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날 밤, 몇 사람이 집에 모여, 책에 대해,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의 꽃을 피웠고, 마지막은 열띤 토론의 장이 되었다. 저마다 처한 삶의 무게가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른 사람들의 삶, 살아간다는 것, 그게 정말로 쉽지가 않다. 만만한 것 같지만, 절대로 녹록하지 않다. 제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 그래서 다산 정약용 선생도 “겨울 냇물을 건너듯 네 이웃을 두려워하라.”라는 구절을 경구 삼아 살았지만 결국 이웃들의 눈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 혹독한 세월을 살다가 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이 지상에서의 삶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고 공동체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의 삶을 날카롭게 파헤친 사람이 괴테였다.
“설사 우리가 아무리 제멋대로 행동한다 하더라도, 결국 우리 모두는 공동체라네. 왜냐하면 그야말로 순전히 우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적고, 우리는 모두 선인이나 동시대 사람에게 배우고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지. 아주 대단한 천재자체도 자기 내면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한다면 큰 발전은 이루지 못할 것이네. 그렇지만 너무나도 착한 사람들이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독창성의 환상에 휘둘려, 인생의 반평생 동안 암중모색만을 하고 있지. 나는 자기는 어떠한 대가大家에게서도 배우지 않았고 오히려 모든 것은 오직 자신의 천재의 덕을 입고 있을 뿐이라고 자만하고 있는 미술가들을 알고 있지. 이 사람들이야말로 어리석은 자들이지! 이런 생각으로 모든 것이 잘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세계가 자신들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 어리석기 그지없는 자신들을 어엿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어 준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중략) 내가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재료를 제공해준 나 이외의 수천의 사물들과 인간들의 덕분이지, 거기에는 어리석은 자도 있고, 착한 자도 있고, 또 양식이 있는 자도 있고, 무지몽매한 자도 있지. 어린아이도, 젊은이도,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분도 있었지. 이 모든 사람들이 내 마음속에 떠 올라 생각하고, 생활하며 작용을 하며 나에게 자신들이 모아놓은 체험을 이야기해 준 것이지. 이리하여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씨를 뿌려준 것을 손에 잡아 거둬들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던 것이야. 예컨대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을 자기 힘으로 얻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힘을 빌어서 얻었는가, 자기 힘으로 일했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일했는가를 묻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네. 중요한 것은 원대한 의지를 품고 있느냐. 그리고 그 의지를 실현할만한 재능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라네. 그 밖의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지.“ 괴테의 <에커만과의 대화ㅣ> 1832년 2월 17일 중에서
이 지상에서 살면서 이렇게 저렇게 연관 되어 있는 인연, 지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다 나의 스승이고 길잡이다. 그런데, 그걸 깨닫지 못하고 살면서 좁쌀만도 못한 이익 때문에 누군가를 질시하고 시기하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그냥 살아간다.
잠시 살다가 가는 생,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답은 하나다. 욕심을 버리고 좀 더 넓게, 대동大同의 정신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그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