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아들의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작년 이맘때가 생각납니다. 고등학교 입학하여 중간고사 첫날 시험을 치루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자퇴하겠다고 했던 것이요.
아마 저의 불안감이 아이에게도 전달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좋은 등급을 받아서 인서울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작년엔 아이가 시험을 망쳤다며 채점도 해보지 않을 땐 친구 엄마에게 답안지를 물어봐서 채점해 보곤 했고, 성적표를 받는 날이면 오자마자 가방을 열어 성적표를 확인하곤 했지요.
얼마 전 아들이 아침에 등교할 때 현관에서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엄마, 난 잘살거야. 난 재능이 많으니까."
"그래, 넌 잘살거야." 대답해 줬는데,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뭔 근자감이지? 뭔 재능?'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싫지는 않더라구요. 그러면서 제가 예전에 아들과 이런 대화를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아들이 "엄만 내가 ○○처럼 공부 잘했으면 좋겠지?"라고 물었을 때, "공부만 재능이냐?"라고요. 말은 이렇게 해놓고 공부만이 재능인양 대학 입시에 너무 안달복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인서울 못하면 어때? 인생에는 길이 많고, 재능은 다양한건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비우게 되더라구요.
마음을 비우고 나니, 공부 안하고 빈둥거리는 모습에도 그렇게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덜하더군요.
제가 불안해하지 않자, 아들도 첫날 시험을 보고와서 "생명과학은 3문제 틀렸고, 영어는 망친거 같아, 채점도 안해봤어."하면서 웃더라구요. 어제는 수학이 어려웠다, 못 봤다 하면서도 화내지 않고 웃는 모습에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는 제 마음도 편했습니다.
오늘 아침엔 아들이 학교 가면서 "내일이면 끝난다."하면서 웃으며 나가더라구요.
제가 안달복달한다고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성적이 더 잘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냥 내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첫댓글 아.... 마음이 뭉클해요.
아이도 대견하고요. 1년새 훌쩍 더 큰 것도 같고요.
자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 게 그 어떤 일보다 어려은데, ( i.i)
중간고사 끝나고 이번 주말은 맘 편히 놀았음 좋겠어요!
3년 내내 그리고 수능이 끝난 후에도 입시와의 전쟁에서 해방될 수 없었던 큰아이의 몇 년 전 모습이 떠올라 많이 안쓰러워져요.
노력을 안한 것도 아니고, 내신이 어렵기로 유명한 학교에서, 사교육 도움 하나도 없이 3학년2학기 마지막 기말고사까지 꾸준히 상승곡선만 그리다가 수능에서 수직낙하 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하늘이 무너지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시로 갈껄 왜 욕심부려 정시파이터로 생고생을 했었는지 아직도 후회가 많이 남아있어요.
아이는 자책하고 비관하며 좌절을 극복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답니다.
어머니의 믿음과 지지 속에서 부디 지금의 그 근자감(아마 근거 있는!! 자신감일 것 같아요)이 아드님의 앞날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기원 드립니다.^^
수능 때 너무 힘든 시간 보낸거 같아 글을 읽는데도 정말 안쓰럽네요...ㅠ
그리고 이렇게 응원의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집니당!
아이가 정말 멋져요. 순간의 행복을 살겠다 결심하는 엄마가 키운 아들이라 그렇겠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