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 서숙희
빈집,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혼자 적막을 흩는 뼈만 남은 시계추
아득히 물러난 가구들이 낡은 유물같은 하루
천천히 열려오는 가지런한 마음귀에
화분 속 하얀 뿌리가 성성하게 자라는 소리
모처럼 살아있음이 참 가볍다는, 이 느낌
- 이상범 엮음『한국시조 작품상 수상작품집』(2014. 고요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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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조 작품상을 수상한 여러 작품들을 읽다가 문득 '이래도 되나?' 생각합니다
뭐 대가들이 선정하고, 수상작 외의 다른 작품들은 본받을 바가 많으니
그저 축하하고 닮으려 숙고하다보면 어느 정도는 따라갈 수도 있으려니 합니다만...
두 수 짜리 연시조 첫 장의 음수율에서 자꾸 걸립니다
아무리 소리내서 읊어도 "빈집, 종일" 이 초장 전구로서 리듬이 없네요
그러다가 종장에서 또 눈에 티끌이 들어간 듯합니다
"낡은 유물같은 하루"가 종장 후구로써 어울리나 싶어서요.
그러다가 둘째 수에서 무릎을 치게 되고, 마지막 종장에서 마음이 탁 트였습니다
이게 작품상을 받게 하였구나! 싶으니 갈 길이 참 멀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