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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148)
[지옥군도가 가야 할 곳은 지옥이다.]
바다는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다.
잔잔할 때는 부처님 얼굴처럼 평화롭기만 하다가도 한번 화를 내면 걷잡을 수 없이 광폭해진다.
바람과 비, 그리고 거친 파도로 대변되는 바다의 분노는 보는 사람을 질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지금 배에 타고 있는 일행의 표정이 그랬다.
하늘로 먹장구름이 몰려든 시각은 새벽녘이었다.
날씨가 심상치 않다면 선장은 발을 동동 굴렀으나 물속으로 들어간 백산이 나오지 않았던 터라 일행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다 폭풍과 직면했다. 일 장에 달하는 파도 앞에 배는 가랑잎처럼 흔들렸다.
배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진 바 모든 내공을 동원해야 했다. 하지만 바다는 강했다.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파도를 이겨냈다 싶으면 또 다른 파도가 덮치고, 그 파도를 물리치면 다른 파도가 배를 덮쳤다.
소림에서 겪었던 것보다 더한 사투를 일행은 겪어야 했다.
“벗어나야 합니다!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전부 죽습니다.”
거세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훔치며 선장은 광치를 향해 말했다.
“잔소리 말고 키나 제대로 잡아! 이 폭풍우에 가면 어디로 간다는 말이야!”
광치는 고함을 질렀다. 선장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저 멀리 파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것들은 암초가 분명했다. 혹여 파도에 밀려 배가 암초에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끝장이란 사실은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물속에 있는 백산을 기다려야 하기에 떠날 수가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해 볼 테니까 당신은 지휘나 잘해!”
다시 한 번 고함을 지른 광치는 초조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백산이 들어가 있는 바다였다.
“빨리 나와라, 대장. 이러다 정말 뒈지겠다.”
유몽과 잠영루 살수들이 있는 선미로 시선을 주며 절박하게 말했다. 그들의 몰골은 가관이었다.
자연의 힘에 의해서도 내상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곳에서 처음 알았다. 배를 덮치는 파도를 장풍으로, 검으로 쳐내야 했다. 얼마나 많이 장풍을 날렸는지, 얼마나 많이 검을 쳐냈는지 알지 못했다.
옷에서 흘러내린 물이 빗물인지 땀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급기야 견디지 못한 잠영루 살수들은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끌어올렸던 내공 때문에 내상을 입고 만 것이다.
자신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애써 억누르고 있지만 목 언저리에서 비릿한 냄새가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다.
“왼쪽에서 파도가 밀려옵니다!”
“빌어먹을!”
선장의 고함소리를 들은 광치는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그의 행동은 민첩했다. 재빨리 몸을 날려 왼편으로 이동한 그는 전면을 향해 무작정 쌍장을 밀어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철웅, 파면신개, 설련, 주하연, 구양중 그리고 유몽과 잠영루 살수들까지 전부가 왼편으로 몰려와 전면을 향해 쌍장을 뿌렸다.
쿵! 콰과광! 광!
일행의 손을 떠난 엄청난 힘이 집채만 한 파도를 강타했다.
하지만 상대는 인위적인 힘이 아닌 자연.
그들의 장력은 파도의 한 부분만 약화시킬 뿐이었다.
“어푸!”
파도에 휩쓸린 일행은 전 내공을 동원하여 천근추를 시전했다. 몸을 무겁게 해 배가 오른편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입 안으로 들어오는 짠물 따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엑!”
잠시 호흡을 가다듬던 광치는 급기야 한 움큼 피를 토해 내고 말았다. 덩달아 잠영루 살수들마저 피를 토해 내고 일행은 바닷물에 휩쓸려 사라지는 붉은 피를 막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안 되겠어요. 백랑을 불러 와야.......”
보다 못한 설련이 바다로 뛰어들 태세를 취했다. 백산이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일단 그를 데려와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물속으로 뛰어들 수가 없었다.
뒤에 있던 주하연이 그녀의 허리춤을 잡고 놔주지 않았던 탓이었다.
“하연아!”
설련은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주하연을 불렀다. 지금껏 일행을 막고 있는 사람이 그녀다. 그녀가 가로막는 바람에 누구도 물속으로 뛰어들지 못했던 것이다.
“안 돼요, 언니! 오빠는 강해져야 해요. 우리 편하자고 오빠를 부를 수는 없어요.”
주하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는 없다. 아니, 더 이상 백산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오빠는 만다라를 얻어야 해요. 반드시 그래야 해요. 그래야만 유방이 될 수 있어요. 그래야만 무림 황제가 될 수 있어요.’
그녀가 일행을 막고 있는 이유였다.
완전한 백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기회가 왔을 때 완전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견뎌야 한다.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보다 더한 고난을 뚫고 여기까지 왔어요!”
일행의 선두로 나선 주하연은 허리에 감았던 마안철겸을 풀어버렸다.
“하연아!”
설련은 질겁한 얼굴로 주하연을 불렀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몸과 돛대를 묶었던 마안철겸을 풀어 버리다니.
“이길 수 있어요! 저 정도는 막아 낼 수 있다고요! 와라, 파도야! 전 무림의 공격을 뚫고 이곳까지 온 묵안혈마 백산의 부인이 나다. 수천 명의 무림인들을 죽이고 이곳까지 온 백산의 부인이 나란 말이다. 네까짓 파도에 당할 것 같았으면 이곳까지 오지도 않았다. 네까짓 파도에 당할 것 같았으면 남경왕부에서 벌써 죽었을 거란 말이다! 나는 백랑을 무림 황제로 만들 거다! 명나라 황제보다 더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 거란 말이다!”
파도를 향해 고함을 내지르던 주하연의 전신에서 서릿발 같은 기운이 요동쳤다. 극성으로 끌어올린 빙천수라마공은 그녀를 얼음인간으로 만들었다. 머리칼이 백색으로 변하고, 온몸에서 한기가 줄기줄기 쏟아져 나왔다.
처음으로 삼 갑자에 달한 공력을 전부 끌어올린 것이다.
“이 주하연의 맹세다! 다시는 세상이 그분의 운명을 희롱하지 못하게 해주겠다! 그 일을 위해 이 주하연은 목숨을 걸겠다. 그 일을 위해 이 주하연은 일생을 걸겠단 말이다!”
일행은 보았다. 주하연의 몸에서 흘러나온 거대한 역도가 전면 파도를 향해 밀려가는 광경을.
고금오천무를 뛰어넘은 무공. 천음신맥의 신체에 빙천수라마공을 익힌 주하연은 오신가의 한 곳이었던 수신가의 완전한 무공을 펼치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한기는 거대한 얼음 창으로 변했고 그 얼엄 창은 점점 그 길이를 늘였다.
파도가 숨을 죽이고 바람이 숨을 죽였다. 일행의 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천지를 강타하는 거대한 함성을 들었다.
“빙백수라무(氷白修羅舞)!”
허공을 가르며 나아가는 그것은 천력이었다. 주하연의 의지였다. 집채만 한 파도가 산산이 부서지는 광경이 마치 꿈처럼 일행의 시야에 잡혔다. 일행을 할 말을 잊었다.
“저 아이가?”
특히 설련의 놀라움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왕부의 여식으로 군주 교육을 받았다지만 어린애일 뿐이다.
그런데 주하연은 이미 어린애가 아니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못할 곳에 은거하여 평생을 그곳에서 살고자 했던 자신과는 달리 주하연은 하늘이 백산에게 내린 운명을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일에 평생을 건다고 했다.
그 일에 목숨을 건다고 했다.
문득 주하연의 모습이 커 보였다. 자신보다 훨씬 더 어른처럼 보였다.
“네가 나보다 낫구나!”
나지막이 중얼거린 설련은 두 주먹을 불끈 틀어쥐었다. 주하연의 말이 맞다. 두 번에 걸친 삶을 살고 있지만 그에게는 달라진 게 없다.
과거 묵안혈마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무림인들에게 쫓기는 신세다. 운명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가 너무 불쌍하다.
그 운명을 주하연이 바꿔 주겠다는 것이다.
백산을 무림 황제로 만들어서.
“그래, 같이하자. 그분이 싫다면 우리가 우겨서라도 같이해 보자!”
허리에 묶었던 밧줄을 풀었다. 주하연의 말대로 파도조차 이기지 못하면 중원 전체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 중원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설련의 신형이 허공을 날아 주하연 곁에 멈춰 서고 두 여인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나도 광풍무를 익혔다. 백랑이 적어 준 광풍무를 익히고 말았어!”
광풍무의 모든 구결들이 머릿속에서 맴돈 게 언제부터인지 알지 못했다. 그 두꺼운 책자가 끊임없이 머릿속을 떠다녔고, 어느 순간부터는 하나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아직 이름조차 짓지 못했다. 하지만 그 위력은 능히 상상할 수 있었다.
지금껏 익혔던 무공은 물론이고 북황련에서 보았던 어떤 무공보다 강했다. 아니, 지금 내공을 감당할 수 있을는지 그것조차 의문이었다.
“볼래요?”
바다 속을 향해 속삭이듯 말한 설련은 양손을 기이하게 움직였다.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바다를 향했다. 일순 그녀의 몸에서 가공할 기운이 흘러나왔다.
하늘을 향하는 오른손 끝에서는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붉은 구가, 아래를 향했던 왼손에서는 백색 투명한 구가 생겨났다.
“이야합!”
날카로운 고함 소리와 함께 하늘과 바다를 향했던 그녀의 양손이 하나로 합쳐지고 그곳으로부터 뇌전처럼 번쩍거림이 일었다. 뒤이어 엄청난 기운이 전면 파도를 향해 밀려갔다.
놀랍게도 그녀가 시전한 무공은 무공 서열 이위로 기록되어 있는 천마심공과 유사했다.
아니, 변형되었지만 천마심공이 분명했다.
철목승이 익혔던 천마심공마저 광풍무에 녹아 있었고 그 무공을 찾아낸 사람은 설련이었다.
변형되었지만 천마심공은 대단했다.
주하연이 그랬던 것처럼 산더미처럼 몰려오던 파도는 언제 그랬냐 싶게 수면으로 스러져 버린 것이었다.
“우엑!”
내공이 일천한 그녀로선 무리였을까. 급기야 설련은 피를 토하고 말았다.
“나온다!”
두 여인의 염원이 통했는지 일순 바닷물이 백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일행의 시야에 잡혔다.
“오오!”
누군가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희뿌연 덩어리가 천천히 수면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새하얀 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꽃이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기이한 덩어리. 세상의 모든 것을 품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떤 기운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혼돈(混沌)의 심연(深淵)에서면 피어난다는 만다라(曼茶羅)였다.
극선(極善), 극사(極邪), 극마(極魔)의 경지라 했던가.
파도조차 백산 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이미 천지합일을 넘어서 자연마저도 초월해 버린 절대자.
진정한 묵안혈마(?眼血魔)의 탄생이었다.
번쩍!
반개하고 있던 백산의 눈이 번쩍 떠졌다.
“오빠!”
백산이 눈을 뜨자마자 주하연은 그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무슨 일이냐? 하연이 너는 왜 이리 이쁜 모습으로 있고?”
흠뻑 젖어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낸 주하연을 보며 백산은 싱긋 웃었다. 그녀들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를 왜 모르랴.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려고 하는 말이었다.
“설련! 넌 무리하지 말라고 했더니.”
파리한 안색의 설련을 보던 백산은 그녀를 향해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일순 설련의 신형이 백산을 향해 둥둥 떠가더니 그의 품에 안겼다.
“무공은 흥이 난다고 무작정 펼치면 안 된다. 내 누누이 말했지만 너희들에게는 솥뚜껑이 어울린단 말이다. 알았어?”
“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지금부터는 쉬어. 내가 저것들을 박살내 버릴 테니까.”
주하연과 설련을 내려놓은 백산은 갑판에 너부러진 광치 일행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것들이 미쳤나. 여자들도 멀쩡한데 사내자식들이 약해 빠져서는! 일어나지 못해?”
“못 일어나, 임마. 지금부터는 대장 너 혼자 다 해. 너도 우리처럼 당해 봐야 한다고!”
광치는 바락바락 고함을 내질렀다. 지금껏 물속에서 놀다 온 녀석이 하는 말이라니.
“그러니까 너희들은 무공이 늘지 않는 거야. 남들은 단전을 비우고 싶어도 비우지 못하는데, 쯧쯧! 공령을 얻을 절호의 기횐데.......”
“무슨 소리냐, 대장?”
광치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분명 백산은 공령이 어쩌고저쩌고 했다. 무인이라면 꿈에서라도 얻기를 원하는 경지. 천지간의 힘을 제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경지를 가리켜 공령이라 하지 않았던가.
“늙은 놈이 귀는 밝아 가지고. 새꺄, 비었으면 뭔가를 채울 것 아니냐!그 채워지는 걸 가져다 쓰면 그게 공령이지, 공령이 별거냐?”
“그러니까 단전이 빈 상태에서도 개 발에 땀나게 무공을 펼쳐라, 이 말이지?”
희열에 찬 얼굴로 광치는 되물었다. 광치뿐만이 아니었다. 유몽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파도를 향해 각자의 무공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오빠, 정말 저렇게 하면 공령을 얻을 수 있어요?”
잔뜩 기대 부푼 얼굴로 주하연이 물었다. 만일 백산이 고개를 끄덕이면 나가서 무공을 펼칠 태세였다.
“하연아, 공령을 익히려면 어떤 단계에 올라야 하지?”
“심검(心劒)........오빠!”
주하연은 빽 고함을 질렀다. 무공의 마지막 단계인 공령은 심검의 단계에 오른 무인이 돼야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었던 탓이다.
결국 파도를 향해 죽어라 무공을 펼치고 있는 저들은 백산의 한마디 때문에 헛고생을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듣겠다, 이 녀석아! 하지만 저 녀석들은 지금보다 강해지기는 할 거다. 몸속에 내공으로 만들지 못한 잠력이 있는지 없는지 그것까지는 모르지만, 만일 있다면 그것들은 전부 내공으로 변하게 되거든.”
“그럼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는 말이네요?”
듣고 있던 설련이 물었다.
“그렇지. 우린 들어가서 쉬자. 물속에 너무 오래 있어선지 온몸이 쑤시는 것 같아. 역시 사람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야 해!”
두 여인의 허리를 감싸 안은 백산은 선실로 향했다.
백산이 올라오자 배는 파도를 헤치고 조금씩 나아가기 시작했고, 광치 일행이 큰대 자로 드러누울 때 즈음 배는 폭풍우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폭풍우를 벗어난 일행의 항해는 순조로웠다.
별달리 할 일도 없었기에 일행은 무공을 논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일정 경지에 오른 무인들인지라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그동안 무공을 익히면서 가졌던 의문점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정도였다.
“대장,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광치가 불쑥 백산에게 말을 걸었다.
“뭐가 또 궁금한데? 무공은 너보다 높을지 모르지만 무공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다.”
“어쭈! 겸손한 척은. 무공에 대한 건 아니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 내가 알고 싶은 건 대장 네 머리통이야. 지금껏 겪어본 바로는 대장 넌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 절대 아니거든? 그런데 그 작은 대갈통 속엔 엄청난 무공이 들어 있단 말이다.”
비단 광치뿐만이 아니었다. 백산이 광풍무를 집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모든 내용을 암기하고 있는 설련도 마찬가지였다. 광치처럼 백산의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무공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많았다.
그 많은 무공들이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지 놀랍기만 했다.
“그러니까 니들은 대가리가 멍청한 놈이 어떻게 그런 무공을 알고 있냐, 이 말이지? 한두 가지도 아니고 수십 가지를?”
“오빠, 그건 나도 궁금해요. 오빠가 펼친 무공만 해도 용왕유권, 아라한신권, 무상각, 관음청강수, 구련조화인, 무상신법, 백보신권, 한천팽무도법, 혈우창궁검법이 있고, 그리고 조금 전 설련 언니가 펼친 무공을 보니까 천마심공 같던데........”
“세상에!”
주하연의 말에 일행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백산이 천하제일인이란 사실은 여기 있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광혈지옥비를 제외하고도 그렇게 많은 무공을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용왕유권, 아라한신권, 무상각 등은 오십 년 전까지만 해도 소림에서조차 익힌 사람이 없었던 실전(失傳)무공들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언급된 천마심공은 강호 무공 서열 이우이고, 한천팽무도법과 혈우창궁검법은 공동 삼위로 언급된 무공들이다.
더구나 주하연이 익히고 있는 빙천수라마공 또한 고금오천무의 한 자락을 차지했던 무공이 아닌가.
머릿속에 있는 무공만으로도 몇 개의 문파를 창건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걸....... 다 익힌 거냐?”
더듬더듬 광치는 물었다.
자신에게 주었던 천장지옥마공은 백산에 있어서는 그저 평범한 무공일 뿐이었다. 무공의 보고가 바로 백산의 머리였다.
“천재는 당연한 거야, 임마. 천재적인 머리가 있으니까 그런 엄청난 무공을 익힐 수 있는 거지, 너희들 같으면 어림도 없어. 암만, 절대로 불가능하지.”
하지만 말과는 달리 백산의 얼굴은 아득하게 변했다. 과거 반신육천역의 한 곳이었던 유형마지(有形魔地)에 들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천장지옥마 갈태독을 만났고, 또....... 마불성승을 만났다. 유형마지 안에서 마기를 먹고 백 년 동안 살아남았던 사람.
제령심연불법(制靈深淵佛法)이라 했다. 교화가 불가능한 안인이나 마인의 머릿속에 강제로 불심을 심는 불가의 심법이다.
마불성승은 입적하기 전 당신이 가진 모든 지식을 제령불연심법으로 넘겨주셨다. 그 덕에 실전(失傳)되었다는 소림 무공을 익히게 되었고, 소림의 존장이 되었다.
“맞습니다. 주공의 머리는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광치 녀석이 넘볼 수준이 절대 아니지요. 아니 이 세상에서 주공처럼 머리가 좋은 사람은 절대 없을 겁니다.”
유몽은 침을 튀기며 맞장구를 쳤다.
“진심이냐?”
“물론 진심이지요. 제가 말씀 안 드렸던가요? 주공은 세숫대야만큼이나 머리가 좋다고요.”
“이상하네. 그런데 왜 난 대가리에 기름칠하란 말로 들었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나이 때문에 환청이 들린 모양입니다.”
유몽은 필사적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무상신법만큼은 반드시 얻어내고 싶었다.
월영은둔술와 무상신법이 더해진다면 지금보다 몇 배 강해질 게 분명하지 않겠는가.
“환청이라? 하긴 내 나이가 많기는 하지. 일흔이 넘었는데 마누라들은 이제 스무 살도 안 됐으니, 노망났다고 욕할 만도 해.”
“주공, 지금 그 이야기가 아니자 않습니까?”
넋두리처럼 눌어놓는 백산의 말에 유몽은 펄쩍 뛰며 소리쳤다.
“아니긴 뭐가 아냐, 임마? 속으로는 비웃고 있으면서!”
“하! 미치겠네, 이거. 주모, 말 좀 해주십시오.”
견디다 못한 유몽은 설련과 주하연을 보며 애원했다. 무공을 가르쳐 달라는 말은 꺼내 보지도 못하고 이상한 상황에 직면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지 말고 가르쳐 주세요. 저렇게 원하는데.”
[제자들 보는 앞에서 너무 무안 주지 말고요.]
유몽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곁에 있던 설련이 거들고 나섰다.
“맞다. 제자들에게 줄 무공이 없어서 그렇구나?”
제자들이란 설련의 전음에 슬쩍 고개를 돌려 사양선 일행을 보았다. 그들 또한 유몽과 마찬가지로 간절한 얼굴로 주시하고 있다.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딱히 줄 무공이 없어서 그래. 저 녀석들이 익힌 무공은 전부가 살검(殺劒)이란 말이다. 살검을 익힌 녀석들에게 소림 무공은 상극이나 다름없고, 한천팽무도법은 바람의 비밀을 알아야 익힐 수 있는 무공이거든. 그리고 그동안 시간도 없었잖아.”
“그럼.......광풍무는 어때요?”
백산을 가만히 쳐다보던 설련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운명을 바꾸는 데 일생을 걸겠다 했던 주하연의 말 때문이었다.
광풍무라면 사양선을 비롯한 잠영루 살수들을 단시간에 고수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광풍무? 그러니까 소림사 장경각에서 썼던 그 낙서 말하는 거야?”
설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다시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쓸 자신도 없어야!”
백산은 의아한 얼굴로 덧붙였다. 소림사 지하 장경각에서 썼던 낙서를 말하는 것인 줄은 알지만, 퍼뜩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구 써 내려간 무공이 광풍무다.
다시 쓰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더구나 소림사도 사라지고 없지 않은가.
하지만 설련은 빙그레 웃었다.
“제가 알고 있어요.”
“그 많은 걸?”
백산은 놀란 얼굴로 설련을 쳐다보았다. 광풍무를 썼던 자신조차 거의 기억이 없다. 더구나 알아먹기도 힘든 그것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니.
“어떻게 하다 보니 암기하게 됐어요.”
설련은 어색하게 웃었다. 어쩌다 보니 외운 게 아니다. 백산을 알고 싶어서, 백산을 느끼고 싶어 수십 번을 읽다 보니 저절로 외우게 되었다.
“허! 알아서 해라!”
그녀를 쳐다보던 백산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백산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일행은 감격한 얼굴로 큰절을 올렸다. 설련에게 절을 올린 사람은 유몽과 사양선 일행만이 아니었다. 흥미로운 얼굴로 설련과 백산의 대화를 지켜보던 광치마저도 일어나 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갑판에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은 파면신개가 유일했다.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내 무공인데 왜 설련에게 절을 하는 건데?”
“그러게 제가 그러지 않았습니까. 세숫대야만큼 머리에도 신경을 좀 쓰시라고요. 이왕 주실 건데 너무 생색내지 말고 그냥 줬으면 얼마나 좋습니까. 광풍무라는 엄청난 무공을 주는 마당인데도 좋은 소리는커녕 고맙다는 말도 듣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예부터 하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 나쁜 놈은 평생 고생한다는.......”
이죽거리던 유몽은 백산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자 재빨리 바닥을 찼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백산의 주먹이 나올 때라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공으로 사라지려 했던 유몽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 주, 주공!”
사지를 결박당한 듯 몸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깜짝 놀라 눈을 치뜬 유몽의 얼굴로 붉은 광채가 일렁이는 주먹이 무자비하게 떨어졌다. 유몽은 재빨리 전 내공을 끌어올려 얼굴을 방어했다.
퍼억!
“으아악!”
첨벙!
“옛날의 내가 아냐, 임마!”
만족스러운 얼굴로 주먹을 쳐다보며 백산은 음흉한 미소를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문주님?”
“먼저 네가 본 것을 말해 봐라!”
“방금 유 대협은 내공이 제압당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몸은 지극히 정상이었단 말이지요. 그런데 그는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한순간에 불과했지만.”
“제대로 봤다. 철웅 네 말처럼 방금 살수는 모든 면에서 정상이었다. 나를 향해 공격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
백산의 말이 시작되자 일행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철웅처럼 자세히는 아니지만 자신들 또한 방금 유몽의 상태를 보았다.
분명 유몽이 피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눈앞으로 다가오는 백산의 주먹을 그는 빤히 쳐다보며 허용했다.
백산이 내공으로 억압해서 그런 걸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철웅은 그게 아니라고 하고 있다.
“어려운 말은 잘 모르고 난 공간을 파악한다는 말로 표현한다.”
“그럼 유 대협이 움직일 방향을 미리 가지하고 그곳에 벽을 쳤다는 말씀입니까?”
“맞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의지(意志)는 변화를 가져온다. 나는 그 변화를 감지해 살수가 움직일 방향에 막을 쳤을 뿐이고.”
백산의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일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쩝! 내가 말해 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어색한 미소를 흘린 백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재차 말을 이었다.
“우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 보자. 무공을 펼칠 때 무언(武諺)을 외치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느냐?”
“무언(武諺)은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라 알고 있습니다.”
철웅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맞다. 무공을 익힌 놈은 반드시 그렇게 대답해야 한다. 멋있게 보이려고 무언을 외친다고 하는 놈은 절대 무인일 수가 없다. 의지는 곧 힘을 불러오기 때문이고, 그 의지를 불러오는 가장 훌륭한 매개체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가서 방금 살수는 허공으로 몸을 빼려 했다. 그러자 녀석이 가려는 방향으로 미약한 변화가 생기는 거야. 나는 그곳을 막았을 뿐이고.”
“심검(心劒)과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일행의 얼굴이 흠칫 변했다. 의지를 논하면서 급기야 마음으로 적을 살상한다는 심검으로까지 발전하다니.
“글쎄, 심검(心劒)은 상대를 죽여야겠다는 의지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겠지. 간단하게 말하면 너희들 몸속에 있는 진기를 유형화시키는 단계를 강기(?氣)라 부른다면 의지(意志)를 유형화시키는 단계를 심검이라 부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지를 유형화시키는 것과 조금 전 공간을 파악한다고 했던 내 말은 다르다.”
“그럼?”
철웅은 재차 물었다. 무엇인가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았던 탓이었다.
“느낌의 실체다. 다시 말하면 육감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지. 뭔가 일어날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이 아닌, 무엇인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 말이다. 몸속의 진기(眞氣)를 내 것처럼 이용할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지금도 제 것처럼 이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냐. 너희들은 무공을 펼칠 때만 진기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야. 일상생활에서 힘을 쓰는 것처럼 진기를 사용할 수준이 된다면........ 거참, 말로 표현하려니까 어렵네. 간단하게........”
일순 일행의 눈동자가 일제히 빛났다. 말은 쉬웠지만 진기를 힘처럼 사용하라는 말을 실제로 적용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의 귓전으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간단하게 말하면 똥을 쌀 때나 오줌을 쌀 때, 내공을 이용해 봐. 우선은 변비가 있는 놈들은 확실하게 고쳐질 테고, 오줌발 약하다고 욕먹는 일은 절대 없을 거다.”
“.......?”
“문주님!”
결국 철웅은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뭔가 그럴싸한 말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볼일 볼 때 내공을 이용해서 하라니.
“더 이상은 몰라, 임마! 내 머리 나쁜 건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뭘 바라냐? 다 들었으면 올라와, 새꺄!”
철웅을 향해 인상을 쓰던 백산은 갑판 너머를 향해 소리를 빽 질렀다.
“아이고, 죽겠네. 그렇다고 제자들 보는 앞에서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나이 값을 좀 하십시....... 저건 또 뭐야?”
물을 박차고 배로 오르던 유몽은 투덜거리던 것도 잠시, 놀란 눈으로 수평선 너머를 쳐다보았다. 수십 척의 배가 이편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 깃발은 지옥군도?”
유몽을 따라 시선을 돌렸던 광치는 낮게 외쳤다.
검은 바탕에 흰색 태양이 새겨진 깃발은 바다의 지배자라는 지옥군도의 표식이 분명했다.
“지옥군도?”
일순 백산의 시선이 주하연에게로 향했다.
수신사위 중 수왕신장(水王神將) 유어청(劉漁靑)이 지옥군도의 도주였다는 말을 주하연에게 들은 적이 있었던 탓이었다.
“이십 년 전에는 수왕신장이 도주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수신사위에 대해 알려졌는데도 저들은 찾을 생각을 안 하잖아요.”
주하연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비단 유어청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변황 최고의 세력은 사패천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괄을 비롯한 수신사위는 한 번도 그곳을 찾아가지 않았다. 결국 변황사패천을 세웠던 그들은 수하들에게서도 배신을 당했다는 말이 된다.
“설마 우릴 노리고 온 것은 아니겠지?”
동의를 구하듯 백산은 일행을 보며 물었다.
“이쪽으로 곧장 오고 있구먼, 뭐!”
지옥군도의 선단을 가리키며 광치는 이죽대듯 말했다.
광치의 말 그대로였다.
지금껏 한시도 놓치지 않고 백산 일행이 탄 배를 감시하던 지옥군도 선단이 드디어 백산 일행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 폭풍을 뚫고 나오다니. 저 배에는 뱃사람이 있나 보군.”
멀리 보이는 배를 보며 단목사우는 중얼거렸다.
평생을 배 위에서 살았던 지옥군도의 선박조차 철수했던 그 폭풍 속에서 저들은 살아 나온 것이다.
“배를 저들 쪽으로 대라!”
“도주!”
단목사우가 밖을 향해 짧게 말하자 청리양이 그를 불렀다.
“수장시킬 때 시키더라도 이야기는 해봐야 하지 않겠소? 내가 운이 좋다면 광혈지옥비의 주인을 부하로 거둘 수도 있는 일이고.”
‘그럼 수장시킨다고 했던 말의 의미가?’
청리양은 내심 중얼거렸다. 며칠 전 남해군도에서 회동 때 그는 분명 광혈지옥비를 수장시키겠다고 했다.
대외적으로 그렇게 발표하겠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귀광두를 포섭할 작정이었다.
전면으로 빠르게 나아가던 현무호가 조금씩 속도를 줄이자 단목사우는 갑판으로 나섰다.
“소생은 지옥군도의 도주 단목사우라고 하오! 귀광두 대협을 만나고 싶소이다!”
두 배의 거리가 십 장 정도까지 좁혀지자 단목사우는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저 정도 배면 얼마나 나갈까?”
전면으로 다가온 배를 보며 백산은 놀라 물었다.
현무호란 이름이 적힌 배는 거대했다.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 또한 그다지 작은 배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무호에 비하면 배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삼 층이 죄다 선실인데 무슨 말이 필요하랴.
“주공, 주공의 눈에는 배의 크기만 보일 뿐 측면에 있는 철포는 보이지 않습니까?”
유몽의 심정도 백산과 다르지 않았다. 멀리서 볼 때와는 천양지차였다. 배 측면에 달린 철포만 해도 이십 문에 달하는 배. 현무호는 황군에서 쓰는 전선(戰船)을 개조한 배가 분명했다.
“그래서 묻는 말이야, 임마. 저기 있는 철포까지 포함해서 팔면 엄청난 거금이 들어올 것 아니냐.”
유몽에게 핀잔을 준 백산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며 나발처럼 두 손을 모아 입에 가져다 대었다.
“내가 묵안혈마다! 앞을 가로막은 이유가 뭐냐?”
“하여간 특이해요. 금방 볼일 볼 때도 내공을 사용하라고 해 놓고선.”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처럼 손을 모아 고함을 지르는 백산의 모습에 유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단목사우 또한 유몽과 같은 생각이라는 듯 의아한 얼굴로 백산을 주시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제일인으로까지 인정받고 있는 귀광두가 아닌가. 그런 사람이 손을 모아 소리를 지르다니.
“특이한 친구군.”
생각보다 젊은 백산의 모습에 단목사우는 슬쩍 미소를 머금었다.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다는 건 야망이 있다는 말과 통하고, 그런 사람은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우리 지옥군도로 백 대협을 초빙하고 싶소이다.”
[그대와 합작을 하고 싶소. 나와 같이 천하를 얻어 보지 않겠소?]
“얼레, 무공도 만만치 않네?”
말과 심어(心語)를 동시에 시전하는 단목사우의 무공에 백산은 깜짝 놀라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
세 번째로 보는 초강자였다. 용황신가 인물들이나 뇌우에 비해 결코 쳐진다고 할 수 없을 듯했다.
“내가 이 길로 은거한다면 그냥 보내 줄 텐가?”
“그대가 광혈지옥비를 꺼내지만 않았어도 그냥 보내 줬을 거요.”
“무림엔 나 정도의 강자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천하제일인이란 꼬리표가 붙지 않았네. 천하제일무공은 광혈지옥비이고, 광혈지옥비를 가진 그대는 천하제일인이 될 수밖에 없단 말이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음인지 단목사우의 말투가 공대에서 반말로 바뀌었다. 백산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단목사우는 최후통첩을 보내듯 확고하게 말했다.
“바다는 우리 지옥군도에서 관장한다. 설사 상대가 천하제일인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죽음을 택하겠다는 말이더냐?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해라, 단목사우. 지금 네 결정은 지난 이십 년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건방지군!”
단목사우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불꽃이 확 일었다. 천오백 지옥군도 무인 앞에서 감히 죽음을 논하는 자가 있을 줄이야.
이십 년을 투자하여 오늘의 지옥군도를 만들었다. 과거보다 다섯 배 이상 강하게 키운 곳이 지옥군도다. 그런 지옥군도를 없애 버리겠다고 호언하는 자를 만났다.
“건방진 게 아니다, 단목사우. 내가 보았을 땐 너희들은 우습기 짝이 없는 놈들이다. 대가리 큰 몇 놈 모였다고 세상을 얻은 것처럼 광분하는 광대들 말이다. 받아준다. 내가 먼저 나선 적은 없었다. 하지만 걸어온 도전을 피한 적도 없었다. 단,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묵안혈마에게 도전했던 자들 중 아직 숨 쉬고 있는 자들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충고....... 고맙다. 돌아간다!”
백산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단목사우는 뒤편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협상 결렬. 지금부터는 광혈지옥비를 수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장차 해가 될 소지가 있는 자는 사전에 싹을 제거해야 할 터이다. 기회가 생겼을 때.
둥! 둥둥! 둥둥둥!
현무호가 지옥군도 선단으로 합류하자 전고(戰鼓)가 거친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따스한 기운이 감돌던 바다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하연이 네가 배를 지휘해라. 나머진 포탄 공격에 대비하고.”
길게 장사진을 펼치는 지옥군도 선단을 보며 백산은 나지막이 말했다.
“너 자신 있는 거냐?”
파면신개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개방에서 조사된 바로는 변황 무림의 힘은 결코 중원 무림에 비하여 뒤처지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변황사패천으로 알려진 네 곳의 힘은 멸문당하기 전의 소림이나 무당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그런 자들을 향해 정면으로 덤비는 백산의 행동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수전은 물리도록 겪었습니다. 나나 저들이나.”
위하에서 겪었던 북황련과 전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악조건에서 싸웠다. 더구나 지금은 만다라마저 얻은 상황.
“누군가 그러더군요. 저더러 바다의 학살자 해마신이라고. 철웅, 나를 따르라!”
파면신개를 보며 싱긋 미소를 던진 백산은 철웅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무모한 건가 아니면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백산 일행을 지켜보던 단목사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상대의 배는 지옥군도의 전선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어선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습게 볼 수가 없다.
더구나 귀광두와 커다란 닻을 들고 있는 자는 수면을 평지처럼 걷고 있다.
문득 불안감이 엄습해 들었다.
“귀광두, 너를 통해 내 운을 시험해 보겠다. 너를 잡고 천하를 얻겠다, 반드시! 혈풍막은 나서라!”
주먹을 불끈 틀어쥔 단목사우는 좌측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둥! 둥둥! 둥!
북소리와 함께 현무호 좌측을 호위하고 있던 다섯 척의 전선이 빠른 속도로 전면으로 나왔다. 그들은 남해군도와 대만해협 사이를 관장하던 혈풍막 선단이었다.
“포대는 준비하라!”
“포다는 준비하라!”
제안중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섯 척의 배는 일제히 측면 포문을 열었다. 그런 다음 각각의 배는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전방 배의 선미에 선수를 일치시키는 장사진(長蛇陣)을 구축하더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사하라!”
쿠웅! 쿠웅! 쿠웅!
일시에 커다란 포성이 울리고 다섯 척의 배에서 검은 포탄이 하늘을 갈랐다.
“엄청나군!”
멀리서 지켜보던 백산은 감탄사를 발했다. 적선과의 거리는 무려 삼백 장이나 떨어져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공격을 하다니. 위하에서 보았던 북황련 전선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들이었다.
그때 주하연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저건 공성전에 쓰이는 포탄이에요. 폭발력이 없으니까 쳐내기만 하면 될 거예요. 명중률도 형편없어요.”
주하연의 말 대로였다.
무서운 기세를 머금고 날아오는 포탄은 안에 화약이 없는 쇳덩어리였다. 주로 적선을 파괴시켜 물에 수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포탄이었던 것이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온 포탄은 대부분 물속으로 떨어졌고, 배를 향했던 몇 발의 포탄 역시 광치와 유몽에 의해 방향을 틀었다.
“공연히 걱정했군. 좋아! 그럼 나도 생각이 있다. 철웅, 배를 끌어라!”
“존명!”
백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철웅은 어깨에 메고 있던 쇠사슬을 배로 던졌다. 재빨리 선수로 나온 광치가 쇠사슬을 선두의 용두에 묶자 철웅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일순 그의 몸에서 검은 광채가 폭발적으로 솟구치고 배는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광경이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배가 나아가는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점차 솟도가 붙기 시작한 배는 노잡이들의 노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저럴 수가.......!”
눈앞에 벌어진 황당한 모습에 제안중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배가 인간을 태우고 나아가는 것이 아닌 인간이 배를 끌고 있다. 그것도 바다 한가운데서.
하지만 마냥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쏴라! 계속 쏴라! 궁수는 활을 준비하라!”
좌우를 보며 제안중은 고함을 내질렀다.
쿠웅! 쿠웅! 쿠웅!
다시 한 번 철포 소리가 진동하고 뿌연 화약 연기와 함께 검은 덩어리들이 허공을 직선으로 갈랐다.
그러나 이번 역시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처음보다 명중률이 더욱 떨어진 듯 보였다. 놀랍게도 배는 포탄을 피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헉! 없어졌다.”
제안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포탄의 움직임을 좇느라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에 귀광두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어디로 갔느냐?”
갑판의 가장자리로 나온 제안중은 사방을 예리하게 살폈다. 바다 위에 있던 귀광두가 사라진 점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제안중은 고개를 들어 적선을 쳐다보았다.
적선은 빠르게 다가와 어느새 백오십 장 거리로 가까워져 있었다.
탐색전 수준에서 마치라는 도주의 말이 생각난 제안중은 물러서야 할지 아니면 계속 공격해야 할지 갈등했다. 수공을 익힌 부하들인 해마단(海馬團)의 투입을 망설이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의 실력을 가늠조차 하지 못한 상황. 이대로 물러서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해마단은 대기하라!”
결국 조금 더 두고 보기로 결정한 제안중은 좌우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여차하면 해마단을 투입하고 후퇴할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 선미 쪽에서 부하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막주님! 바다가 붉어지고 있습니다. 온통 붉게.......”
“뭣이?”
섬뜩한 느낌이 들자 재빨리 제안중은 선미로 몸을 날렸다.
“저럴 수가........”
제안중은 낮게 신음했다. 마치 붉은 섬이 바다 속에서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막아.......!”
“카아악!”
제안중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바다를 떨쳐 올리는 고함 소리가 터졌다. 선미를 박살내며 솟아오른 백산의 모습은 파괴자의 그것이었다.
길게 이어져 붉은 광채와 바닷물을 뿌리는 광혈지옥비는 괴물의 촉수처럼 보였다.
선미가 완전히 파괴되자 배는 후미로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기울어지는 배의 선수를 향해 붉은 광풍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날카로운 소성을 남기며 붉은 광풍은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나아가는 속도가 늦다 하여 위력마저 약한 것은 아니었다.
백산의 몸을 축으로 회전하는 열두 자루의 광혈지옥비는 걸리는 모든 것을 파괴시켜 버린다.
가장 먼저 광풍에 당한 이는 혈풍막의 막주인 제안중이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 백산을 막아 보려 했던 게 그의 실수였다. 붉은 회오리바람을 향해 마경권을 펼쳐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광혈지옥비의 폭풍은 흡수하듯 그의 몸을 끌고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제안중의 죽음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주변에 있던 무인들이 거의 동시에 광풍에 휩싸였고, 처절한 비명 소리와 함께 어육으로 분시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선미의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배 중앙에 있는 선실이 박살났다.
붉은 회오리는 해일이었다.
혈풍 막주가 타고 있던 배가 당하자 철포 소리가 뚝 끊겼다.
그 순간을 틈타 철포의 포효를 대신한 함성이 바다를 갈랐다.
“금강파혼멸(金剛破魂滅)!”
검은 광채를 사방으로 뿌려대는 거대한 덩어리. 그것은 오 장 길이의 쇠사슬 끝에 매달리 붉은색 닻이었다. 혈묘(血錨)라 불리는 철웅의 무기.
구구궁!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것처럼 커다란 원을 그리며 혈묘는 낮게 울었다. 일순 잠잠하던 바다가 포효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자 바다가 뒤집어졌다.
그리고 검은 덩어리는 혈풍막 배의 중앙을 벼락처럼 강타했다.
와지직!
“크아악!”
“아아악!”
가공할 힘이었다. 십 장에 달하는 거대한 배를 반 토막으로 잘라 버리는 혈묘는 마병이라 불러야 마땅했다.
“후퇴하라! 혈풍막을 후퇴시켜라!”
단목사우는 다급하게 고함을 내질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대처할 여유가 없었다.
탐색전으로 그치고 돌아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적은 탐색전을 펼칠 여유조차 주지 않고 혈풍막을 박살내 버렸다. 단 두 명이.
“포를 쏴서 후퇴를 도와라!”
“안 됩니다. 포를 쏠 수가 없습니다!”
“빌어먹을!”
단목사우는 짓씹듯 욕설을 내뱉었다. 귀광두의 배가 혈풍막 선단으로 접근할 때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경우를 염두에 두고 배를 접근시켰던 것이다.
배 두 척이 침몰했지만 여전히 세 척이 남아 있다. 그런데 그들 바로 뒤편에 귀광두의 배가 있어, 철포 사격을 할 수 없다.
“귀광두다!”
그러는 와중에 혈풍막 선단에서는 공포에 절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커다란 폭음과 함께 수십 명의 혈풍막 무인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목사우의 눈에 빠르게 가라앉는 혈풍막의 배 한 척이 보였다.
“젠장! 현무천광단(玄武天光團)은 나서라!”
단목사우는 아래를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가급적이면 가문의 세력을 동원하지 않고 일을 마치고자 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상대는 바다 위를 평지처럼 걸어 다닌 자들이다.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무인은 현무천가의 가솔들이 유일하다. 현무천광단 또한 바다를 평지처럼 밟고 다닐 수 있는 무인들이기에.
단목사우의 명령이 떨어지자 선저 아래에서 검은 무복을 걸친 오십여 명이 뛰쳐나와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촤악!
수십 개의 물살을 남기며 현무천광단 오십여 명은 한 척 남은 혈풍막 배 쪽으로 몸을 날렸다.
“철웅, 상대할 수 있겠느냐?”
물살을 헤치며 다가오는 무인 오십여 명을 보며 백산은 물었다.
“문주, 기껏 오십 명입니다. 염려 붙들어 매십시오.”
쇠사슬 끝을 불끈 틀어쥐며 철웅은 확신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좋다. 저들은 네가 맡아라, 나는 저놈들을 박살내겠다.”
철웅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은 백산은 천천히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같은 시각, 주하연도 사양선 일행을 향해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잠영오살(潛影五殺)은 들으세요!”
“부르셨습니까, 주모!”
주하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양선은 선수로 달려가 부복했다.
“지금부터 그대들 중 세 명은 적선으로 접근하세요. 굳이 침몰시킨다며 힘쓸 필요 없어요. 큰 구멍만 뚫어 놓으면 될 겁니다. 그럼 알아서 침몰할 거예요.”
배에 실린 철포의 무게 때문이다. 철포 한 문은 보통 백 관 정도이다. 그런 철포 열 문을 탑재하고 있는 적선은 구멍만 뚫어 주면 제 스스로 알아서 침몰하게 되어 있다.
천오백에 달하는 지옥군도 무인을 전부 살상할 필요 없이 배만 침몰시키면 이편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물론 적의 수뇌들은 백산과 철웅에 의해 대부분 죽게 되겠지만.
주하연이 노리는 점이었다.
“그리고 설련 언니와 나머지 분들은 배 아래를 지키세요! 유몽 할아버지는 철웅을 돕도록 하고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유몽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주하연의 말대로 하면 배에 남은 사람은 파면신개와 광치뿐이다. 그들 또한 강자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신없이 몰아쳐서 우릴 공격할 틈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 우린 강잡니다. 누구보다 강자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주모! 할 수 있는 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적을 도륙해라. 다시는 우릴 넘보지 못할 정도로. 가자!”
지옥군도 선단을 보며 진득한 살기를 흘리던 유몽은 월영은둔술을 펼쳐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뒤이어 잠영루 살수를 비롯한 설련과 구양중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지옥군도가 가야 할 곳은 지옥밖에 없다. 아니, 앞으로 우리 광풍성(狂風城)을 가로막는 자들은 전부 지옥군도처럼 만들어 주겠다. 지옥이 어떤 곳인지 몸소 체엄하게 해주겠단 말이다.”
멀리 지옥군도 선단을 노려보며 주하연은 진득한 살기를 쏟아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입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
지옥으로 가거라...
감사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