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옹화로
용강현에 한 [늙은 어부가] 있었는데, 낚시질을 해서 생계를 유지했다.
나이가 아흔 살이 넘었는데, 항상 "어찌 나를 물가에 두지 않는가"라고 소리쳤다.
아들이 시험삼아 한 동이의 물을 떠다 곁에 놓았다.
노인이 손과 발을 씻더니, 점점 물고기로 변했다. 함께 고기를 잡던 사람이
달려와 묻자, 노인이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는데, 허리 아래는 물고기였다.
몇 달이 지나자 완전히 농어로 변했다.
자식이 바다에 그 농어를 놓아주었다.
조신,《소문쇄록》, 권문해, 《대동운부군옥》
사람이 농어가 된 이야기..
임방(송시열의 제자)가 쓴 『천예록』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병들어 홍어가 된 고성의 늙은이
근년에 어느 이름난 관리가 고성의 사또가 되어 가게 되었다.
하루는 어느 벼슬아치가 찾아와서 뵈었는데 마침 식사 때였다. 사또가 홍어탕 한 그릇을 주며 먹으라고 하자, 그 벼슬아치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였다.
“오늘은 마침 식사를 했습니다. 비록 음식을 차려 주셔도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못 근심스러운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사또가 괴이하게 여겨 거듭 물으니, 그 벼슬아치는 감히 숨기지 못하고 곧 자세히 말하였다.
“제게 망극한 일이 있으나 세상에 없는 일이라 일찍이 남에게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사또께서 물으시니 어찌 감히 숨기겠습니까? 저의 아버님은 수를 누리셔서 거의 백 살 가끼이 되셨습니다. 어느 날 열병에 걸리셔서 온몸이 불덩이 같고, 숨이 넘어갈 듯 위독하여 자손들이 둘러서서 울며, ‘돌아가실 때가 되었나 보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며칠 뒤, 병든 아버님이 자식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병으로 열이 몹시 나는지라 그 답답함을 견딜 수 없으니, 집앞에 있는 냇가에 앉아 물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면 좀 나을 듯하구나. 너희들은 내 뜻을 막지 말고 나를 빨리 물가로 데려다 다오.’
저희들이 끝내 안 된다 고 말씀을 드리자, 병든 아버님은 진노하심을 그치지 않으셨습니다.
‘너희들이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이는 아비를 죽이는 것과 같다.’
저희들은 어쩔 수 없이 무시고 나가 냇가에 앉혀드렸습니다.
병든아버님은 흐르는 물을 보고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이 맑은 물을 보니 열이 내리는 것 같다.’
잠깐 앉아 계시더니, 다시 저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혼자 않아 물을 바라보고 싶은데, 옆에 사람이 있어서 싫구나. 너희들은 잠깐 숲속에 있다가 내가 부르거든 오너라.’
모두 만류했으나 화를 내며 듣지 않으셨습니다. 병중 화를 내시다 성하실게 염려되어 모두 잠시 다른 곳으로 피해있다가 문득 바라보니, 아버님이 자리에 계시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달려가보니 아버님이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는, 몸이 이미 홍어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반은 홍어가 되고 반은 아직 바뀌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모두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다가 한침 지난 뒤에 보니 벌써 홍어로 바뀐 뒤였습니다. 큰 홍어가 냇물 속에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헤엄을 치는데, 매우 즐거워보였습니다.
저희들을 돌아보며, 미련을 두고 차마 버리지 못하는 기색이 있는 듯하더니, 조금뒤 물결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모두 따라가 보니, 큰 바다에 들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버님이 홍어로 변한 냇가에는 다만 두발과 손톱, 치아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저희 집안 사람들은 누구도 홍어를 먹지 않는답니다. 저희들은 홍어를 끓이거나 굽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놀랍고 의아하고 불안해서 저희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답니다.“
라고 하였다.
늙어서 돼지가 된 김유의 친척
승평부원군 김상공(우리가 잘아는 인조때의 그 김류가 맞다)의 친척 한 사람이 먼 시골에 살았는데, 나이가 거의 백살에 가까웠다.
하루는 그 친척의 아들이 김상공의 집에 와서 만나기를 청하였다. 들어오게 하여 찾아온 연유를 물으니, 그 아들이 말하였다.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이 매우 은밀한 것인데, 마침 손님들이 계셔서 어수선하니 저녁에 틈을 보아 아뢰겠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손님들이 흩어진 뒤 좌우를 물리치고 조용히 물으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나이는 비록 많았지만 평소에 병이 없더니, 하루는 아들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낮잠을 자고 싶으니 너희는 문을 닫고 밖에 나가서 함부로 들어오지 말고 있다가, 내가 부르기를 기다려 문을 열어라.”
아들들이 그 말을 따랐다. 해가 저물 무렵이 되어도 고요할 뿐 부르는 소리가 없는지라, 여러사람들이 비로소 의아하게 여겨 몰래 들어가 보니, 그들의 아버지가 큰 돼지로 변해 있었다. 모두 크게 놀라 문을 열고 보니, 꿀꿀거리는 소리가 낭자한 가운데 이리저리 부딪치며 나가려 하므로 즉시 도로 문을 닫고 친척들을 모아 의논하였다.
어떤 사람은 마땅히 집안에 두고 길러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당연히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시골이라 알 만한 사람이 없어서, 이에 감히 달려가 상공께 아뢰는 것입니다. 변고를 깊이 생각하시어 예법에 맞게 일러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김상공이 그의 말을 듣고 놀라서 한동안 깊이 생각하다가 말하였다.
“이것은 만고에 없는 변이라 나도 마땅한 도리를 알 수 없네만, 내 억지 생각에는 비록 자네 아버님이 이물로 화하였다고하나,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으니 결코 장례를 치를 수는 없는 것이네. 그렇다고 이제 사람이 아닌데 집에 두고 기르는 것도 옳다고 할 수 없네. 하물며 번번이 내빼려고 한다는 바에야. 산속의 숲은 곧 짐승이 사는 곳이니, 인적이 잘 닿지 않는 깊은 산속에 풀어놓는 것이 이치에 맞을 듯하네.”
그 아들이 듣고 옳게 여겨 드디어 김상공이 일러준 대로 깊은 산속에 풀어 주고 곧 발상을 하여 아버지의 의관으로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돼지로 화한 날을 기일로 삼았다고 한다.
평하건대, 내가 일찍이 전기(傳奇)를 보니 설주부가 잉어가 되고, 이생이 호랑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허무맹랑하다고 여겼었다. 이제 고성의 늙은이와 김상공의 친척의 일을 가지고 깊이 생각해보니, 만물은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참새가 대합이 되고, 꿩이 조개로 화하며,쥐가 메추라기가 되고, 개구리가 게가 되니, 사람 또한 사물 가운데 하나인데, 어찌 사람만 변하지 않겠는가?
비록 그러하나 그런 일이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세상의 이변으로 돌리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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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사람이 농어가 되고, 사람이 홍어가 되고, 사람이 멧돼지가 됨.
임방의 평:설주부가 잉어가 되고, 이생이 호랑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느나 허무맹랑하게 들었는데 고성의 늙은이와 김상공(김류)의 친척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그런듯. 어쩌다 생기는 세상의 이변인듯.
첫댓글 김류의 친척이 돼지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백 세 가까운 나이에 사리분별 능력을 잃은 친척의 모습은 치매 증상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