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앞집 오남매 석훈이네 이사 소식을 들었던 날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자리에 누웠다가 일어나 못하는 술을 마셨습니다.
이사 소식은 곧 동네에 소문이 났습니다.
어느 날 해피타임(동네 슈퍼) 사장님이 잠깐 보자고 하셨습니다.
"오남매네 이사 가기 전에 과자 부스러기라도 놓고 송별회 해야지요?"
사장님이 먼저 제안하셨습니다.
석훈이네 찾아가 사장님 뜻을 전했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석훈이네 송별회를 준비했습니다.
해피타임 사장님이 공간과 음식을 내어주셨습니다.
시내에서 운영하시던 통닭집에서 이웃들 충분히 먹을 수 있게 닭을 튀겨오셨습니다.
과자와 음료는 해피타임에서 사서 이웃들과 나눠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사장님은 과자와 음료까지 준비하겠다 하셨지만 이웃들이 함께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이웃들께 오남매를 떠나보내며 하고 싶은 말을 영상 편지로 준비해달라고 미리 부탁드렸습니다.
저마다 마음을 담아 영상을 찍어 보내셨습니다.
송별회 사회는 호숫가마을 공식 사회자 밤실 마을 연우가 맡았습니다.
연우와 송별회 30분 전에 해피타임에서 만나 식순과 원고를 만들었습니다.
영상을 비춰 볼 스크린은 중학생 호운이와 승현이가 만들었습니다.
흰 한지를 모자이크처럼 붙여서 근사하게 만들었습니다.
승현이는 오남매네 둘째입니다.
해피타임 조명을 조작하는 일은 오남매네 첫째 석훈이가 맡았습니다.
영상이 잘 나오나 시험할 때 둘이서 깜짝 놀랍니다.
석훈이랑 승현이는 아직 보면 안 돼!
자기네 송별회에서도 준비팀으로 일하는 호숫가 아이들…
해피타임 사장님 여는 말씀으로 송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웃들의 영상 편지를 먼저 보았습니다.
저마다 아쉬움과 응원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그간 찍어두었던 석훈이네 가족이 나오는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승현이 자전거 여행, 도서관 보수 공사, 강원도 태백 여행, 마을 물놀이…
7년 동안 석훈이네와 함께한 추억이 많습니다.
첫째 석훈이는 초등학교 1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이 되었고
막내 채린이는 아기로 만나 초등학생 언니가 되어 헤어집니다.
영상 속에 오남매의 성장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송별회에 모인 이웃들이 모두 돌아가며 축복의 말을 한마디씩 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제 차례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막 시작하려는데 울음이 터졌습니다.
저 때문에 겨우 참고 있던 사람들도 눈동자가 뜨거워지고 울대가 뻐근해지고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과…관장님? 사회자 연우가 당황했습니다.
송별회가 끝나고 며칠 간 저는 동네 놀림거리가 되었습니다.
‘저희 이사 갈 때 관장님 얼마나 우시나 볼 거에요.’
석훈이네 현준이네 요은이네 동현이네 성민이네 지영이네 그리고 곧 떠나는 해솔이네…
호숫가마을을 떠나는 사람들.
정든 이웃을 떠나보내는 쓸쓸한 마음,
이 느낌을 서둘러 지우고 싶지 않습니다.
가만히 응시하고 싶습니다.
이웃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삶이 요즘 같은 세상에 얼마나 귀한 축복인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함께할 이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떠나가는 이웃을 보며 새삼 깨닫습니다.
남은 이웃들과 남은 날을 잘 보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가끔 도서관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묻습니다.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묻는 아이나 저나 결국 언젠가 어떻게든 떠날 사람입니다.
손때 묻은 도서관도 언젠가 허물어 질 겁니다.
사람의 일은 무엇이든 끝이 납니다.
호숫가마을 이야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끝이 언제일지 모르겠으나
그날에도 이웃과 정겹게 살고 싶습니다.
그날까지 이웃과 인정이 있어 정붙이고 살만한 호숫가마을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첫댓글 오래도록 그립겠습니다.
정겹고 아름다운 호숫가마을...
호숫가마을의 사람들과 자연...
"정든 이웃을 떠나보내는 쓸쓸한 마음"
이런 게 사람 사는 건데 지우긴 왜 지워요. 그럼요. 가만히 들여다보며 만끽하셔야지요.
네 선생님
맞아요. 이런 게 사람 사는 맛이에요.
호숫가마을에서 살 수 있어 감사해요.
정보원과 동료들 덕분입니다.
함께 울고 웃고 아쉬워하는 이웃이 있는 호숫가마을
참 좋은 곳입니다.
형님. 어서 좋은 날이 와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웃 인정 아쉬움 눈물..
잘 느껴져요.
선웅이형 보고 싶어요.
대익 곧 만나겠지?
나도 보고 싶다.
호숫가마을의 익숙한 이름, 반가운 얼굴들이
이제는 또 다른 모습이 되어 각자의 길로 떠나는군요.
떠나는 이웃을 근사한 송별회로 보내는 아름다운 마을 추동,
그 곳에 잠시 머물러서 한 편의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안녕히, 그리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좋은 때가 되면 다시 웃으며 반갑게 만나요~
승철이와 걷던 호숫가 산책로
오늘도 다녀왔어요.
다시 함께 걷고 싶어요.
잘 가 석훈아
호숫가마을 추동이 자꾸만 생각날 거야
언제든 그리울 때 돌아오렴
키 크고 눈물 많고 잘 노는 최선웅 선생님이
키 큰 가래나무처럼 품이 넓은 느티나무처럼 기다리다
해 저문 호숫가에 서서 두 팔 벌려 꼭 안아주실 거야
철암 태희 형과 민아 누나가 호숫가마을에 놀러 오는 날,
석훈이도 달려 올 거에요.
그때 다 같이 만나요.
@최선웅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우리 만나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호숫가마을 사람들의 영상 잘 봤습니다.
마음을 주고 받는 모습 행복합니다.
비오는데 세 명의 아이들이 노는 모습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우비 입어 우산이 없어도 되는데
두 명의 아이가 제일 키 작은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누가 먼저랄것 없이 우산을 기웁니다.
아름다운 호숫가마을 사람들 축복합니다. *^^*
석훈과 승현은 야영 함께했었지요.
집에서 가져온 텐트가 생각나요.
잠은 텐트 앞 돗자리에서 자고, 짐 보관소로 쓰던 텐트.
채경은 활동수료식 진행을 함께 준비했지요.
사회자가 된다니 예쁘게 단장하고 다시 왔어요.
대본 잘 썼는지, 사회 잘 보는지 봐달라고 했었지요.
삼삼오오 모여 고래바위에서 물놀이하던 기억도 나요.
눈썹이 짙어 아이들이 짱꾸쌤이라 불렀지요. 하하.
아이도 한 '사람'으로 볼 수 있게 시선을 바꾸어 준 귀한 아이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아이들을 만나요.
도서관 옆 시끌벅적해서 늘 정겹던 석훈 가족의 웃음소리.
그리운 날들, 보고 싶은 아이들과 선생님.
좋은 날 호숫가 함께 걸어요 선생님~
석훈이네에서 먹었던 라면 맛은 아직도 종종 생각납니다. 승현이와 채린이의 웃음 또한... 호숫가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 중 익숙한 이름이 많습니다. 다들 보고 싶네요.^^
석훈이네에서 먹었던 라면 맛은 아직도 종종 생각납니다. 승현이와 채린이의 웃음 또한... 호숫가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 중 익숙한 이름이 많습니다. 다들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