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하는 권일한 선생님의 문해력 강의를 듣게 되었다.
선생님은 글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말도 잘 하시더라. 중간중간에 하시는 자식자랑(?)도 귀엽게 느껴졌다.
책읽기과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문해력이 길러지는지를 찬찬히 설명해주셨는데,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선생님 강의 중 뜨끔한 게 하나 있었는데,
다른 사람의 글이나 표현을 따라하다 보면, 마치 그 생각이 자기 생각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기는 그렇게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예를 들어 말로는 '소통이 중요하다, 협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말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가지고 앵무새처럼 남이 하는 말, 글에 적힌 말을 반복하지만 자기가 생각한게 아니니 행동과 매치가 안 된다. 그 말씀을 듣는데 뜨끔했다.
내가 주로 쓰는 글이라는게 보도문, 인사말, 권두언이다 보니 정작 그 글에 내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말한, 그럴싸 해보이는 글을 짜집기해서 쓴 적도 부지기수다.
그런 습관이 지속되다보니 회사 글이 아닐 때도 내 경험, 내 생각 보다는 듣기 불편하지 않은, 적당히 교훈적인 내용의 글을 쓰게 된다. 스스로 내용을 검열한 적도 많았다. 내 생각을 날 것으로 적는게 두려웠던 것 같다. 비난받을까 봐? 내 생각이 틀렸다고 할까봐?
그러던 중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녀의 글에도 가끔은 ~해야 한다 류의 교훈적 어투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이 시원하게 적혀 있었다.
읽다보니 속이 후련해지는 게 사이다 한 병 마신 느낌이었다. 어쩌면 글을 읽는 독자는 글쓴이의 '생각'을 마시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작가만의 독특한 글맛. 그 맛을 보여주려면 가감없이, 쑥스러움은 내려놓고 조금 더 글에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해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그래서 글에 그렇게 표현했다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이제는 글에, 네 얘기가 아닌 내 얘기를 담도록 노력해야겠다.
(특히, 논쟁이 될 수 있는 글에. 비난 좀 받더라도, 혹은 내 생각이 다를 수 있어도 당당히 말해야지!)
다시 권선생님 강의로 돌아와서...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딸들의 글을 듣다보니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아버지 곁에 앉아서 그 목소리를 듣는게 너무 좋고, 아버지와 책 장난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즐겁다는 자녀들은 이 세상 아이들이 아닌 듯 싶다. 그들은 강원도 산골짜기 '별에서 온 그대' 같다! (이 세상 사람 경지가 아니라는 말씀 ^^) 권선생님도, 그리고 자녀들도 서로 참 복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 강의를 들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강의를 들었으면 뭐라도 실천해야 하니까... 오늘부터 갑자기 책 읽어준다고 하면 징그럽다고 할테고, 책을 읽은 후 생각을 서로 나누는 것은 시도해보련다.
첫댓글 중학생이면 전혀 늦지 않았습니다. 애가 나가라고 하지만 않는다면 자기 전에 조금만 들어보라고 사정(?)해보시길~ 책 소감 나눔만으로도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근데, 전 제 생각이 별로 없어서 남의 생각이라도 많이 주워듣지 않으면 머릿 속이 하~~~얀 상태가 돼버려서 ㅠㅠ
얼른 권일한 샘 문해력 강의 들으러가야겠어요!
강의 정말 재밌었죠?
전 요즘 독서 논술 강의를 듣고 있는데, 애들 크기 전에 좀 더 일찍 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다들 좋았다 하시니 권쌤 강의를 듣고 싶어지네요!
권일한 선생님은 전설의 레전드입니다 ㅋㅋㅋ
와,, 어떤 이야기일까 빨리 듣고 싶어지네요.
헉.. 진희쌤이 글을 넘 잘써주셔서 권일한 선생님 강의스케치를 쓴 제 글이 부끄럽습니다.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