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그리면서
최복선
한 살, 한 살 나이가 더해지면서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친구가
그립다.
내 어떤 모습이라도 흠 잡지 않고 서로 잘 아는 이의 흉을 보아도 말이
샐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던 친구가 오늘따라 몹시 보고 싶다.
이해하자고 들면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어 친구와 결별을 했다. 가
끔씩 그녀가 생각이 나고 궁금하면서도 애써 무심한 듯 지내온 지 일년이
지났다. 여행을 계획해도, 심경에 변화만 생겨도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존심 그것이 무엇이기에 친구와의 소중한 인연을 끊으려 했
는지 세상을 이만큼 살고도 경솔했던 행동이 자책이 되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 거리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한 친구의 잘못도
있었지만 십여 년의 우정을 칼로 무 자르듯 냉정하게 돌아섰어야 했을까.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그녀가 미안하다고 내게 전화를 했을 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전화를 기
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녀를 이해하려는 마음보
다는 내 감정에 빠져 돌아섰으면서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 내가 가증스
럽다고 생각했다. 나의 부족함을 들여다보지 않고 친구의 잘못을 감정으
로 처리한 속물스러움이 마음 아팠다.
이런 마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
다.
서로의 소중하게 간직했던 마음이 교감이 되었다.
목소리를 확인하고도 우리는 잠시 침묵하였다. 전선을 통하여
한때는 친구가 피붙이 보다 더한 끈끈함으로 마음을 끌어 당겼고 세상
에서 전부였었던 적도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 낳아 기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이상처럼
멀기만 했고 바로 코앞에서 부딪혀야 하는 현실에 전전긍긍하면서 살게
되었다.
친구가 그리워도 친구 찾을 여유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세월은 빠르게
지나갔다. 어미의 품안에서 조랑조랑 매달려 놀던 아이들이 또래 집단의
곳으로 눈을 돌려 곁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조금씩 여유있는 시간을 얻게
되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책을 읽거나 이런저런 상
념에 몰입해 있어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었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갇혀있는 이상이 아우성치며 밖으로 뛰쳐나
와 나를 들쑤셔 놓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많이 외로웠다. 혼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생각이 바뀌어지고 따뜻한 가슴을 지닌 친구가 몹시 그리워졌
다.
나는 그 동안 세상을 편식하듯 살아왔다.
좋고 싫은 것에 분명한 선을 긋고 살았다고나 할까. 그것이 사람 사귀
는 일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겉모습을 보고 사람됨을 평가하려는 교만한
생각을 하였고 행동이 경망스럽거나 말이 많고 건방을 떠는 사람과는 말
조차 하기 싫었다. 사람 사귀는 일에 편협하다보니 사고의 깊이는 있을
지라도 생활의 폭이 좁아지고 스스로 고지식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
것은 안돼 저것도 싫어 본인의 의식을 억제시키고 이탈이라도 하면은 큰
일이라도 날것처럼 부담스러워 하였다.
규제를 가했던 의식으로부터 자유롭고 묵은 감정의 찌꺼기들을 모두 털
어내 비워내면서 살아야겠다.
이제는 나도 남에게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혹여 잘못이 있다고 하여도 지적하기보다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고 배려
하려는 마음이 네게 있었으면 좋겠다.
기분 내키는데로 말하고 행동하면서 살기엔 지금의 나이가 부끄럽지 않
겠는가. 남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여 적을 만들어 살기보다 화해하고 이해
하면서 살아야겠다.
십대, 이십대에 생각했던 마음보다 더한 절실함으로 친구가 그립다. 말
하지 않고 걷거나 마주 앉아 있을 때, 침묵한 채 내 생각에 빠져 있어도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그런 친구가 곁에 있었으면 참 좋겠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말없이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고 설사 사는 것
이 힘들어 초라해진다하여도 나의 외형적인 것과는 상관없이 변함없는 마
음으로 곁에 있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처럼 소
중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리워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으로도 행복하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이만큼 살아오면서 자신을 낮추었을 때 스스로 편해
질 수 있고 마음을 비워내야만 남도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해 주는 친구만 사랑한 사람은 나중에 눈물을 흘리고 미운 친구까
지 사랑한 사람은 나중에 웃음을 함께 나눈다고 하였던가.
진리와 의리를 소중히 간직하면서 내 마음이 정겨운 뜨락이 되어 볕이
찾아드는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언제나 비워두리라.
1999.
첫댓글 사랑해 주는 친구만 사랑한 사람은 나중에 눈물을 흘리고 미운 친구까
지 사랑한 사람은 나중에 웃음을 함께 나눈다고 하였던가.
진리와 의리를 소중히 간직하면서 내 마음이 정겨운 뜨락이 되어 볕이
찾아드는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언제나 비워두리라.
그리워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으로도 행복하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이만큼 살아오면서 자신을 낮추었을 때 스스로 편해질 수 있고 마음을 비워내야만 남도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해 주는 친구만 사랑한 사람은 나중에 눈물을 흘리고 미운 친구까지 사랑한 사람은 나중에 웃음을 함께 나눈다고 하였던가. 진리와 의리를 소중히 간직하면서 내 마음이 정겨운 뜨락이 되어 볕이 찾아드는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언제나 비워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