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 체류 / 박해람
소리들에겐 저마다 문이 있어 문을 열고 닫는 것을 본다. 경첩의 일이란 계절을 편애하는 것이고 훗날엔 바람을 편애하는 소리가 된다
묶여 있는 소리가 생겨나고 그 후 바람이 생겨났을 것이다
기울어진 과일들, 온갖 소리를 내려놓는 나무 밑 텅 빈 돌 같은 그늘위에 잠시 앉았다 간 불편한 여름 문 안으로 간간이 들어오는 계절의 소리를 먹고 살았다 작은 쪽문 하나를 밀고 당기는 것들에게서 소리도 얻었다 문 밖의 체류 가을에 피는 꽃들을 격려하려 소리의 밖에서 앉아 있는 바람의 문들 긴 회랑을 지나 문에 다다른 계절에 푸른 물이끼가 돋아나 있다
한참을 울다 제 이름을 닫고 나간 저녁이 있고 문 밖의 체류를 버리려 급히 문을 닫는다. 그늘마다 어울리지 않는 코사지를 달고 있다 세상의 樂節들은 모두 문밖에서 사라지고 허공의 지층을 캐내면 거기, 나뭇가지들이 흔들리고 소리들이 돋아나 있을 것이다 문 닫지 않는 耳鳴들에는 구애의 흔적이 있다
耳鳴을 귀에 꽂고 모든 소리를 밖에 세워두고 울게 한다. 먼 곳까지 가서 우는 이들은 없다지만, 또한 문 안에서 우는 일도 없다 세상의 모든 밀봉은 흔들리고 풀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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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