와 검지가잡은 오지와 함께 물에 담궈졌고 10초쯤 지나서 쟈스는 그들을 꺼집어 내고 다시 그 그릇을 지선경의 우지 밑에 들이 밀었다 그리고 지선경의 오른손으로는 앞을 가렸던 유칼리잎을 위로 조금 들어 올리게 하고 다시 왼손을 잡고 지선경 스스로 그녀의 엄지와 검지로 물을 묻혀 우지를 씻게 하였다. 지선경의 우지를 씻은 그 물은 다시 고스란히 그 그릇에 담겨졌다. 역시 10초쯤 시간에 10번쯤그렇게 하였다. 쟈스는 그녀의 손가락이 그 신성한 물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이 역시 경건하였다. 쟈스는 이제 그 신성해진 물 그릇을 울루불루 추장에게 두 손으로 바쳤다.
울루불루 추장은 그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아까와 같이 눈높이 쯤으로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의 육체의 기운이 영혼으로!”
울루불루 추장이 크게 말하며 그 그릇을 천지수에게 내 밀었다. 천지수는 그 그릇을 받아 물을 주저없이 마셨다. 반쯤 마시고 다시 울루불루 추장에게 그 그릇을 주었다.
“두 사람의 육체의 기운이 영혼으로!”
울루불루 추장이 크게 말하며 그 그릇을 지선경에게 내 밀었다. 지선경은 두 손으로 받아 그 그릇속의 물을 마셨다. 다 마셨다. 하나도 남김없이. 쟈스가 다가와서 그 빈 그릇을 받아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 울루불루는 천지수와 지선경의 두 영혼과 육체가 결합하여 영혼의 끝까지 함께 하는 영혼 혼인식을 주제하였으며, 그것을 필요할 때 증거할 것을 맹세한다.”
그는 하늘이 보이는 구멍을 향해 큰소리로 엄숙하게 말하였다.
“축하합니다. 두분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울루불루 추장이 말하며 두 사람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활짝 웃었다. 가식없는기쁨의 웃음이었다. 두 사람 다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축하해요. 두 분은 영원한 영혼사랑의 귀감이 되세요. 두분은 유일 무이한 결혼식을 가진 인간입니다.”
쟈스가말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쟈스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맑은 웃음이었다.
천지수는 지선경을 안고 환희에 젖어서 키스를 하였다. 지선경이 뜨거워진 몸을 꽉 밀착시켜왔다. 그들은 잠시 그렇게 안고 혼인식의 기쁨을 느꼈다.
그들이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니 그들 울루불루 추장과 쟈스는 이미 언덕을 내려가서 옹달샘 같은 연못 근처를 지나가다가 서서 뒤 돌아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들도 이미 사회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울루불루 추장이 뿜어낸 담배연기가 숲에 흘렀고 불이 붉게 타고 있었다.
"여보! 천지수. 이제 우리는 생활에서의 결속보다 더욱 강한 영혼부부가 되었어요. 여보~ 어서 초령이를 갖게 해주세요. 네?"
지선경은 꿈에서 만난 초령이를 일분이라도 잊지 못했다. 어쩧든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영혼결혼식을 마치자 속히 두 사람이 떠나길 바랐고, 둘 만이 있게 되자 재촉하였다. 한번으로 될지도 모르겠고 하여 어차피 초령검 만드는 것을 마무리해야 하니 밤새 여러번 오웊을 해야 할 것이다 작정하고 천지수를 한시도 쉬지 못하게 할 유혹적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해는 서쪽 지평선 위에 검은 형체만 보이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 숲에 걸려있었다. 천지수는 말없이 지선경의 어깨를 안았다. 그리고 둘은 손잡고 모래와 돌로 이루어진 산 중턱에 숨어서 청결한 순수를 지키고 있는 샘터로 내려갔다. 어디서부터 인지는 알 수가 없는 자연수였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진리를 확인시키듯 샘물은 동쪽 터진 곳을 거쳐 언덕 아래로 내려가 숲을지나 울루불루 추장이 살고있는 동네 가부에카탕카(죽은 자의 휴식처)로 흘러 갈 것이다. 해는 이제 이름모르는 나무 숲을 넘어 또 다른 도시의 동녘 해가 되어 버렸고. 둘은 여명아래 맑고 시원한 샘물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그러나 비누칠은 하지 않았다. 맑고 순결한 물에 몸을 씻었다. 천지수와 지선경은 서로 얼굴을 보았다. 이제는 어두워져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얼굴에서 경건함과 신비로운 오라같은 것이 감싸고 있음을 느꼈다. 캄캄한 하늘은 푸르렀다. 그 하늘 촘촘히 별들이 가득차 반짝였다. 한국의 오래 전 옛날 촌의 여름 밤 하늘이 그랬다. 시골서 20리 더 들어가야 있는 촌. 그 촌의 여름 밤 하늘에도 별들이 호주의 이곳 하늘같이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고, 그 별들 중 어떤 별은 보는 사람의 눈 안으로 떨어졌다.
"여보! 우리 지금 꿈꾸고 있는거지요?"
지선경이 천지수의 가슴에 살며시 안기며 물었다.
"아니야. 지금까지는 아니야. 앞으로는 꿈이었으면 좋겠다."
"천지수. 그게 무슨 뜻이예요?"
지선경이 안겼던 몸을 풀어 한발짝 물러서며 놀라 물었다.
"나도 몰라. 그냥 막연히 그렇게 말하는거야. 사랑하는 지선경~"
그는 다시 지선경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들이 바라보는 호주의 하늘은 너무 맑아서 푸르른 밤바다였다.
다소곳이 어깨를 천지수에게 안겨서 밤의 바다를 바라보던 지선경이 고개를 들고 천지수를 보며 나직히 속삭였다.
"예. 어서 말해봐요."
"이 밤이 지나면우린 한국으로 떠나게돼.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는 새로운 삶과 부딪히게돼. 앞으로 어떤 삶의 질곡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천지수는 지선경의 두손을 그녀의 가슴위에서 꽉 잡았다. 지선경은 아무 말없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내여자 지선경. 내가 당신 손을 이렇게 꽉 잡고 있어. 나는죽는 순간까지 당신 손을 놓치 않을거야. 내가 잡고 있는 동안은 누구도 이 손 풀 수없어. 나는 죽어도 놓치 않을거고. 사랑하는 지선경~"
"네"
"당신 스스로 이 손 풀지마. 당신이 스스로 풀면 내가 더 이상 잡을 수 없어. 삶속에서는 죽음같은 고난이 올 수도 있어. 죽는 것이 차라리 낳을 것 같은 힘듬이 올 수가 있어. 그래도 나는 죽지 이 손. 안 놓을거야. 지선경. 당신, 당신이 원하면 스스로 손을 풀 수 있어. 그러나 당신이 원치 않는 한, 나는 당신 손 잡은 내 손을 풀지않아. 알았어?"
"여보! 당신이 힘들 때도 내 스스로 풀지 못해요?"
지선경이 사랑가득한 얼굴을 천지수 얼굴 가까이하며 물었다.
"못풀어! 절대 그렇게는 못 풀어. 당신이 잡은 손 힘들고 아퍼하면 내가 비벼주고 만져준다. 그러나 내가 힘들 때는, 당신은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보고만 있어. 나는 당신이 내 손 잡고있는 동안 불사인이야. 나는 당신 하나로 살고있어. 끝. 이제 그 이야기는 끝이야."
"여보. 천지수. 고마워요. 당신만 영원히 사랑해요."
지선경은 그 큰 눈에 또 다른 색갈의 눈물이 꽉차서 글썽거리며 천지수를 어스러져라 꽉 안았다. 잠시 그렇게 둘은 하나가 되어 푸른 밤 하늘 아래 새로 생긴 투인원(2 in1)의 나무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