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하나를 풀고 왔다
김경숙
사방을 끌어모아
꽃 한 송이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세상 모든 꽃은 다
매듭 같아 보인다
주섬주섬 싸서 갔던 곳에다
손아귀에 쥐어져 있던 매듭을 풀고
꽃인 양
이것저것 풀어놓고 왔다
빈 보자기는 또 펄럭이지도 못하는
풀죽은 바람 같다
가방은 그 속에
갸우뚱, 의문들이 들어있지만
보따리는 아무리 야무지게 싸도
들어있는 것들의 윤곽이 보인다
그러니 야무지게 봄을 묶어 놓은 저 꽃들은
하나같이 보따리 사방을 끌어모아 놓은
보자기 매듭 같아 보인다
묶은 순서를
되짚어 푸는 꽃
풀고 간 꽃잎 자리엔 파란 열매들이
보따리 속인 양 남아있고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 씨앗들 속엔
야무지게 묶어 놓은 내년이 들어있겠다
애써 모은 뭉치를 들고 온 사람을
환한 봄을 맞듯 반겼을 것이고
혹은 들고 간 적 있는 사람은 꽃핀 날 인양
마냥 즐거웠겠다
묶은 손과
푼 손이 만나는
꽃핀 날,
나무들은 또 쏴쏴 숲을 풀어놓는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6월호 발표
김경숙 시인
2007년 《월간문학》시부문 등단. 저서ㄹfh 『빗소리 시청료』 큐얄코드영상시집『먼지력』외 출간. 한국바다문학상, 해양문학상, 부산문학상 본상, 세종문화예술상대상 모던포엠 문학상, 제14회 천강문학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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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하나를 풀고 왔다 / 김경숙
박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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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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