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꿈꾸고 있는거겠지? 지금. 그렇다고 말해봐. 제발…
곱게 뻗어진 검은색의 속눈썹이 아름다웠어.
너는 입술이 두툼해서 마음에 안든다고 했지만 내 눈엔 붉은 앵두처럼 탐스러웠어.
오똑하지는 않지만 동양인 특유의 작고 아담한 코도 귀여웠어.
가느다란 너의 목선은 유난히도 섹시했고, 너의 그 우윳빛으로 이루어진 살갗은 매우 부드러웠어.
그 살갗에 나만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 난 너무나 좋았어.
부드러운 너의 머리카락이 내 뺨에 닿아서 간지러우면 나는 괜시리 웃었어.
너는 그런 존재야.
"거짓말이지?"
"응. 맞아"
내가 너에게 처음 반했을때도 넌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 같았어.
유난히도 독기어린 그 눈이 나는 너무나도 이뻐보였던 것은 왜일까.
지금도 넌 이뻐. 충분히…
곱게 뻗어진 눈썹이 잔뜩 찡그려져도, 두툼한 너의 입술에서 독기 어린 말이 튀어나와도 말이야.
그 입에서 넌 어제까지만 해도 사랑한다고 말했었잖아?
미안해. 아직도 옜날을 추억하고 있나봐. 이렇게 네가 나에게 욕을 퍼부어도 말이야.
"미친놈! 네가 날 갖고 놀아? 그래? 내가 그렇게 만만했니?"
그래, 지금처럼 손을 뻗어서 날 쳐봐.
나를 다소곳이 안아주었던 너의 그 부드러운 손으로 나를 아주 세게 쳐봐.
그래야 나도 정신이 제대로 들 것 같아.
빨리 쳐봐. 나는 아직도 너를 보고 있지 않나봐.
내 눈은 아직도 어제를 바라보고 있고, 어제의 널 사랑하고 있나봐.
미안해. 나 정말로 미쳤나봐.
이렇게 아프다는 느낌이 볼에서 싸악 퍼지는데도 모르다니 말이야.
미안해. 나 정말로 돌았나봐. 그러니깐 이젠 그만 가버려.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널 찼으니깐 네가 먼저 가버려.
날 버리라구.
울지마 그렇게 울지마 소리내어서 울지 말라구.
"바보같은 자식……. 그래, 네가 날 찼으니깐 난 갈꺼야! 어디 잘 사나 한번 보자!"
그래, 그렇게…….
보통 여자들은 울때가 가장 이쁘다고 하더라. 하지만 난 말이야.
너는 웃을때도 이쁘고, 화날때도 이뻐. 모두 예뻐. 지금도…….
얼마전까지만해도 정말로 웃겼던 이야기중 하나가.
'사랑하니깐 헤어져줄께'
'내가 죽으면 네가 슬퍼하잖아'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널 정말로 사랑했어'
이런 이야기들. 하지만 나에게 찾아온 이 웃긴 이야기가 거짓말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
너무 많이 웃어서 신이 나에게 벌을 주는건가?
아니면, 너도 한번 이런 말을 해 보라는 하늘의 장난인가?
몰라. 난. 그딴 것.
지금 왜 이렇게 희미해져만가는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는걸까?
한번만, 단 한번만 너의 따뜻한 품 속에서 웃고 싶어.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그냥 한마디만 들려주면 돼. '사랑해'라고 말이야.
그냥 그 한마디만…….
"가슴이 아파. 현기증도 나고 말이야. 답답해"
그래, 이게 지금 내가 죽어가는건가? 내가 죽어가는 이유인 건가?
살고 싶어. 살고 싶어. 그 의사의 대가리를 찢어버리고 싶을만큼. 살고 싶어.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시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어. 사랑해. 나는 말이야 널 사랑했어.
내가 죽더라도 꼭 행복하게 살아. 소라야…….
"아, 정말로 저는 괜찮은 겁니까? 가슴이 답답해서 혹시나 했는데 말이지요 친구녀석이 잔뜩 겁을 주지 뭐예요."
"하하, 괜찮습니다. 다만 먹는 것을 조금 조심하십시오. 장염이니깐 말이에요."
"예, 의사 선생님."
가슴이 유난히도 아파오는 것을 느끼고서는 병원에 갔다.
겨우 장염따위에 이렇게 쫄았던 내가 너무나도 한심스러운 것이 왜일까.
온 신경을 곤두세웠더니 배가 고파온다. 음, 하지만 장염이라서 당분간은 싱겁게 멍어야 하는데…….
이런 저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서는 평소 자주 사먹었던 김밥과 죽과 김치를 사가지고서는 동네에 있는 바닷가로 갔다.
그리고 약간의 가슴에 쓰라림이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장염'이니깐.
따끈따끊나 전복죽을 혼자서 먹고 있었다. 추운 겨울 바다의 싸늘한 파도소리에 맞춰서 나는 뜨거운 전복죽을 호호 불면서
먹고 있었다. 물론, 김치도 같이 먹으면서 말이다.
"이 바보같은 새끼!!"
갑자기 이 즐거운 식사중에 어떤 미친 여자가 바다에 대고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런 구경은 처음이다 싶어서 냅다 뜨거운 죽을 던져놓고서는 김밥을 들고 바닷가 가까이로 다가갔다.
김밥 하나를 집어서 우물우물 먹고 있었을 때였다.
"이런 씨발 새끼야! 미친 새끼! 또라이놈!"
여자는 이렇게 유치한 언어를 마구마구 바다에 쏟아부었는데 여자의 표정은 그렇게 유치하지가 않았다.
너무나도 진지했다고 해야할까? 음, 하지만 눈물에 콧물은 너무나도 지저분하다.
하지만, 이쁜 얼굴이네. 미인이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김밥을 집어먹는 나는 뭘까?
그리고 곧 일은 벌어졌다. 그 아름다운 미인이 차가운 겨울 바닷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은 그녀와 나뿐. 그리고 그녀를 말려야하는 사람도 나 뿐. 결론은 더 이상 이렇게 태평하게 볼 수는 없다!
나는 놀란 마음에 바닷가로 달려나갔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한 발, 한 발, 꿋꿋하게 바닷속으로 뛰어드는데 내가 어떻게 말릴 수 있을까.
하지만 이대로 두면 정말로 그녀는 저 깊은 바닷속에서 눈을 감을 것만 같은 생각에 나는 재빨리 바닷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죽지마!!"
그녀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차가운 바다의 출렁임이 나의 살 속을 파고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렷이 그녀의 눈물을 보았다.
그리고 미친듯이 그녀에게 달려나갔다.
첨벙첨벙 소리가 들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내 마음대로 안 움직여준다는 그 생각에 욕을 내뱉으면서 나는 그녀에게로 달려나갔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서는 갑자기 날 안았다.
"으어어어어엉"
그리고 난, 그 차가운 바다 속에서 빠져나올 타이밍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슬픈 여자였다. 나에게는 말이다.
문득 가슴에서 쓰라린 고통이 또 나를 파고들어갔지만, 나는 또 무시했다.
이 추운 겨울날에 바닷가에 뛰어들 생각을 하는 그녀를 보자 나도 모르게 안쓰러웠다는 느낌이 났었다.
"왜 그렇게 생명을 함부로 해요?"
"더이상 살기 싫어서 그랬어요."
그녀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살기 싫었으면 이렇게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따뜻한 코코아의 온기에 몸을 맡겼을까?
아직은 살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 그녀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때 내가 그녀를 구하려고 했을때.
자신의 옛 애인이 나를 구하러오는줄만 알았다고 했었다. 그런 착각이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그녀는 더욱더 깊은 곳으로 갔을지도.
그녀는 지금 나에게 속삭인다.
"사랑해"
그리고 나는 하늘에 감사한다. 그녀를 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아름다운 그녀를 나에게 준 하늘에 감사해요. 정말로.
그녀는 유난히도 뒷모습이 아름다운 여자였고, 두툼한 입술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늘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입술이 이상하다고 투덜거렸고, 그럴때면 난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그럼 내가 가려줄께"
그리고는 부드러운 키스.
나는 사랑한다. 그녀를. 그녀의 입술도, 그녀의 머리카락도, 그녀의 목도, 그녀의 목소리도, 그녀의 눈도.
말도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그녀의 모든 것이 좋다.
하지만 특히나 좋은 좋이 그녀가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와 나에게 언제나 속삭이는 '사랑해'의 소리.
달콤한 사탕처럼 감미롭다.
하지만 요즘은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이상하게도 어느순간부터 계속 잠이 오기 시작하고, 살이 마구 빠지기 시작한다.
점점 야위어져만 가는 내 모습에 그녀는 나를 걱정하고, 나는 그냥 밥을 안 먹어서 그런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목에서 가끔씩 나오는 피.
그것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녀를 계속 안고 싶은 이유다.
"불안해. 왜 이렇게 불안하지?"
"뭐야, 어리광이 심하잖아."
그녀의 심장 소리를 느끼고, 그녀의 품에서 따스함을 느끼고 그녀의 향기를 느꼈을때야말로 난, 편안해진다.
"몰라, 널 계속 안고 싶어."
"그럼 안아. 계속… 질릴때까지 말이야. 대신, 내 이름 불러줘."
"소라…. 윤소라……."
그리고 그녀의 부드러운 몸뚱아리에 나만의 흔적을 새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매우 흥분한 듯한 그녀의 신음소리도, 그녀의 부드러운 향기를 맡는 것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는 내 것.
이렇게 사랑하는 것도 지금 이 순간. 오늘 이 순간 뿐.
"어머, 어떡하지? 두 사람의 챠트가 바뀌어버렸어!"
어느 한 병원.
들어온지 얼마 안된 간호사 하나가 두 개의 챠트를 보고서는 어쩔줄을 몰라 하고 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간호사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서는 다시 제자리고 챠트를 넣는다.
"휴우, 의사 선생님도 눈치를 못 채신 모양이야. 다행이네.
다시 넣으면 아무도 모르겠지?"
한 간호사의 실수로 두 남자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까.
그리고 두 남자의 사랑까지도…….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세요//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Sunrise+
첫댓글 정말정말 ㅜㅜ 감동적이에요 ㅜ , 그 간호사 때문에 두사람의 사랑까지 바뀌다니 ㅜㅜ ,,남자가 너무 불쌍하다,, ㅠㅠ
순수혈통청남이 님, 리플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