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안방을 차지한 늙은 코끼리는 식사를 맥주병으로 하고 작은 방에서 칠 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는 여우는 절대 찾지마가 유일한 주문입니다 대학교를 다니는지 마는지 모를 코알라는 문간방에서 나올 줄을 모르고 곰 아줌마는 넓은 거실을 차지하고 살지만 콩알만한 가슴으로 닫힌 문을 주시해야 합니다
서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규칙을 지켜야 해서
뒷짐을 지거나 뒷꿈치를 들고 걸어야 하는
거룩한 일상은 닫혀있는 문에서 시작 합니다.
<시작노트>
눈길 닿는 곳마다 꽃물결이다. 나도 활짝 피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봄바람에 실어 보낸다.
일 년에 한두 번, 행사 있을 때 모이는 친척들...... 세월의 무상함이 피부로 닿는다. 그동안 사는 이야기를 펼쳐놓고 듣다가 거룩한 동거를 생각해냈다.
사람마다 서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원칙을 갖고 산다. 그걸 존중하는 삶을 시로 표현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