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장 : 풍운(風雲), 호위제(護衛祭) - 04
- 싸우려면 상대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요상군은 관패의 여유를 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몹시 분노
한 표정으로 말했다.
“배은망덕한 놈이다. 너는 감히 주군의 안위를 생각지 않는단 말
이냐? 충직하지 못한 수하를 둔 저 놈이 불쌍하구나.”
요상군의 꾸지람을 들은 관패로서는 이젠 실소하기도 싫었다.
“여우가 호랑이 목에 이빨을 들이대고 인질로 잡았다고 하면 그게
인질이냐? 이 미련한 여우 새끼야?”
“그게, 뭔 말이냐?”
요상군이 놀라면서 관패에게 물을 때, 관패는 주먹을 힘차게 내지
르면서 고함을 질렀다.
“네 스승이라는 멍청이에게 저 분이 누구인지 물어보아라!”
그러나 아쉽게도 요상군은 그의 말을 다 들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아는 최고의 검초로 관패의 공격을 막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려 했으나, 제대로 검 한번 휘두르지 못한 채 피 떡이 된 그의
몸은, 이층의 나무 벽을 뚫고 대로로 날아가 버렸다.
힘들여 계산하지 않아도 무려 오장이나 날아갔으니, 관패의 주먹
이 얼마나 무식한지 충분하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모르긴 해도 살아남진 못했을 것이다.
머리와 가슴이 뭉개져서 하나로 된 사람이 살아났다는 기적은 강
호무림 역사상 한번도 없었으니까?
하필이면, 관패에게 대든 죄였다.
호대운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고, 당의려 역시 안색이 변했지만,
그녀는 무엇을 믿는지 침착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
문과 가문의 뒤에 버틴 용부의 신룡각을 지금도 믿고 있었다.
강호에서 칼 밥을 먹는 사람이라면 감히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
는 사천 당가였고, 그 보다 더 무서운 신룡각의 위엄을 그녀는 예
전에 너무도 많은 체험으로 격어 왔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예외
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와는 달리 호대운은 청죽림의 일급살수이자 자신의 충
복이라 할 수 있는 요상군이 단 한방에 죽는 것을 보자, 덜컥 겁이
났다. 그는 단엽을 겨누고 있는 검에 힘을 주며 관패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 이놈, 넌 네 주공이란 이 자식이 죽어도 좋단 말이냐?”
관패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린놈아 죽일 수 있으면 죽여 봐라.”
“이....... 이.”
호대운이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어떻게 할까 망설일 때, 단엽이
한 손으로 호대운의 검을 잡아 왔다. 그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자신의 물건을 잡는 것처럼 그렇게 느껴질 정도였다.
호대운은 어어 하는 사이에 상대가 검을 잡도록 놔두고 말았다.
하긴 검 날을 손으로 잡아서 뭘 어쩌겠는가?
호대운은 자신의 검을 비틀어 단엽의 손을 자르며 다시 그의 목에
검을 들이밀려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호대운의 생각이었고, 단엽의
손이 그의 검을 잡는 순간, 호대운은 마치 누군가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단엽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어느새 단엽의 다른 손은 그
의 목줄을 움켜쥐고 있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련의 동작은 너무 빠른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다른 사람이
뭘 어찌 해볼 겨를도 없었다.
요상군이 관패에게 죽어 날아가고 호대운이 멱줄을 잡히는데 걸린
시간은 숨 두어 번 쉴 시간에 다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로서는 보고도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당의려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고, 창문을 막아섰던 오인의 장한
들이 놀라서 검을 빼들고 자신의 주인인 호대운을 구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뛰쳐나오는 순간 이미 관패가 그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관패는 오랜만에 신이 나 있었다.
우선 가장 앞서서 오던 장한이 자신의 앞을 가로 막은 관패를 향
해 검을 휘두르자, 관패는 왼손을 들어 막았는데, “땅”하는 소리와
함께 내리친 검이 부러져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관패의 오른손
이 그의 관자놀이를 쳐 버렸고, 머리가 깨진 채 뒤로 튕겨지듯이
날아간 장한의 신형은, 그의 뒤에 쫓아오던 동료와 충돌한 채
나뒹굴었다. 덕분이 그렇게 나뒹군 장한은 일단 목숨을 부지할 수 있
었다. 물론 맞은 인간은 그 자리에서 즉사 해 버리고 말았다.
이어지는 관패의 오른발은 그의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또 한명의
장년인을 검과 함께 차 버렸는데, 급하게 관패의 발을 막은 검이 두
동강으로 부러지면서 오른쪽에서 공격해오던 장한의 턱을 차고
나갔다.
이것이 바로 관패의 또 다른 절기인 칠초 철마각(鐵馬脚)의 발차
기 중에 상아각(象牙脚)이란 초식이었는데, 말 그대로 코끼리의 어
금니로 쳐 올리는 듯 무시무시하고 날카로운 퇴법이었다.
그 위력으로 인해, 오른쪽에서 덤벼들던 장한의 몸은 다시 벽을
부수고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물론 턱은 완전히 부서졌고, 아울러
영혼도 깨진 상태였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관패는 상대를 찬 발을 앞으로 내 디디며, 공격 해오는 또 한명의
장한을 향해 왼발을 뒤로 돌려 차는데, 그 동작의 유연함만 따진
다면 지금 관패의 덩치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관패의 이 우아한 뒤 차기는 철마각 중, 말이 뒷발질을 한다
는 후마각(後馬脚)의 초식으로, 왼발의 뒤꿈치는 정확하게 또 한명,
장한의 머리를 강타해 버렸다. 몰론 공격당한 장한은 그 자리에
서 머리가 부서지며 즉사를 해 버리고 말았다.
관패의 가슴에 공격한 상대를 살려 준다는 따뜻한 말이나 덕담은
원래부터 없던 참이었다.
일련의 사태를 본 마지막 장년인은 오줌을 지리며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살수 있었다.
설명은 길고 실제 일어난 시간은 당의려가 숨 한번 내 쉴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너무 빠른 시간에 너무 쉽게 사람이 죽어 버리자, 막총이나 여소
운 들은 물론이고, 당의려 마저 지금의 상황이 무엇인가 비현실적
이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머리가 부서지
고 이층 밖으로 날아가는 장한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감흥을 느
낄 시간조차 없었다.
차츰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리고 나자, 그때부터 당의려는 다리
가 후둘 거려서 제 자리에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물론 그녀는 사
람을 몇 번 죽여 보았다. 그렇지만 죽인 것이지, 자신의 편이 죽어
본 적은 없었으며, 당의려 자신의 목숨을 위협 받은 적도 없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죽이면서 자신이 그 상태가 되리란 생각은 조금
도 안해 보았기에 죽는 자의 심정을 헤아려 본적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가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야 그녀는
그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 느끼고 있었다.
상대는 여자라고 봐줄 인간들도 아니었고, 자신의 배경 따위는 신
경도 안쓰는 자들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낫 설은 감정은 그녀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켜 놓았다.
그녀는 품안에 들은 독질려와 각종 암기가 든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는 있었지만, 감히 그 암기들을 꺼낼 생각조차 못했다.
관패는 당의려의 바로 앞에 있었지만,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등
을 돌렸다. 한마디로 개 무시를 해 버리고 만 셈이었다. 그러나 관
패의 등을 보고서도 당의려는 어떤 행동조차 취하지 못했다. 이미
겁에 질린 그녀는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암기를 꺼내는 그 순간, 자기는 머리가 부서져 죽을 것이란 사실
이었다.
관패가 몸을 툭툭 털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주공, 그 자식은 어쩔 것이오.”
호대운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꿈에서조차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왜 검을 상대의
목에 대고 있었던 자신이 지금은 죽음의 공포를 느낀 채 인질의
손에 목줄을 잡히게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해하기에 앞서 그의 감각은 이미 죽음이란 낯선
공포에 굳어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깨우친 것은 지금 자신들이
건드린 인간들은 상식이로 이해할 수 없는 고수들이란 사실이었다.
단엽은 별로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그를 가볍게 던지며 말
했다.
“이런 솜털도 가시지 않은 아이와 어린 계집을 상대해서 무엇 하
겠는가? 살려는 두세. 하지만 저 계집이나 이 어린놈이나 사람을 꽤
죽여 본 눈초리군.”
마치 솜뭉치를 던지는 것처럼 힘이 들어간 것 같지 않은데, 호대
운은 당의려의 뒤로 날아가 바닥을 거꾸로 쳐 박혔다. 이미 피와
엎어진 음식으로 범벅이 된 바닥에 그는 마치 쓰레기처럼 뒹굴고
말았다. 머리가 깨진 채 피가 터졌다.
“가자!”
단엽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막총과 청년들, 그리고 소녀들은 모두 얼이 빠져 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단엽을 다시 보았다. 이미 관패가 얼마나 무서운 인물이고,
단엽이 무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은 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들은 다시 한번 얼이 빠지고 말았다. 하물며 금강인으
로 전쟁과 결투로 잔뼈가 굵은 파사랍마저 겁먹은 표정으로 관패를
보고 고개를 흔들며 홀로 생각했다.
‘내가 저런 인간에게 달려 들고 살아 있다니, 부처님이 도우셨다.’
관패는 조금 불만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주공, 오랜만에 편한 잠 좀 잘려 했는데, 왜 나가는 것입니까? 설
마 당가나 청죽림 따위가 무서워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요.”
“미련한 놈, 사람을 죽이고 여기서 잘 생각을 하다니. 괜히 귀찮아
지기 전에 얼른 여기를 뜨자. 괜히 죄 없는 사람들이 다친다.”
“쳇, 저런 것들을 죽인 대가치고 너무 비싸네. 어이 호가야 네놈은
네 핼애비 덕분에 살은 줄 알아라. 그렇지 않았으면 그냥.......”
관패가 주먹을 들었다 놓으며 눈을 부라렸다. 바닥에 뒹굴었다가
일어서며 관패와 눈이 충돌한 호대운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미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관패의 서늘한 눈이 다시 당의려를 향했다.
당의려 역시 그 살벌한 눈빛에 놀라 오금이 저려 오는 것을 느끼
고 그 자리에서 바르르 떨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사....... 살려 주세요. 살려만 주시면.......”
그녀는 덜덜 떨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살려만 준다면 무슨
짓이라도 다하겠다는 뜻으로 관패를 보는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관패는 그런 그녀와 호대운을 보면서 희죽거렸다.
“완전히 잡년에 개종자로군.”
그 말을 끝으로 관패는 휘적거리며 객점을 나서 버렸다.
단엽과 그 일행이 사라지자, 이층에서 벌벌 떨던 손님들은 부리나
케 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때까지도 겁에 질려 있던 당의려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순간
긴장이 풀리며 그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훌쩍거리고 울기
시작하더니 드디어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너무도 분했다. 조금 전 자신의 추한 모
습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창피하고 수치
스러웠다. 뒤에 멍하니 있던 호대운도 조금 전 일이 꿈만 같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났다.
당의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겁이란 이질적인 감정이 사라지자, 그 다음에 그녀에게 찾아온 것
은 수치심이었고, 수치심 다음에 찾아온 것은 분노였다.
자신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던 두 사람은 끝까지 자신을 완전 무
시했다. 한마디로 인간 취급조차 안했다는 것을 그녀는 그제야 조
금씩 깨우칠 수 있었다.
손봐주거나 혼을 내줄 가치조차 없는 여인이 되었던 자신의 처지
를 깨우치고 나자 그녀는 견디기 힘든 수치심과 분노에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떠나버린 단엽과 관패는 한 마디로 그녀는 물론이고 그녀의 배경
조차 깡그리 무시했다.
배경만 믿고 까부는 철딱서니 없는 어린애로 취급하였고, 자신에
게 손을 쓰는 것은 어른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리라.
그녀의 상상은 자꾸만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급기야는 그녀에
게 더 할 수 없이 독한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귀엽고 응석받이로만 자란 여아의 마음은 이상하게 삐뚤어지기 시
작했다.
“뿌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이를 갈아 붙였다.
새파란 한광이 그녀의 눈을 통해 뿜어 나왔다. 나가기 전 자신을
보며 한심한 표정을 짓던 막총과 장령의 눈이 그녀의 머릿속에 잔
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가....... 감히 천한 것들조차 나를 무시하다니.”
당의려의 분노와 자격지심은 끝없이 불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 호대운이 주춤거리며 일어섰다. 그 역시 수치심과
분노를 억제 하지 못한 채 문 밖을 보고 있었다.
당의려가 독기 품은 눈으로 돌아섰다.
호대운의 눈 역시 수치심과 분노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도 격어보지도 않은 낫 설은 감정이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짧은 순간이지만 그들은 상대의 감정
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갑자기 당의려가 손을 품안에 넣었다가 빼는 순간 아직 죽지 않았
던 두 명의 장한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호대군이 당황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면 물었다.
“왜? 무슨 짓이오.”
“흥, 주인이 당하는데 제대로 돕지조차 못하는 개들을 살려 둬서
뭐하게요. 그리고 주인의 수치를 아는 것은 가장 큰 죄라는 것을
모르나요. 이들에게 아직도 주인에 대한 존겸심을 기대했다면 호
공자는 정말 바보겠지요. 문제는 이들이 떠벌리면 몰랐던 수하들조
차 공자님을 멀리 할걸요.”
호대운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갑자기 그녀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도 일리
는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당한 수치가 이들을 통해 많은 수하들
에게 알려지는 것은 자신의 체통 문제이기도 했다. 특히 겁에 질려
바지에 실례를 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변한 듯한 당의
려의 모습은 그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호대운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는 듯 그녀는 이를 뿌드득 갈
며 중얼거렸다.
“개자식들 두고 보자. 오늘 이 자리에 있었던 연놈들은 물론이고
그 가문까지 깡그리 몰살 시켜 버리겠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비록 수치심과 화를 참지 못하고 두 사람
을 죽였지만, 자신의 수치를 본 이층의 손님들을 전부 죽이지 못한
것이 찜찜하고 울화가 치밀었다.
입이 얼어붙고 몸이 굳어 공격조차 못해보고 무시당하던 자신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앞에 죽어있는 장한의
머리를 다시 걷어차 버렸다.
호대운은 멍하니 그녀를 보고 있었다.
“끄응”하는 소리와 함께 기절해 있던 정대호가 정신을 차리고 있
었다. 그는 기절해 있었던 관계로 살아난 운 좋은 사내였다.
당의려는 차가운 시선으로 정대호를 돌아보았다가 호대운을 보면
서 말했다.
“근처에 우리 당가의 일행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청죽림의 고수
들이 있으니 이제 우린 복수를 해야 하겠죠. 그렇지 않은가요?”
당의려의 살벌한 눈을 보며 호대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동의
하지 않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은 당의려의 살기등등한 눈빛에
그는 질려 있었다.
호대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당의려의 입가에 미소가 어리는가 하
더니 그녀는 자신의 옷을 대충 찢어 내기 시작했으며, 바닥에 있는
검을 주어들고 몇 군데 상처까지 내었다. 그리고 치마 사이로 손
을 넣어 고의마저 찢어 낸 다음, 몸에서 흐른 피를 허벅지 사이에
칠해 넣었다.
그녀의 황당한 짓에 호대운은 놀란 눈으로 당의려를 보고만 있었
다.
당의려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바닥에 떨어지며 깨진 머리의 아픔마
저 멈추는 느낌이었다.
당의려는 놀라는 호대운을 보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내가 강간당할 뻔 했다고 해도 믿겠지요.”
호대운의 안색이 파랗게 질려 버렸다.
당의려가 차가운 웃음을 머금고 아주 낮은 속삭임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호공자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요. 그럼 우린 복수를
할 수 있고, 청죽림과 당가의 좋은 관계도 오래 갈 거예요. 그렇지
않은가요.”
호대운은 가슴에 비수가 꽂힌 것처럼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조
금 전의 공포와 머리통의 통증마저 잊을 정도였다.
호대운은 자신이 고개를 흔들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의려가 웃고 있었다.
첫댓글 즐독합니다 여자의한이란것이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ㅈㄷㄳ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
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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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못난 안간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즐독! 감사 합니다^^.
즐독
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