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한태 전화좀 해봐>이 말만 나오면 멀쩡한 마누라가 핸드폰을 어디에 뒀는지
몰라 찾으려고 하는 말입니다. 서울 태생이요 김씨 문중의 김대비의 서른일곱 촌인지
아홉촌인지 되는 장안의 양반집 규수라고 해서, 그럼직한 일가들이 옛날 옛적에는 김
아개는 무슨정승이요. 제 몇 대 김 아무개는 무슨 판서요 제 몇 대 아무는 효자요, 제
몇대 부인은 열녀요, 그럴싸하니 자랑하던 그 족보(족族譜)는 여름 장마철에 뚝방이터
져 물이 안방까지 쳐 들어와도 다른거는 몰라도 족보만은 소중히 가슴에 안고 피신한 장
모님의 그 장한 기상이 깃든 집안의 여식인데, 툭하면 핸드폰을 찾는다니 양반집 규수
의 체면이 말도 아닙니다. 양반집안은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배추장사 하는 아들의 집이고 학교라고는 근처에도 못가본 어머니는 문맹인 우리
집안은 그래서 늘 기죽어 가문때문에 주눅이 들었던 차인데, 그렇다고 내가 언제 핸드폰
잃어 버리고 찾은일이 있었나 이겁니다.
어따 정신을 팔고 사느냐고 참 여러 가지 말과 구변을 다해 일장 설교를 해주고 싶어도 양
반집 규수에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 내 핸드폰으로 마누라에게 전화를 걸어보면 어느때
는 화장실에서, 또 어느때는 비닐봉투 과일사온 봉투속에서, 또는 주방 부뚜막에서 앵앵거
리는 것입니다, 아마도 양반댁이라 향단이 시녀를 거느리고산 과거 경력이 있어 그렇게도
뒷치닥 거리는 본업이 아니라고 여기는지 그것참 그저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첫댓글 ㅋㅋㅋ 어우~~
이 새벽에 빵~터집니다~~
몇대손 이야기 할거없는
제 주변의 누군가도
매번 그러더라구요.
양반집 규수하고 살기어렵겠네요. ㅎㅎㅎ
차마두 화백님
좋은 글 올려 주셔서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