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를 했다. 어디서 코로나에 걸렸는지는 알 수 없다. 주변인들이 하나둘 확진이 되면서 스멀스멀 바이러스가 나를 옥죄온다 싶더니 여지없이 목이 따끔거리고 이틀 내내 속이 메슥거렸다. 젊었을 때라면 임신인 줄 알았을 텐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메슥거림도 반가울 때가 다 있구나.
자가격리는 끝났지만 막상 만나야 할 사람들이 살짝 겁을 먹는다. 보건소에서 3일을 더 칩거하라니 다시 자체 격리를 3일 더 한 후에야 바깥 공기를 쐴 수 있었다. 식구들이 다 걸린 와중에 나 빼고는 아픈 데들도 없고, 심지어 첫째는 끝까지 음성이다. 학교를 안 갈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하는 걸 보니 이제 정말 코로나는 두려운 병이 아닌 감기 정도로 인식해야 할 것 같다.
나름 위기의 순간이었다. 신랑이 탁구클럽 문을 닫아야 했고 회원들이 불안해서 떠나진 않을까 우리는 전전긍긍했다. 내가 확진된 후 일주일 사이 갑자기 확진자가 급증했고 정책이 바뀌었고 보건소는 어수선했다. 정해진 답이 없는 시험 문제를 푸는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자가격리 해제를 위해 음성이었던 첫째를 데리고 보건소에 갔을 때 멀쩡한 사람들의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다. 동거 가족 PCR 검사 의무, 자가격리 해제시 음성이었던 동거 가족 PCR 검사 의무 조항 때문에 보건소 줄이 길어진 참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줄을 보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PCR 검사는 뭘 위해 필요한지 아주 큰 의문이 들었다. 확진자 최고치를 매일 경신 중이었고, 정작 아파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회사에 제출할 확진증이 필요한 걸까? 어린이집에, 또는 학원에 제출할 음성 확인서가 필요한 걸까? 검사를 하라니 검사를 하러 온 거겠지. 보건소 직원들은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땀을 뻘뻘 흘렸다.
그때 한 동남아시아쪽 여자분이 아이 셋을 데리고 보건소로 뛰어왔다. 가장 어린 아이를 등에 들쳐 없고 있었는데 아이가 열이 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보건소 직원은 줄을 서라는 말만 하고 돌아섰다. 그 광경이 참 기이했다. 코로나로 아픈 사람을 위해서만 빠른 치료를 위해 PCR 검사가 의미가 있을 텐데, 정작 긴 줄의 끝에 코로나로 유일하게 아픈 아이가 줄을 섰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검사인지 헷갈리며 집에 돌아오는 길에 3월부터는 동거가족 자가격리가 면제된다는 뉴스를 봤다.
인생은 그저 타이밍인 것인가. 정부에서 하는 일에 좀더 신속함을 바라는 건 욕심인가.
아무쪼록 그 아이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가격리를 마쳤다.
첫댓글 아이가 아픈 경우 좀 양보해 달라고 직원이 조정해 줄만도 한데 그저 줄 서라고만 하는 게 너무 차갑고 아쉽게 느껴지네요. 막상 치료해 주는 것도 아니고 검사 뿐인데 그 시간이도 단축해주면 좋았을것을요....
아...반가운 메슥거림이라니 ㅠ 고생 많으셨어요. 그 아이도 부디 건강해졌기를.
그 아기가 정말 걱정되네요. 크게 아프지 않았길...
아,, 정말 생업도 달린 문제라 난감하고 힘드셨겠어요. ㅠㅠ 이젠 정말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몸도 회복하시고 탁구장도 타격 없길 바래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