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은 치매에 잘 걸리지 않겠다. 두더지 땅굴같은 지하철을 요리조리 잘도 타고 다니니까.
신의 가호가(?) 있어 저희 펜션이 2주째 예약 손님이 없는고로 노날 모임 1진 출발에 합류하고자 금요일 밤 신용카드만한 지하철 노선도를 펼쳤습니다.
돋보기까지 동원하여 깨알같은 글자와 노선도를 펼쳐놓고 궁리를 했지요.
결론은, 전철을 몇 번 갈아 타도 압구정역에 가지전에 집에 돌아 오는 길도 잊어버리겠다는 것이지요.
포기하고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오는 딸이나 기다리자 싶은데 남편이 다른 약속을 취소하고 압구정역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습니다.
올림픽 대로를 가고 있는데 참나무님이 먼저 도착하셨다는 전화를 하셨습니다.
압구정역 3번 출구로 나오라구요. 1번 출구 아니냐고 했더니 3번 출구라고 확신있게 말씀하셨습니다. 차를 돌리기 어렵다고 6번 출구에 내려 주고 남편이 가고, 저는 들어가기 싫은 땅굴을 거쳐 다시 지상으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물어물어 3번 출구로 향했습니다.
멋진 바바리에 머플러를 두르고 서 계신 참나무님을 딱 알아보고 이제 됐다 오늘 와이리 순조롭게 풀리노 했지요. 촌시럽게 너무 일찍 나왔다며 화장발 잘 받도록 전날 찜질방을 다녀 오시고, 일박 이일 외출을 위해 곰국도 끊여놓고 남편의 결재를 받아 나오셨다는 참나무님의 팔장을 끼고 소망교회 주차장으로 갔지요.
약속시간 10시가 다 되도록 이준일 교수님 차가 안 보여서 참나무님이 전화 하시더니 현재 위치에서 서쪽으로 가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서쪽이 어디지? 해 뜨는 방향도 해 지는 방향도 빌딩에 가려져 안 보이는 서울에 무신 서쪽이 있다냐 길눈 어둡다는 말은 하기 싫은지라 발걸음을 재촉하며 산수유가 피었네요 어저구 저쩌구 딴청도 하며...
참나무님의 3번출구 확신은 컴퓨터가 고장 나서 못 쓰게 되기 이전의 게시판 상황이므로 절대로 기억력의 문제가 아님을 밝힙니다.
저는 그날 아침에 확인한 최신버전이 1번 출구라한들 선배님이 3번 이라고 하시니 내가 김포에서 서울로 오는 동안에 상황이 바끤 줄 알고 있었구요.
땅굴로 다시 들어가 밖으로 나와 이준일 교수님께 전화를 하려는 순간 특유의 개성있는 모습이 저만치 보였습니다. 캡틴 써!
화길님이 와 계셨구요. 패랭이님이 곧 합류하여 출발(출발까지도 너무 길어서 여기서 숨 돌립니다.)
다음편에 계속
첫댓글 우와~ 순익씨~ 자세히 올려주시네요~ 고마워요~ 1진은 제가 안 따라다녀서 참 궁금하던 차에. 다음편 기다립니다. 후기 읽는 재미가 곱절이 되려 합니다.
정말 반가웠읍니다 1진후기 재미있네요
3번 출구, 1번 출구, 최신버젼... 정말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시는구요. 잘 웃지도 않으시는 순익님이 마음속에 이렇게 큰 웃음을 담고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