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출신으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루이스 피구(29)는 스페인에서 영웅과 배신자의 두 가지 상반된 대접을 동시에 받고 있다.
마드리드 지역의 대표적인 스포츠 일간지인 ‘마르카’ ‘아스’ 등은 지난 17일 밤(한국시간) 피구가 FIFA 선정 ‘올해의 선수’를 수상하자 연일 7∼8개면을 할애하며 피구 관련기사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화보는 물론이고피구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보도하며 극진한 영웅 대접을 하고 있다.
피구가 상을 탄 후 19일 김나스틱 데 토레고나(2부 최하위권팀)와의 FA컵16강전에 모습을 드러내자 레알 마드리드 홈경기장을 찾은 5만여 팬은 일제히 기립해 환호성을 지르며 영웅의 게임을 즐겼다.
반면 바르셀로나 지역의 ‘문도 데포르티보’‘스포르츠’ 등의 신문은 수상 소식만 간단히 처리하고,그 후속 기사에는 인색한 면을 보였다.마드리드시내에서 만난 바르셀로나 출신의 직장인 하비에르 마르칼라 수네(38)는 피구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것에 대해 “전혀 기쁜 일이 아니다”며 “피구는 우리에게 적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피구가 같은 스페인 내에서 상반된 대접을 받는 것은 마드리드를중심으로 하는 카스티야와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하는 카탈루냐 지역의 뿌리 깊은 지역감정 때문이다.두 지역은 언어와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2000년 여름까지 5년간 몸담았던 바르셀로나를 버리고 ‘돈에 팔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피구를 좋아할 리 없다.이들에게 피구가 상을 받은 것은 배 아프고 화가 나는 일인 셈이다.마드리드에서 만난 한 동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외국인이자 프로선수인 피구가이처럼 상반된 대접을 받는 것을 보면 피구가 스페인판 지역감정의 희생자인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