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시작되자 학생들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글을 써오라고 하는 숙제가 떨어졌다.
일명, ‘나’를 소개하는 신문. ‘나의 좌우명’, ‘나를 소개합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 ‘나의 꿈’, ‘내 소개를 광고로’로 구성된 한 장의 신문을 꾸며오는 것이 숙제이다.
‘나를 소개합니다’는 특기, 해보고 싶은 일, 가보고 싶은 곳을 적어야 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에는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의 성격, 외모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 최근 결정하거나 이룬 일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적으면 된다.
5학년에 올라간 딸이 자기소개 신문을 한 칸씩 채워가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딸 옆에 나란히 앉아서 나를 소개하는 신문을 채워봤다.
특기, 내 특기가 뭐더라. 딱히 특기라 할 것이 생각나지 않지만 뭐든 적어보았다.
해보고 싶은 일과 가보고 싶은 곳은 넘쳐나게 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성격과 외모도 대충 썼다.
최근 결정하거나 이룬 일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기억이 안난다. 최근에는 결정장애와 못이룬 일 투성이라서 일단 쓰는 것을 보류했다.
이제 마지막, ‘내 소개를 광고로!’인데, 하하, 근데 여기 딱 막혔다. 나를 광고하라니. 낯설기도 하고 나를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어서 쓸 수가 없었다.
딸은 어떻게 하고 있나 슬쩍봤다. 딸 역시 ‘내 소개를 광고로!’에서 무엇을 적을지 한참 고민을 하다가 “새학년 친구들아 친하게 지내자”라는 광고아닌 광고글로 숙제를 마쳤다.
반면 나는 어떻게 하면 나를 잘 광고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 중이다. 갑자기 멋진 광고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홀려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떻게 만들지? 명함처럼 만들까? 아니 그건 좀 식상하니까 영상으로 만들어봐? 내용은 뭘로 채우지? 컨셉부터 잡아야겠다. 등의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1년에 한 번씩 나를 광고하는 광고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광고를 만들면서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봐주면 좋겠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잠깐씩 쉬고 돌아보며 정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한 광고만들기. 올해 하고 싶은 일 하나가 추가되었다.
첫댓글 오, '나를 광고한다'니 멋진 아이디어에요.
딸 아이의 광고 아닌 광고글은 다시 봐도 재밌고요. 이제 막 4학년을 마친 아이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광고글이 친하게 지내자는 말이라니. 착하고 친구 좋아하는 아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