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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42 章. 귀운장(歸雲莊)의 몰락(沒落). 1. 측백나무 위에 올라 자리를 잡은 도일봉은 누가 아군(我軍)이고 누가 적(敵)인지, 누가 불리하고 누가 유리한지부터 세세히 살펴보 았다. 귀운장 무사들의 무공(武功)이 제법 안정되고 예리(銳利)했 지만, 초수가 괴이하고 수법이 잔인(殘忍)한 면에서는 흑의인들 무 공이 월등해 보였다. "저놈들의 무공은 대체 어떤 종류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구 나. 저토록 괴이한 초수를 봐서는 그 소면서생(笑面書生) 손사의 (孫思意)가 쓰는 청해(淸海)지방의 무공같기도 하고, 괴이하고 실랄함으로 봐서는 무산(巫山)의 무공 같기도 하구나. 거 참. 몽고 놈들 고유의 무공인가?" 흑의인들의 무공은 정말 요상스런데가 있었다. 대체로 검법(劍法) 을 시전함에 있어서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기 마련이다. 찔렀다가 는 거두어 들이고, 거두지 않으면 옆으로 베거나 아래로 내리치거 나 올려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의 흑의인들은 요상스럽게도 아 래로 찔러 들어온다 생각하면 어느새 위를 찌르고, 오른쪽을 찌른 다 싶으면 어느새 왼쪽을 찌르고 있었다. 이와같이 도중에서 수법 을 바꾸는 검법은 비단 익히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수법이 일 반적인 검법과는 크게 다른지라 막아내기가 더욱 어렵다. 귀운장 무사들이 장주 소남천을 따라 무공을 열심히 익히고 나름대로 성과 를 거두어 평소 두려운 것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나 몽고인들의 이와같은 괴이무쌍(怪異無雙)한 검법에는 크게 놀라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흑의인들의 무공을 대충 어림짐작해 본 도일봉은 나무위에 단단히 버티고 서서 강궁(强弓)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귀운장 무사를 핍박(逼迫)하고 있는 한명의 흑의인의 가슴을 겨냥해 시위를 팽팽 히 당겼다 놓았다. 씨익!하고 시위를 떠난 화살은 영락없이 겨냥한 자의 가슴 한복판에 깊숙히 박혀버렸다. 그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 했다. 대신 자신이 어쩌다 쥐도새도 모르게 화살을 맞고 말았는지 의아하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나 그 의 혼백(魂魄)은 이미 몸을 떠나 흩어지고 있었다. 그자와 싸우고 있던 귀운장 무사 또한 이 일이 도대체 어찌된 것 인지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하기는 마찮 가지였다. 사방을 둘러 보 았지만 화살이 어디서 어떻게 날아왔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거의 지게된 싸움을 이기고, 또한 어려움에 처한 동료들이 많으므 로 더이상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무사는 한소리 크게 지르며 동료 를 도와주러 달려갔다. 도일봉은 그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재미 있다는 듯 끽끽 웃으며 계속해서 화살을 날렸다. 연무장(練武場) 주위에는 횃불들이 촘촘 이 박혀 있어 과녁엔 빗나감이 없었다. 더우기 도일봉은 이미 신궁 (神弓)이라 자타(自他)가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화살은 여지없이 흑의인들의 가슴팍에 명중했고, 화살을 맞은 자들은 영락없이 고꾸 라졌다. 요행이 화살소리를 듣고 몸을 피하더라도 싸우던 귀운장 무사의 손에 의해 죽어 넘어지곤 했다. 이렇게 9-10명이 죽어 넘어 지자 그간 밀리고만 있던 귀운장 무사들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그 리고 흑의인들은 언제 어디서 화살이 날아오고, 다음은 과연 누구 를 노릴까 전전긍긍(戰戰兢兢)하기 시작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낀 흑의인들 우두머리들은 화살 이 대체 어디서 날아오고 있는지부터 살폈다. 주의(注意)해서 살피 니 금방 한 측백나무 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두머리 세명중 왼쪽에 있는 40대 사내가 도일봉이 숨어있는 곳을 향해 호통을 내 질렀다. "어느놈이 비겁하게 숨어서 활을 쏘느냐? 썩 내려오지 못할까!" 도일봉은 아무말도 없었다. 사내가 소남천(蘇南天)을 향해 비웃움 을 날렸다. "흐음. 숨어서 활이나 쏘는 것을 견식(見識)하러 여기까지 온건 아니외다, 소장주(蘇莊主)!" 소남천의 인상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그도 누가 활을 쏘아 도와주 고 있는지 실로 아는것이 없었던 것이다. 귀운장 사람이라면 장주 의 명도 없이 숨어서 활을 쏘지는 않는다. 하지만 뭐라고 하지 않 을 수 없었다. 소남천이 막 입을 열어 말을 하려는데 도일봉이 먼 저 입 을 열었다. "헤헤. 못된 놈이로다. 너희같은 쥐새끼 주제에 감히 누구더러 비 겁하다는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이냐! 이거나 처먹어라!" 도일봉은 사내를 향해 연속 일곱 대의 화살을 날렸다. 사내는 무 공이 상당하여 날아온 화살을 모두 피해냈다. 하지만 피하는 모습 이 마치 원숭이 재주부리는 것 같았다. 도일봉이 낄낄 웃었다. "그놈 참! 춤 한번 그럴싸하게 추네. 네 조상이 아마 잔나비인 게 로구나, 하하하!" 그 말에 여기저기서 킥!하는 웃움소리가 터졌다. 사내의 얼굴은 삽시간에 홍당무처럼 새빨게졌다. 창피하고 울화통이 터진 사내는 단번에 허리의 검을 빼들고 호통을 내질렀다. "이노옴!" 사내는 땅을 박차고 단숨에 측백나무까지 달려와 오른발로 땅을 박차고 도약(跳躍)하여 도일봉이 있는 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같이 빠른 몸놀림만 보아도 사내의 무공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사내의 머리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도일봉 의 언월도였다. 목표 지점까지 도약 했다가는 언월도에 고스란히 머리를 드리미는 꼴이 될 판이다. 깜짝 놀란 사내는 몸무게의 중심 을 아래쪽으로 두는 천근추(千斤錐)라는 무공을 사해 급히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사내의 몸이 땅에 내려서기도 전에 다시 화살들이 무더기로 날아왔다. 사내는 다시 깡총깡총 잔나비 재주를 부려 화 살을 피해내야만 했다. 화살을 모두 피하긴 했으나 사십 평생 낭패 도 이런 낭패는 처음이었다. 도일봉은 재미있고 고소하여 껄껄 대 소를 터뜨렸다. 이때. 연무장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던 양편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 고 뒤로 물러나 이와같은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흑의인들 우두머리들중 우두머리인 중간의 50대 초로인(初老人)이 우렁찬 목 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느 고인(高人)께서 나무 위에서 활을 쏘고 있는게요? 썩 모습 을 보이시오!" 그 목소리에는 내공(內功)이 실려있어 주위 공기가 웅웅! 진동하 는것 같았다. 그러나 도일봉은 코웃움을 날렸다. "헹! 의혈단(義血團)의 하수인(下手人)께서 나를 일러 '고인'이라 하는군. 헤헤, 노인장이 틀렸소이다. 난 무슨 '고인'도 아니고, 본 래가 비겁하게 숨어서 활이나 쏘는것이 전문이란 말이오. 그러니 부끄러울 것도 없지. 너희들처럼 속은 시커먼데 겉만 번지르르한 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단 말씀이야. 아암, 그렇고 말고!" 도일봉이 또 다시 대소를 터뜨렸다. 노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말 소리를 들어보니 아직도 새파란 애송이 같은데 너무 건방을 떤다고 생각한 것이다. 노인의 이와같은 표정을 읽은 잔나비 사내는 더욱 화가 치밀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런 버릇없는 몸을 보았나! 네놈이 나무가 없어도 그 위에서 주 둥이를 놀릴 수 있는지 봐야겠다. 에이 버릇없는 놈!" 호통을 내지른 사내는 한아름이나 되는측백나무 밑둥을 싹!하고 잘라버렸다. 도일봉은 코웃움을 치며 나무에서 뛰어 내렸다. "내려오라면 내려가면 될 일인데 애럾은 나무는 어째서 괴롭히느 냐, 이놈아! 이것도 한번 막아보아라. 어디 네놈만 칼을 쓸 줄 알 았더냐!" 나무에서 뛰어 내리던 도일봉은 호통을 내지르며 언월도를 곧장 사내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위에서 내리치는 힘이 그야말로 태산이 무너져 덮쳐 내리는 것 같았다. 사내는 무시무시한 칼바람 에 놀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검을 들어올려 막았다. 그러나 내리쳐 오는 힘이 너무 강했다. 더우기 언월도는 중병기(重兵器)였다. 검 을 들어 막지않고 몸을 피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사내의 검은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뚝! 부러져 나갔다. 아울러 몸뚱이마저도 두 쪽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도일봉이 내려섰을 때에야 밑둥이 잘린 측백나무가 우수수! 넘어 졌다. 도일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우두머리가 비명도 못지르 고 두쪽으로 갈라져 쓰러지는 것을 보고 놀라 부르짖는 나머지 두 명의 우두머리들을 향해 벼락같이 몸을 날렸다. "이 천하에 못된 의혈단 몸들아. 네놈들이 감히 나를 건드리고도 무사할줄 알았더냐? 한놈도 살아서는 못돌아 갈 줄 알아라. 이 칼 을 봐라!" 흑의인들은 웬 시커먼 자가 나무에서 뛰어내려 단칼에 우두머리 한 명을 두 쪽으로 갈라 놓는것을 보고 마치 악귀나찰(惡鬼那刹)을 대한 듯 무서워 떨며 분분히 뒤로 물러섰다. 놀라기는 다른 두 우 두머리들도 마찮 가지였다. 도일봉이 방금 처죽인 사내는 내외공의 무공고수로서 일류고수와 맞붙는다 해도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위 인이다. 이렇 듯 단칼에 두조각을 내는 인물이 있을줄은 천만 뜻 밖이었다. 이지경이니 어찌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노인은 다른 사람이 막기엔 상대의 무공이 너무 강하다 생각하고 급히 허리에 매달린 패검(覇劍)을 뽑아 처들어오는 언월도를 향해 마주쳐 갔다. 쨍! 두 병기가 부딪치면서 요란한 쇳소리가 나고 불똥이 사방으로 틔 었다. 두 사람 모두 손목이 찌르르 하고 숨이 답답함을 느끼고 서 너 걸음씩 밀려나고 말았다. 노인은 나이에 비해 근력(筋力)이 좋 고 내력(內力)이 깊어 한창 나이인 도일봉이 오히려 힘에 밀려 한 걸음 더 물러났다. 도일봉은 코웃움을 치며 눈썹을 곤두세우고 재 차 언월도를 휘두르며 처들어갔다. "노인네가 제법이구나! 어디, 다시 해보자!" 무공의 초수나 내력을 겨루어 보자는 것이 아니라 힘자랑을 해 보 자는 꼴이다. 노인은 의외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보기에 아직 30도 않된 청년의 힘이 놀랍거니와 사용하는 병기가 무림인들은 쓰 지않는 언월도가 아닌가. 노인은 자신의 내력을 믿고는 있지만 공 연히 힘자랑 하느라 내력을 소모하기는 싫어 처음처럼 병기를 부딪 치진 않았다. 노인은 재빨리 몸을 흔들어 피하며 언월도 사이를 비 집고 들어와 검을 찔렀다. "너도 귀운장의 인물이더냐?" 이 말은 도일봉과 소남천을 비겁하다고 한꺼번에 싸잡아 욕을 하 는 것이었다. 도일봉은 노인의 검을 피하며 대꾸했다. "내가 어디 사람이든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싸움을 하 는데 있어 어디 사람이든 그게 무슨 소용이냔 말야. 노인네면 어떻 고 어린애면 어때. 그저 이기는게 상수지. 어라차!" 노인이 약이 올라 더욱 매섭게 검을 찔러왔다. "어린놈이 주둥이만 살았구나!" "주둥이만 산 것은 아니지! 어딜 도망가는 것이냐!" 도일봉은 노인이 자신의 도와 부딪치려 하지 않고 신법(身法)에 의지해 공격해 오는것을 보고 눈을 부릅뜨고 노인의 검을 좇아다녔 다. 일진일퇴(一進一退).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바락바락 욕을 하면 서도 쉬지않고 검과 칼을 휘둘러 댔다. 두일봉은 긴 것과 강한 힘 으로 노인을 몰아 붙였고, 노인은 노련함과 날렵함으로 도일봉을 핍박해 들어왔다. 두 사람의 몸놀림이 하도 빨라서 나중에는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도일봉은 초수가 지나고 시간이 감에 따라 자신이 밀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애병(愛兵)인 화사(花蛇)를 사용하다가 언월도를 쓰고 있으니 아무래도 손에 익지 않았다. 노인의 무공이 또한 워낙 강했다. 시간이 갈수록 빈틈이 드러나고, 노인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도일봉은 이 노인과 싸워봐야 손해만 볼것 같아 허리춤을 더듬어 은비도를 한 자루 꺼내 노인의 안면을 향해 날렸다. "노인네가 대단하기도 하지. 그렇다면 이 암기도 받아보시지." 노인의 무공이 도일봉 보다 한 수 위인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고 단숨에 도일봉을 잡을수는 없었다. 더우기 이제 암기까지 날아오자 뒤로 물러나 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인이 검을 휘둘러 은비도를 처내고 재차 덤비려하자 도일봉은 길게 웃으며 노인을 두고 흑의인 졸개들 틈으로 뛰어들었다. "노인네의 무공이 나보다 강하니 난 이제 노인네와는 싸우지 않겠 다. 난 노인네 부하들이랑 놀고 있을테니 노인넬랑은 소장주와 한 판 해보시구려. 야, 이놈들아 어디로 달아나겠니!" 도일봉은 흩어져 피하는 졸개들을 좇으며 언월도를 마구 휘둘렀 다. 노인은 도일봉의 이러한 행동에 분통이 터지는지 발을 동동 구르 며 잠시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봉변도 이런 봉변은 처음이었다. 귀운장 인물들도 어리둥절 하기는 마찮 가지였다. 행동하는 것으 로 보아 귀운장 사람은 절대 아니다.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몰 라도 마구잡이로 노인을 희롱(戱弄)하고, 미친 호랑이처럼 흑의인 들을 몰아가는 것을 보니 과연 귀운장의 적은 아닌 모양이다. 일이야 어찌되었든 한참 밀리고 있던 귀운장 사람들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소남천도 아니었다. "모두 공격하라!" 호령을 마친 소남천은 직접 검을 빼들고 노인을 향해 찔러갔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판국이니 체면불구하고 우선 우두머리를 제압하고 보자는 속셈이었다. 노인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마구 대 들었다. 소남천과 노인은 모두 일류무공의 소유자들이라 싸우는 기 세도 대단했다. 노인의 무공은 여전히 괴이무쌍하여 악독하고 실랄했으며, 소남천 은 유운72검식(遊雲七十二劍式)을 운용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 을 계속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는 한 쉽사 리 승부가 날것 같지는 않았다. 소남천의 명령에 따라 두 아들은 다른 우두머리를 향해 대들었다. 무사들은 소리를 지르며 흑의인들을 향해 처들어 갔다. 또 한판 피 아를 분간하기힘든 접전(接戰)이 벌어졌다. 신이 난건 도일봉 혼자였다. 여전히 언월도를 풍차처럼 휘두르며 미친 호랑이처럼 좌충우돌(左衝右突) 흑의인들을 베어넘겼다. 그 서슬에 놀란 흑의인들은 감히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분분히 놀라 피하기에 바빴다. 피하지 못하는 자는 언월도에 걸려 영락없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한동안 싸우다보니 이미 사기가 꺽인 흑의인들은 막아내기에 바쁘 고 도망치지 못해 안달이었다. 소남천과 싸우고 있는 노인은 이런 수하들을 보고 화가 치밀어 콧 구멍에서 연기가 날 지경이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애숭이놈 한명 때문에 다 이겨놓은 싸움을 망치고 말았다. 당장 달려가 도일봉을 두 토막 내 버렸으면 싶었지만 소남천을 두고 몸을 빼기도 힘들다. 노인은 신경질적으로 발을 구르며 검을 거두고 몸을 뒤로 뺐다. 그리고는 휘파람을 길게 세 번 불었다. 밖에서 대기중인 부하들을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담장을 넘어 들어오는 부 하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고 담장밖에서 시끄러운 소리만 들려올 뿐 이었다. 졸개들을 공격하고 있던 도일봉은 노인의 꼴을 보고 껄껄 웃었다. "하하. 노인네야. 내 뭐라더냐! 너희중 이곳을 빠져나갈 놈은 한 명도 없다지 않았느냐. 감히 나를 건드린 댓가이니라. 하하하!" 말을 하면서도 도일봉의 언월도는 여전히 맹렬하게 졸개들을 위협 하고 있었다. 도일봉의 말을 들은 노인이나 흑의인들은 정말로 자신들이 포위되 어 이곳에서 죽는가보다 더럭 겁이 났다. 사기는 더욱 곤두박질 쳐 삽시간에 졸개들이 검이나 칼에 맞아 거꾸러졌다. 물론 밖에서는 초무향이 졸개들을 휘젓고 있는 중이었다. 초무향 은 도일봉과 헤어진 후 십여명의 흑의인들에 의해 둘러싸여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상대하고 있는 흑의인들 중에 는 그녀의 회환구(廻還球)나 한빙장을 받아낼 사람은 없었다. 양우 리에 뛰어든 늑대같은 형국이었다. 그녀는 마치 전신(戰神)같은 기 세로 흑의인들 틈을 누비며 다녔다. 흑의들은 그녀의 일장도 받아 내지 못하고 픽픽 나가 떨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흑의인들은 더 욱 몰려 들었으나 그녀는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일부로 더 많 은 자들을 몰려들게 해 다 처죽이고 말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녀의 이러한 기개가 두려워 흑의인들은 감히 마주 덤비지도 못 하고 피하기에 바빴다. 멀찍이 떨어진 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암기 들을 던질 뿐이다. 초무향은 회환구를 휘둘러 암기를 처내며 한명 한명 따라가 기어이 끝장을 내주고 말았다. 몇몇 중간급 우두머리 들이 용감히 덤벼들기도 했으나 그들도 겨우 4-5초를 받아낼 뿐 끝 내 한빙장에 맞아 허옇게 얼어죽고 말았다. 생각해 낸 것이 5-6명 씩 짝을 지어 차륜전(次輪戰)을 펼쳐 그녀의 힘을 빼려고 시도했 다. 그러나 그녀는 싸우면 싸울수록 힘이 나는지 전혀 끄덕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흑의인들을 무찔러 갔다. 이럴때 담장안에서 흑의인들을 부르는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쪽도 위급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으나 이곳보다 더한 곳이 있 겠느냐 싶어 오히려 담장을 넘어 초무향을 피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저 초무향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면 지옥에라도 기어들어갈 판이 었다. 그러나 초무향은 도망치는 자들을 놔주지 않았다. 도망치려 는 자들부터 좇아가 요절을 내주고 말았다. 아마도 이곳에 있는 자 들을 다 죽여 놓아야 속이 풀어질 모양이다. 그동안 쌓이고 싸인 원한을 한꺼번에 풀어볼 요량인가보다. 흑의인들은 그런 그녀를 보고 제풀어 놀라 간이 찢어져 죽어 넘어졌고, 바지가랑이에 흠벅 똥오줌을 갈기고 철퍼덕 주저앉는 자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아수라 (阿修羅)의 화신(化身)같았다. 휘파람을 불었던 노인은 부하들이 나타나지 않자 담너머 상황도 좋지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일봉의 위협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몇명이나 이곳까지 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부 하들이 당하는 것을 보면 상대가 보통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었 다. 더 머무렀다가는 부하들은커녕 자신도 못 빠져나갈 것 같았다. "후퇴하라! 모두 물러나라!" 졸개들은 구원(救援)이라도 받은 듯 걸음아 날 살려라! 담을 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노인이 도일봉을 향해 소리쳤다. "네 이놈! 오늘일은 결코 잊지 않겠다." 도일봉은 껄껄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이고, 무서워라! 난 두고보자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니까. 여보 쇼, 노인장. 우리 두고볼게 아니라 오늘 아주 끝장을 냅시다그려. 가지말고 이거나 받아보시지!" 도일봉은 길게 웃으며 품속에서 회환구를 꺼내 세개를 잇달아 던 졌다. 또한 그것 만으로는 노인네를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언 월도를 내려놓고 강궁을 꺼내 화살을 걸어 날렸다. 여섯발이 한꺼 번에 쏜 듯 연속해서 날아갔다. 그의 손놀림은 신기(神技)에 가까 와 세 개의 회환구를 날리고, 여섯대의 화살을 날리는데 마치 한꺼 번에 쏘기라도 한 듯 했다. 노인은 회환구가 날아오자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검을 들어 잘라버리려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중에 쏜 화살이 먼저 던진 회환구보다 먼저 도달하고 있었다. 노인은 크게 놀라는 와중 에도 번개같이 몸을 놀려 화살들을 피하고 회환구 두 개를피한 후 마지막 회환구는 검으로 처서 두 조각을 내주었다. 그 몸놀림이 어 찌나 빠르고 날렵한지 물찬제비 같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같기 만 했다. "노인네야. 어째서 남의 장난감을 망쳐놓는 것이냐!" 도일봉은 노인의 이와같은 빠른 몸놀림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다시 한 번 힘을 다해 화살을 날렸다. 여섯 대의 화살과 세 개의 회환구 를 피해 몸을 도약한 상태로 있던 노인은 마지막 한대의 힘찬 화살 은 피하지 못하고 그만 허벅지에 얻어맞고 말았다. 노인은 땅에 내 려섬과 동시에 다시 몸을 도약해 담장을 넘었다. "다음에 만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테다!" 노인의 이를 가는 소리가 어느세 담장 저쪽에서 들리고 있었다. 도일봉이 껄껄 웃었다. "노인네가 도망을 치면서도 큰소리군. 아 참!" 웃고 있던 도일봉은 담장밖에 있는 초무향을 생각해내고 놀라 노 인을 따라 몸을 날려 담장을 넘었다. 초무향이 밖에 있으니 분명 이 노인과 부딪칠 것이다. 이 노인의 무공을 만만히 볼 수 없으니 초무향에게 경고(警告)를 해 주어야 했다. 소장주가 급히 도일봉을 불렀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담장 밖에서 도일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장주님. 곧 돌아와서 뵙지요." 소남천등은 아직도 도일봉을 알아보지 못했다. 본지 삼년이 넘었 고, 또한 워낙 경황중이라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소남천은 수 하들에게 인원을 점검하고 주위를 단단히 경계하라 지시했다. 한편. 사태가 불리해서 담을 넘은 노인은 담 밖의 광경에 그만 어이가 없어 차라리 주저얹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곳은 그야말로 아비귀환 지옥도(地獄圖)를 방불케 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이미 4-50명의 수하들이 널부러져 있고, 그나마 살아서 서 있는 놈들도 두 눈에 공포(恐怖)가 가득하여 뺑소니 치기에 바빴다. 노인은 차라리 허탈 한 심정이 되고 말았다. 귀운장을 쓰러뜨리려고 노력한게 얼마던 가. 그런데 이제 이꼴이 되고 말았으니 어떻게 수하들을 대할 것이 며, 상관에게 무슨 변명을 한단 말인가? 더구나 상대는 단 한명에 지나지 않았다. 일순 노인의 눈에서 불똥이 튀는 것 같았다. 안에서 도일봉에게 당한 수모와 지금 수하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자 울화통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만 것이다. 노인은 허벅지가 아픈줄도 모르고 버럭 소리 를 지르며 벼락같이 몸을날려 초무향을 향해 검을 후려쳤다. 끝장 을 보고 말겠다는 무시무시한 공세다. "죽여버리고 말겠다!" 노인의 부르짖는 소리가 워낙 대단하여 수십 개의 북이 한꺼번에 울리는 듯 했다. 원한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초무향은 몇명의 졸개들을 두둘기고 있다가 벼락치는 듯한 소리와 무시무시한 검세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것을 느끼고 흠짓하고 말 았다. 여직껏 상대하던 자들과는 차원(次元)이 다른 공세였다. 놀 란 듯 했지만 언듯 말초신경이 깨어나고 긴장이 삽시간에 전신을 휘감아 도는 흥분을 느꼈다.한빙장으로 막기에는 검세(劍勢)가 너 무도 날카로웠다. 초무향은 왼손의 회환구를 오른손으로 바꿔쥐고 들이닥치는 검세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마주쳐 갔다. 두 병기가 부딪치면서 우르릉!하는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서로간 의 내력이 충돌하여 생기는 소리였다. 병기 부딪치는 소리는 그 소 리에 파뭏혀 들리지도 않았다. 부딪친 두 사람은 서로의 힘에 밀려 뒤로 대여섯 걸음씩이나 물러 났다. 자세가 불안정했던 초무향이 한발 더 물러나고 말았다. 두 사람은 서로간에 '이와같은 고수가 있구나!'하고 크게 놀랐다. 한 번 부딪쳤는데 노인은 전신이 삽시간에 얼어붇는 것 같은 극심한 한기를 느꼈고, 초무향은 내장(內臟)이 흔들리는 고통을 느꼈다. 초무향은 자신이 강호에 모습을 드러낸 후 처음 부딪치는 고수임 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와같은 고수를 대하자 마음속에 쌓인 원한 (怨恨)보다는 상대를 꺽고 말겠다는 호승심(好勝心)이 구름처럼 피 어올랐다. 그녀는 자세를 안정시키고 눈을 가늘게 떠 상대를 주시했다. 회환 구를 갈무리하고 쌍장을 앞가슴에 모아 내력을 일으켰다. 단 일장 에 끝장을 보겠다는 행동이었다. 앞가슴에 모은 쌍장 주위에는 삽 시간에 허연 백무(白霧)가 어렸다. 초무향의 그와같은 모습을 본 노인 또한 상대에 대해 탄복하면서 도 감히 태만할 수 없어 자세를 바르게 하고 두손으로 검을 움켜 잡았다. 노인이 내력을 쓰기 시작하자 검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웅 웅!하는 검명(劍鳴)이 들리기 시작했다. 노인 또한 이 한 수의 부 딪침에 생사가 달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담을 넘어 이와같은 상황을 본 도일봉은 기절할 듯 놀라 부르짖었 다. "부딪치지마라!" 두 사람의 무공이 대단하니만큼 부딪치기만 하면 양쪽 모두 치명 상(致命傷)을 입고 만다. 그러나 두 사람을 말리기에는 이미 늦고 말았다. 지금 두 사람이 뿜어내는 살기(殺氣)는 타인이 감히 가까 이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누구든 두 사람을 말리려 뛰어 들 었다가는 두 사람의 합공에 전신이 터져 죽고 말 것이다. 도일봉이 할 수 있는 일은 주위의 흑의인들이 감히 수작을 못부리도록 경계 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일이다. 모두들 이와같이 숨막히는 상황에 동 작을 멈추고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차앗!" "탓!" 어느 한순간 짧은 기합성이 터지고, 두 사람은 눈 깜박할 사이에 허공으로 도약했다. 평생(平生)에 걸쳐 수련(修鍊)한 모든 힘을 장 (掌)과 검(劍)에 집결한 체였다. 이번에는 조금전 보다 더 강한 내 력이 부딪쳤는데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노인의 검은 초무 향의 왼쪽어깨를 관통(貫通)했다. 초무향의 한빙장은 역시 노인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두 사람은 똑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 고 육지책(苦肉之策). 상대방의 무공이 강하니 왼쪽 어깨를 내주고 심 장을 노려 단숨에 거꾸러뜨려 했다. 그러나 둘 다 왼쪽 어깨만 희 생시켰를 뿐상대방에게 치명타를 가하지 못했다. 다른곳엔 전혀 헛점이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자리를 바꾸어 땅에 내려섰 다. 왼쪽어깨를 부여잡고 신음했다. "비켜!" 다급해진 도일봉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재빨리 초무향에게 다가가 상처 주위의 혈도를 봉쇄(封鎖)하고 내친김에 그녀를 들처업었다. 그리고는 언월도를 풍차처럼 휘두르며 흑의인들의 포위망을 뚫으려 했다. 흑의인들은 숨막히는 상황을 관전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 다. 그러다 도일봉이 달려들어 초무향의 상처를 돌보고 등에 업었 을 때에야 정신을 차렸다. 몇명은 노인에게 달려갔고, 나머지는 소 리를 지르며 앞을 차단하고 달려들었다. 도일봉은 한손으로 초무향을 단단히 받쳐들고, 다른 손으로는 언 월도를 휘두르면서도 입을 삐쭉거렸다. "빌어먹을! 계집이 촐싹거리더니만 꼴 좋지 뭐야. 아야, 아파라!" 투덜거리던 도일봉은 하마터면 찔러오는 검에 면상에 구멍이 날뻔 했다. 그는 언월도를 휘둘러 놈을 물리치고 귀운장을 향해 소리쳤 다. "소장주! 문형! 빨리 나와서 날 좀 구해주시오! 난 다 죽게 되었 소. 난 도일봉이오! 빨리 빨리 와서 도와주시오! 어이쿠, 아파라! 이 죽일놈이 누굴 찌르는 것이냐!" 소리를 지르는 통에 한명이 검을 찔러 허벅지를 그었다. 도일봉은 눈을 퉁방울만하게 부릅뜨고 허벅지를 그었던 자에게 달려들어 기 어이 두 쪽을 내주고 말았다. 계속해서 언월도를 맹렬(猛烈)하게 휘두르긴 했으나 적들은 너무 많고, 등에 축 늘어진 초무향까지 있 는지라 쉽사리 포위망을 뚫을 수 없었다. 도일봉은 계속해서 부르 짖었다. "아이쿠, 아파 죽겠네! 소장주! 문형! 빨리 도와주지 않으면 욕을 할라오! 빨리오시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귀운장의 담너머에서 암기들이 비오듯 쏟아졌 다. 몇명의 인물들이 돕기위해 달려나왔다. 소남천이나 문국환 등 은 아무래도 욕을 얻어먹긴 싫었던 모양이다. 흑의인들은 이미 전의(戰意)를 상실(喪失)했다. 두명이나 되는 우 두머리들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으므로 더는 싸울 마음이 없었다. 흑의인들은 달려온 귀운장 인물들을 막는척 하다가 이내 부상자들 을 들처업고 뺑소니를 치기 시작했다. 귀운장 인물들도 두 사람을 구하자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더는 좇지않고 두 사람을 떼메고 안 으로 들어갔다. 간신히 담 안으로 들어온 도일봉은 초무향을 내려놓고 털석 땅바 닥에 주저앉았다. 초무향은 두 눈을 꼭 감은체 기절해 있었다. 도 일봉도 성한몸은 아니었다. 혼자서 포위망을 뚫느라 여러군데 가볍 지 않은 상처를 입은 것이다. 이런것만 보아도 그의 무공이 초무향 에 비해 한참 뒤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빌어먹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누군가 초무향을 떼메고, 도일봉을 부축한 체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의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두 사람을 치료 해 주었다. 도일봉은 치료를 받으면서도 아파서 연신 낑낑 거렸다. 치료를 받은 도일봉은 초무향이 걱정되어 낑낑 거리면서도 그녀에 게 다가갔다. 초무향의 상처는 의외로 깊었다. 아직도 기절해 있는 상태였다. 침상에 반듯이 뉘어져 한 노인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웃옷이 벗 겨져 있고 싸맨 천이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검에 관통당한 어깨는 보기싫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때 마침 노인이 가슴의 천을 풀려고 했다. 치료하는데 방해가 될뿐아니라 천이 온통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기 때문이다. 도일봉이 한마디 했다. "여보시오, 노인장. 그걸 풀었다가는 나중에 그녀가 깨어나 노인 장을 죽이려 들것이오." 노인은 도일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천을 풀었다. "의원의 눈에는 상처만 보인다오." 천을 풀어버린 노인은 시녀를 시켜 몸에 뭏은 피를 닦아내게 했 다. 몸이 깨끗해지자 수건으로 가슴을 가려주고 조용히 자리를 잡 고 세심히 싱처를 살피기 시작했다. "자칫 했다간 어깨를 아주 못쓸뻔 했구려. 다행히 뼈는 상하지 않 고 근육만 세 가닥이나 끊겼소. 혈도를 재빨리 봉쇄한 것이 천만 다행이오." 꼭 누가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혼자 중얼거린 것에 불과했다. 상처를 다 살핀 노인은 준비된 약재들중 상처에 필요한 약재를 찾아 치료하기 시작했다. 도일봉은 더이상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을 알고 한쪽에 조용히 쭈구리고 앉아 호흡을 조절했다. |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잘밨어요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