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이 사랑이다-17
26.
로얄 씨드니호텔 9층은 우측으로 씨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고 좌측으로는 하버 브릿지가 웅장하게 걸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눈 아래 써큘러 콰이 페리 터미널(Circular Quay Ferry Terminal)에는 여객선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있었다. 지는 해가 눈부셨다. 천지수는 우유빛 브라인드를 닫았다. 킹싸이즈 침대에는 지선경이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좋아서 아이들같이 재잘거리던 그녀는 피곤해서 곧 바로 샤워를 하고 홑 몸으로 백옥같은 하얀 시트를 덮고 곤히 자고 있었다. 두시간만 자겠다고 했었다. 지금 이곳은 겨울로 접어 들고 있었지만, 북미나 한국의 겨울은 아니었다. 계절만 겨울이었다. 온화한 기후를즐기려 많은 여행객들이 써클 콰이 졍션에서 쏫아져 나와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의 야경을 보느라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였다.
천지수는 곤히 자고 있는 지선경의 얼굴을 그녀의 머리맡에 서서 보고 있었다. 참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 에어즈 록의 4번 도로 위에서 와는 또 다른 평화였다. 도로 위에서의 평화가 긴장되었다면, 지금의평화는 무한하였다. 그 무한한 평화는 아름다움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였다. 그는 그것을 새삼 느꼈다. 그는 옷을 벗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면 시트를 들치고 지선경의 좌측 옆에 누웠다. 그는 왼손을 지선경의 목 뒤로 돌려 넣어서 그녀를 모로 눞게 하였다. 그녀의 오른 손이 몸에 눌리지 않게 앞으로 당겨 그의 가슴에 올려 놓게 하고 왼손은 그의 허리위에 놓게 하였다. 그녀는 아직 곤히 자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그녀에게서 복숭아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시원 상큼하였다. 화장하지 않은 민 얼굴은 참 보기 좋았다. 그녀의 입술은 늘 느끼듯 가장 아름다움을 대표하듯 연한 핑크빛 색을 띈 싱싱한 연어 살 같았다. 아랫 입술이 더 도톰하였다. 그것이 더 매력이었다. 그는 잠자는 여인의 모습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하얀 얇은 면 시트를 가슴까지 올렸으나 왼쪽 다리는 시트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천지수는 그녀의 다리를 덮으려고 시트를 잡았다가 놀라고 말았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감격이 울컥 치솟아 목에 걸렸다. 그녀의 우지 부근은 온통 피멍으로 붉고 검었다. 털을 다 뽑아서 하얀피부가 연한 검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쏘울나들목에서 보았지만, 밝은 불빛 아래서 보는 그녀의 우지 부근은 험했다. 물론 그의 오지 부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는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여 오른 손바닥을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가 느끼지도 못할 정도의 부드러운 가벼움으로 상처공화국 같은 우지 근처에 놓고 천천히 그리고 지긋이 눌렀다. 듬성 듬성 남은 털이 손바닥에느껴졌다. 더 이상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숭고한 사랑의 징표를 손바닥으로 느끼며 가슴속으로 흡입하였다.
그는 한개피의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호텔 로얄' 이라고 골드칼라로 앞 플랲에 인쇄된 종이 성냥을 집어들고 불을 켜서 입에 문 담배에 붙혔다. 그가 밤 조명으로 화려한 오페라 하우스를 향하여 길게 연기를 내품었다. 다행히 양 쪽의 베란다에는 비어있었다. 이들은 디너를소중히 생각하여 하루 중 별렀다 폼잡고 내려가 뷔페 혹은 레스토랑에서 즐긴다. 그는 어두워지기 시작한 씨드니 만에 공룡같이 걸쳐진 하버브릿지를 보았다. 한 때는 많이도 지나 다녔던 다리였다. 그 다리 위로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걸어가면 한참가야 할 다리이었다. 비도 올 것이고 바람도 불 것이었다. 폭풍우도 눈보라도 휘 몰아 칠 것이다. 아지못할 눈물이 눈에 어렸다.
"여보! 천지수. 뭘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어요?"
지선경이 분홍색 가운을 입고 눈을 비비며 베란다로 나왔다. 왼쪽 가슴에 로얄 호텔의 휘장이 새겨져 있었다. 쎅시한 프로레슬러같았다.
"더 자지않고 일어났어. 저기 오버브릿지가 보이지? 저게 하버브릿지라고 불러. 그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뾰쪽한 지붕들이 조가비처럼 하늘로 솟아 오르고 있는 저 '날고싶은 조가비'가 그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이다. 그 전에 저녁부터 먹고 천천히 보러가자. 오케이?"
지선경은 천지수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베란다 철재 난간에 기대어 오른쪽 오페라 하우스와 눈 아래 현란한 불빛으로 움직이고 있는 관광페리를 보느라 더 바뻣다.천지수가 뒤에서 지선경을 두팔로 부드럽게 안았다.
"내 사랑, 지선경... 저녁부터 먹자. 뷔페식당 문 닫기 전에. 당신, 배고프잖아."
"이그~ 처음에는기대했는데... 끝까지 가지를 못해요. 잘 간 후 식사 이야기 나오면 상어가 튀어 올라와서 잡아 먹을까봐 그러시지요? 천지수."
"아니. 죠스가 소리칠까봐."
"그럼, 이브닝키스해 주세요."
지선경이 돌아서서 천지수의 목에 매달렸다.
“아니. 이브닝키스라는게 있었어?”
천지수가 놀라는 척하며 돌아 선 지선경을 안았다.
“제가 만들면 있는 키스예요. 아셨죠? 그러니 진하게 해 주셔야해요.”
그 말과 함께 두 팔로 천지수의 목을 당겨 다가 온 그의 입술을 급히 빨았다.
뷔페식당은 호텔라비 오른쪽에 60평 정도 크기였으며 출입구 맞은 편에는 큰 유리창으로 벽을 하여서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도록 하였다. 오페라 하우스 뿐만 아니었다. 지선경이 감탄하여 유리창가로 다가 서며 다시 소리쳤다.
"꺅! 천지수. 와우~ 이렇게 아름다운 야경을 우리가 보고 있어요. 이리 와 보세요!"
도대체 제대로 바라 볼 수가 없었다. 누가 저렇게 본능을 이런 환경에서 펼칠 수가 있을까? 앞에 앉혀 놓고 내공을 묻고 싶을 정도이다. 그 만큼 삶을 밝고 맑게만 보고 살아 온 탓일게다. 그것이 천지수가 지선경을 사랑하는 이유중 하나였다. 그는 얼른 달려가서 지선경의 옆에 섰다. 뷔페식당은 끝물이라서 다섯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식사를 하며 창가에서 소리치는 지선경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놀라지도 않았다. 처음 이 식당에 와서 창 밖의 바깥 경치를 본 사람은 당연히 치르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는 듯 하였다. 그들 중 누구도 그랬을 것이다. 천지수가 숨 죽인채 야경을 보고있는 지선경의 손을 잡았다.
"식사 종료 30분전이야. 서둘러야돼."
야경은 장엄하게 펼쳐져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푸르른 밤 하늘은 배경이 되어 있었다. 지선경을 경망스럽다고 탓 할 수 있는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이 호텔의 투숙고객이고 아주 많은 돈을 치루었고 이 광경을 볼 수 있었고 감탄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였다. 멋진 고객의 역활을 한 것이다. 이제부터 다시 잘 셋팅된 창가의 좌석에 앉아 다양한 요리를 먹으며 밤의 씨드니 만을 보며 즐기면 될 것이다.
"여보! 천지수. 랍스터 살코기가 이렇게 부드러우며 탄력있는 줄은 몰랐어요."
"언제 먹어봤어?"
"에이~ 여보. 제가 언제 먹어봤겠어요. 지금 처음 먹어 본걸요."
천지수는 포크를 잡은채 두 어깨를 들썩하였다. 농담도 무안을 주기 위함도 지선경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데 트릭이나 거짓말이 당할 수 없었다. 지선경이 맛있다며 먹은 랍스터는 3마리였다. 천지수가 테이블 위 빈 접시에 담긴 껍데기를 세어 보니 7개였다. 그날 뷔페 식당은 밤 9시 반에 닫았다. 테이블에 남아있던 그들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지선경이 뷔페 테이블로 갈 때와 올 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감사를 표했다.
"Thanks a lot and we are so happy to enjoy great diner with you."
그들이 웃으며 말했다.
"You're welcom and I also am so happy to hear that from you. Have fun. Thank you and thank you every body in here."
지선경의 맑고 아름다운 미소가 곁들인 인사는 좌중의 모두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멋진 디너타임이었을 것이다.
지선경이 우겨서 그들은 다시 룸으로 올라왔다. 순전히 그녀의 주장 즉 타인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갈 때는 이쁜 여인은 최소한의 화장과 꾸미기를 해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우겼다. 천지수의 내공에는 그런 예의가 없었다. 그는 이 밤에 여성에 대한 내공력 한개를 채 정리하지도 않고 받아 넣었다. 그것은 언젠가는 지선경에게 다시 변화되고 스스로 진화된 내공술수로 펼쳐질 것이었다. 그 생각도 잠시였고 말짱 허당일 수가 있었다.
"Hello. Cheunjisu. My love. What are you thinking about me?"
이게 무슨 웃기는 짜장면인가. 갑자기 영어라니. 게다가 블랙 라운드 넥 면 티셔츠에 핫팬티. 천지수는 change room에서 나오며 봐 달라는 듯 빙글도는 지선경을 보며 놀랐다.
"Awesome! You made me suprised. What's happening? 지선경!"
"흐흐흠~ 놀라셨죠? 밤이고 당신이 지켜줄꺼니까 벗었어요. 어때요? 뭘 생각하세요? 이제 나가실까요. 수호영혼님."
천지수는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이쁘고 아름답고 청순한 얼굴을 보며 새삼스럽게 놀랐고 아직 청춘같은 터질 것 같이 부푼 가슴과 노출된 가슴사이의 계곡.적당하게 들어간 허리와 적당하게 나온 아랫배 그리고 핫 팬티아래 적당히 잘 빠진 미끈한 두 다리. 파릇한 내음이 풍길 것같은 탄탄하게 위로 오른 복숭아 같은 엉덩이. 기가 막혔다.이런 완벽에 가까운 중년의 몸매를 유지하고 게다가 쎅시한 아름다움이라니. 천지수는 다시 놀랐다.
"나. 수호영혼 안해. 목숨이 세개라도 감당 못하겠다. 당신이. 수호영혼 잡아먹는 미녀같아. 그렇게 해서 나가면 어떻게 감당을 할수 있겠어. 너무 아름답다. 뭐 이런 중년이 다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