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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아침 순번이 돌아온 녹색학부모회 활동을 마치고 몇몇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 한 엄마는 6학년 큰아이를 아이를 좀 먼거리의 '0000 00"라는 학원에 보내다 너무 힘들어 해서 "000"로 옮겼었다고 한다. 두군데 모두 학부모라면 한번씩은 들어봤을 유명 프랜차이즈 수학전문 학원이다. "000"학원에서 아이가 중등과정까지 모두 마치고 고등과정을 하는데 너무 힘들어 해서 지금은 운동을 보내고 인강을 듣도록 하며 놀리고 있다고 한다. 집 근처의 학원에 문의를 해도 그 아이를 지도할 선생님이 없다고 거절받았다는데 좋은 학원이 없는지 물어봐왔다.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학원을 끊고 집에서 놀게 해주는 좋은 엄마 노릇에 뿌듯해 하는 것이 느껴진다. 먹는것을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인강을 제대로 안듣고 공부를 안하면 맛있는 거 안준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말을 잘듣는다고도 한다.
중학교 과정을 18개월만에 마치다니 아이가 천재적인 수학재능이 있는 것 같아 실제로 놀랍기도 했다. 특목고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이가 힘들어하지는 않는지 물었다. 특별히 특목고를 목표를 하진 않지만 재능이 있는 수학만 팠다고 한다. 그러데 아뿔싸, 역시나 힘들어 하며 모르는 부분은 다음에 공부하도록 하고 그냥 넘어간단다. 그래서 좀 덧붙였다. 반년 이상의 진도를 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이의 뇌발달과 인지수준을 고려하여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고등은 무리니 조건없이 그냥 좀 쉬게 해주라고 말이다. 어쩌면 처음 본 엄마의 오지랖으로 무례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한국 교육의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에 답답함을 다시한 번 느꼈다.
그러던 중 얼마전에 읽은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저, 열린책들, 2020)이 겹쳐졌다.
"배움의 발견"은 1986년에 태어난 저자의 실제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은 책으로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의 삶을 담고 있다. 타라 웨스트 오버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자로 언뜻 평탄한 엘리트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첫 장부터 그녀의 삶은 정말이지 소설이라고 해도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몰몬교 근본주의자들로 7자녀를 낳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일체의 의료행위를 거부하며 공교육을 시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정부가 하려는 모든 것들에는 음모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 예로 공교육을 거부한 어떤 가정을 정부에서 보낸 요원들이 전멸시켰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로부터 반복적으로 들은 그 이야기는 저자의 깊은 두려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학교는 보내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고철을 수집하는 일을 시킨다. 안전모나 안전화와 같은 장비는 걸리적 거리기 때문에 오히려 착용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것 없어도 신이 모든 것을 지켜주실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자녀들 모두 관통상, 낙상, 뇌진탕, 화상을 달고 살았다. 조금만 복장이 화려해지거나 또래 이성과 이야기를 해도 창녀라고 뒤집어 씌우기도 한다. 폭력적인 숀 오빠에 대해서는 본래 선하나 악령에게 씌워 그런 것이라고 끝까지 두둔하며 저자가 당한 일에 대해서 일말도 인정하지 않는다. 추후 저자는 아버지가 조현병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 전멸당했다는 가정의 사건은 전혀 다른 별개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벌인 일임을 알게 된다. (KKK단)
책의 중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저자가 학문적인 성과를 내는 시기에는 뭔가 그래도 그런 가족의 분위기에 변화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들은 결국 끝까지 모든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 단, 2명의 오빠는 타라의 편에 섰다. 배움을 통해 부모들이 얼마나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타라는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의 권유와 신뢰를 바탕으로 배움과 성장을 몸소 보여주었다.
배움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잘못된 정보로 자기확신을 가졌을 때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벌이게 되는가. 홀로코스트, 제주4.3, 광주민중항쟁 등 수많은 역사에서 그런 폭력, 야만을 보아오지 않는가? 사람은 배움이 없으면 두려움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만의 인식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게 된다. 배움은 내 안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나와 다른 존재의 진실을 볼 수 있게 해주며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타라는 가족들의 가스라이팅에도 본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며 그 틀을 깨고 나온 것이다. 내 삶을 일상적으로 영위하는 것은 물론, 이 세상의 현상들을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을 지식을 쌓아야 하니 배움은 정말 중요하고,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주말동안 뉴스를 떠들썩하게 한 우리나라 지도자 언행 사건 또한 우리는 언론의 가스라이팅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전 국민을 난청 환자, 맥락을 보지 못하는 우매한 자로 만들 작정인가?
그런데 이후 가만 생각해보니 그 외에도 생각해 볼 부분이 많았다. 타라 웨스트오버는 만 16세 까지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러니 당연 특목고에 가기 위해 초등 나이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하지 않았을 뿐더러 대학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아버지가 시키는 일까지 피해가며 독학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 짧은 대학 입학 준비 기간 동안의 배움으로써는 입학해서도 홀로코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을 정도로 일반상식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대학에 합격한 후 많은 일들을 이루어냈다.
그런데, 타라 웨스트오버가 한국인 이었다면 어땠을까?
20세가 되면 따끈따끈한 신제품으로 출시되어 유통(대학)을 거쳐 시장에 판매되었어야 했는데 누구하나 미완성된 제품을 거들떠 보기라도 했을까? 애초에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사람의 완성시기와 유통기한을 이미 사회적으로 정의해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아 자유로워지는 것이 현재로써는 우리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모두의 정의로 만들기 위해 우리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공부는 잘하지만 일상생활은 도움이 없으면 잘 수행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청소는 할 수 있나? 사과는 깎을 줄 아나? 분리수거는 얼마나 해봤을까? 혼자 할 수 있는 건 얼마나 될까? 가장 중요한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된지 오래다. 살아있지 않은 배움을 고통스럽게 해내는 우리 아이들이 애달프다. 오늘 93학번 선배로 부터 엘리트코스를 밟고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가진 것 같이 보이던 친구들이 명퇴 한번에 고꾸라져 울면서 전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그것에 대해 정의내린 후에도 아이를 20살에 완성된 부품이 되도록 내 몰 수 있을까?
첫댓글 처음 보는 학부모에게 지나친 선행의 폐해를 말하셨다니, 그 용기가 놀랍습니다. 그 분도 놀라셨을 거예요. 본인의 생각을 잠시라도 되돌아보는 자극이 됐을 거예요.
각자 갖고 있는 프레임으로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세계 안에 갇힐 수 있는지 보여주는 놀라운 책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