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서생이라 불리는 방수련의 남편 정옥은 핏발이 곤두선 얼굴로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만 좀 쫓아다녀!"
"싫은데요."
소구의 입에서 짧은 대답이 들려왔다.
정옥은 이틀 동안은 정말 편안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악몽이 시작되었다. 그 한기를 풀풀 날리면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처남의 두 첩은 백초당의 지붕 위에서 꼼짝을 안하고 있고, 처남 방소구는 낮이건 밤이건 자신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전처럼 놀라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차라리 그때가 그리운 정옥이었다. 일을 하건 식사를 하건 심지어 침실 안이나 뒷간까지 쫓아다니는 처남 방소구로 인해 정옥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사흘이 흘렀다.
정옥이 앉아 있는 의자 뒤에는 천하제일고수라고 소문난 방소구가 버티고 서 있고,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오대세가의 가주들이었다.
"방주, 군산에서 벌어지는 군웅대회에 아무도 보내지 않겠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 일은 아무래도 청방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누군가의 음모 같습니다. 소문만을 믿고 함부로 사람을 보내어 위험을 자초할 수는 없지요."
"흥, 모습을 감추고 숨어 있던 구파일방의 무리들이 이제 세상이 안정되니까 다시 무림을 장악하고 싶어서 벌리는 술책이 분명해!"
그런 대화가 오고 가고 있을 때 갑자기 한 마디가 끼어 들었다.
"여러분이 운룡회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나들이를 좀 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오대세가의 가주들은 방금 입을 연 소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설마 조사를 한다고 돌아다니면서 유람만 하고 계시던 것은 아니겠지요? 다섯 분이 쓴 여행경비만 해도 거의 천냥이 넘어가고 있던데--."
소구의 입에서 다시 한번 다섯 사람의 가슴이 뜨끔해지는 말이 토해졌다. 아닌게 아니라 그들은 정보를 캐면서 한편으로는 이곳 저곳 소문난 요리와 관광을 빼먹지 않고 즐기면서 돌아다녔으니까---.
"험 험, 글쎄---. 전에 북풍표국에서 일하던 자를 수소문해서 찾아가 보았더니 대부분이 행적을 감추었거나 죽었더군."
남궁 진호가 헛기침을 하면서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천냥이나 자금을 쓰시고도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하셨다는 말은 아니겠지요? 설마 세가의 가주라는 신분을 지닌 분들이, 그것도 한 분도 아닌 다섯 분이 돌아다니면서 아무런 정보도 지금까지 얻어내지 못했다는 말입니까?"
소구는 다섯 사람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리며 물었다.
"저기--, 처남 진정하게. 진정해. 이분들도 많이 노력하셨다고--."
주먹을 불끈 쥐고 으르렁거리는 소구의 팔을 붙잡고 정옥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독과 암기로 유명한 당문의 문주가 소구를 바라보다 성을 내며 말했다.
"아니 이놈이! 어른들 앞에서 주먹을 쥐고 무슨 짓이냐?!"
"체, 오대세가 오대세가 하더니--, 별 볼일 없군요. 오대세가의 다섯 가주가 나서서 한달이 넘도록 아무런 정보조차 얻지 못하다니--. 할 말이 없으니까 나이로 누르려 드는 게 오대세가인가--?"
주먹은 풀었지만 천장을 바라보면서 내 뱉는 소구의 말은 오대세가의 가주라는 신분을 지닌 다섯 노인의 염장을 빡빡 긁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체면은 구겨질 데로 구겨질 것 같았다.
"잘 들어라, 이놈아. 본래는 확실하게 알아보고 이야기해 주려고 했지만--, 네 놈이 그 정도로 말하니 미리 말해주마. 우리도 헛되이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낙양의 소화루라는 기원으로 가 보거라. 그 보석을 다듬는 자의 정보를 토대로 그 운룡환이라는 반지에 들어간 보석의 경로를 추적해 보니 소화루라는 이름이 튀어나오더구나. 혼자 가서 지지든 볶든 마음대로 해! 우리는 이 일에서 빠질 테니 그리 알아!"
노기에 가득 차서 소구를 향해 말을 퍼부은 당가의 가주가 다른 가주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소리쳤다.
"우린 집으로 돌아갑시다!"
나머지 네 가주는 고개만 끄덕이고 인사도 없이 등을 돌리고 그대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멍하니 그런 다섯 사람을 바라보던 정옥은 난감한 얼굴로 그 다섯의 노인과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소구를 바라보았다.
"처남--, 자네 때문에 오대 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었어---."
"죄송합니다. 매형. 하여튼 저 돈 좀 주세요."
"돈? 왜?"
"방금 들었잖아요? 낙양의 소화루라는 곳에 가 보아야죠."
"지금 바로 떠나려고?"
"네."
대답은 짧게 끝났고 정옥은 재빨리 자신의 용돈까지 털어서 소구의 손에 돈을 쥐어 주었다.
"갈려면 어서 가보게. 가서 잘 알아보라고. 더 이상 오대 세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으니--."
그렇게 꽤 많은 돈을 챙겨주고 백초당의 문 밖까지 나와 소구를 전송한 정옥은 소구가 떠나자마자 아내가 있는 침실로 뛰어갔다.
"여보! 여보! 기뻐해야 할 일이 생겼소! 처남이 방금 낙양으로 떠났소!"
침상을 둥글면서 라리슈카가 가지고 온 한 권의 야한 책을 들여다보고 있던 방수련은 반색을 하면 소리쳤다.
"정말이에요?!"
두 사람은 다음 순간 손을 맞잡고 춤을 추었다. 밤이나 낮이나 정옥의 곁에 붙어있는 소구였다. 그로인해 둘은 신혼인데도 불구하고 부부만의 은밀한 일을 계속 즐길 수가 없었기에 그들의 방해꾼인 소구가 집을 나간 것이 너무나 기뻤다.
"이번엔 될 수 있으면 집에 늦게 돌아와야 할텐데---."
"걱정 말구려. 처남에게 적어도 석달은 밖에서 머물 돈도 챙겨주었으니--."
"잘 했어요. 이제 우리도 좀 신혼을 즐길 수가 있겠죠? 무슨 신혼 생활이 이 모양이에요?"
"이제 업무도 거의 파악한 상태고--, 백초당과 청방 모두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상태이니 일도 줄어들고 있소. 당신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조그만 있으면 더 많아질 거요."
방수련은 남편 정옥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혼인을 하게 된 그녀는 신혼 생활의 재미를 마음껏 맛보고 싶었지만 남편과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너무 바빠서 아침에 잠깐하고 밤에 잠을 잘 때 외에는 같이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나마 조금 있던 남편과의 시간까지 소구로 인해 사라져서 그녀 역시 계속 속이 타고 있던 참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들 신혼부부는 소구의 외출이 너무나 반가웠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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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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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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