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멜의 수방
장 석훈 베르나르도수녀
그 옛날 어릴 적 크레파스를 몽땅 짓눌러 이겨 붙인 듯 한
태양의 열기가 지나고
가을의 서늘함은
내가 어디에
얼마 만큼의 크기로 존재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조차
무(無)로 돌리는 그 마음에서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자아를 발견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수방 안에 가득한 침묵,
절대고독과 평화는
바로 나의 삶의 자리의 공간.
십자가 만 바라볼 수 있는 작은수방
그러면서도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소년 예수”라는 수도명의 현의(顯義)입니다.
사람의 기억 속에 멀어져 간다는 것,
잊혀진 삶, 숨어서 산다는 것
그런 가운데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
그분의 원의가 이루어지길 기도에 몸담고
사랑의 삶을 엮어 가는 것이
가르멜인으로서의 저의 소명일 뿐.
가르멜 수도자는 살아 있는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달리 살아 있는 하느님이 아니라
진실로 아들이 아버지와 성령 안에서 이야기하는
성 삼위 안에 그 안에 살아 있는 것입니다.
“<가르멜>이란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께로 부르시는 산(山)입니다.
하느님의 절대적 초월성에 사로잡힌
인간의 메마른 얼에
하느님은 순수한 사랑으로 그 갈증을 풀어주는 것이 가르멜입니다.”
가르멜의 아름다움은 단순성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듯이
그렇게 모든 것을 받고 모든 것을 다 드리는
단순성의 아름다움입니다.
Hildegard of Bingen
Celestial Stairs (천국의 계단)
O quam mirabilis
첫댓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방과 아름다운 '시'입니다....
제 맘 속에도 베르나르도 신부님의 가르멜 영성이 젖어드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