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취미(소리샵드럼학원) 21-3, 한 번만 하고 하자
“쌤, 이쪽 맞죠?”
이보성 씨가 군청로터리에서 법원사거리 방향을 가리키며 묻는다.
눈빛과 고갯짓으로 맞다는 사인을 보낸다.
이보성 씨가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걷는다.
일부러 10미터쯤 떨어져 걷는다.
오랜만에 드럼학원에 간다.
몇 달 쉬었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 다닌 학원이라 가는 길이 익숙하다.
당연하다.
횡단보도 앞에서 한 번 슬쩍 뒤돌아 살핀 것을 빼면, 학원 문을 열고 들어설 때까지 앞장서 갔다.
400미터 정도 되는 거리다.
“쌤!”
힘차게 학원 문을 연다.
들어가서 곧장 드럼 앞에 앉는다.
“아이고, 보성이 왔나? 잘 지냈나? 아픈 데는 없지?”
“쌤, 이거 틀어 주세요. 빨리요, 빨리.”
이보성 씨는 선생님보다 드럼에 마음이 가 있다.
“알았어. 알았어. 이거 연습 한 번만 하자. 한 번만 하고 하자.”
김창석 선생님이 중재안을 내놓는다.
오랜만에 왔으니 오늘 연습은 짧게만 하자는 말을 덧붙인다.
“한 번? 한 번? 진짜죠? 확실하죠?”
이보성 씨와 김창석 선생님이 박자를 맞춘다.
선생님이 이보성 씨 뒤에서 감싸 안 듯 가볍게 손을 포갠다.
오랜만인데, 그토록 기다리던 일인데, 너무나 익숙해서 도무지 오랜만인 것 같지 않다.
이 풍경, 지난주에도 본 것 같다.
2021년 3월 10일 수요일, 정진호
이보성 씨와 김창석 선생님, 박자를 맞추는 두 사람의 손, 마치 어제도 맞춰 본 박자와 풍경. 모든 것이 좋습니다. 박현진
‘이 풍경, 지난주에도 본 것 같다.’ 정진호 선생님의 말처럼 그렇네요. 드럼학원 찾아가는 길도 지난주에 본 것처럼 익숙하고 설레 보입니다. 최희정
오랜만인데도 400미터 번화가를 가로질러 학원까지 갔네요. 이보성 씨가 학원 가는 길은 머리와 몸에 분명히 새긴 것 같습니다. 기쁩니다. 지난주에 본 듯한 익숙함. 또한 기쁩니다. 월평
이보성, 취미(소리샵드럼학원) 21-1, 다시 간다고 말씀드려요
이보성, 취미(소리샵드럼학원) 21-2, 다시 학원 갈게요
첫댓글 '오랜만인데, 그토록 기다리던 일인데, 너무나 익숙해서 도무지 오랜만인 것 같지 않다.' 정진호 선생님의 감정을 따라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