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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어제저녁 일로 불과 여섯 일곱 시간 전의 일이다.
그래서 아직 누구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장이 보고를 나중에 받겠다고 하고는 중역 회의가 끝나고 지금 자기 방에 와 있는 기철에게 사장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다.
회의가 끝나고 잠시만 기다리면 사장이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철은 시간이 지체되자 일말의 불안이 가슴속에 인다.
박국장과 성호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몰라도 어제는 성호의 앞이라 도와준다고 한 박국장이 나중에 생각해 보고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취소하며 그 사정을 사장에게 전화로 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그것은 설명이 안 된다.
박국장이 생각이 바뀌었다면 성호에게나 자기에게 먼저 연락을 했을 것이지, 번거롭게 어제저녁의 일을 모르고 있는 사장에게 말했을 리가 없다.
그럼, 혹 누가 먼저 보고를 했나? 그러나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어제 일을 아는 사람은 박국장과 자기와 성호 세 사람뿐인데 앞에서 말한 이유로 박국장이 직접 그 일을 대영건설 사장에게 말할 리 없고 협력업체 사장인 성호가 보고할 리는 더욱 없다.
그리고 시간적으로도 그들에게 그럴 여유가 없고 그들이 그럴 이유도 없다.
그리고 혹 누가 먼저 말해서 사장이 알고 있다면 사장이 좋아서 먼저 기철을 불러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를 원할 것이고 그리고 기철의 노고를 치하했을 것이다.
그러면 왜일까?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생각 키우는 것은 없고 마음만 불안하다.
그냥 사장실로 찾아가 보고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요새 중역 회의에서 사장이 기철에게 제일 먼저 묻는 것이 00도로 건설공사 수주정보 관계였기에 그래서 오늘도 그것에 대하여 기철이 보고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장이 기철이 그 문제를 보고하려는 순간에 정지시켜 놓고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태이고 또 사장의 기분이 어떤지 모르는데 기철이 불쑥 찾아가서 보고한다는 것이 민망한 생각과 잘못 사장의 기분을 건드리는 것도 안 좋을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오전 10시가 넘도록 사장으로부터 보자는 연락을 받지 못해 조바심하고 있던 기철은 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조바심만 하고, 있는 자기가 바보 같은 생각이 들어 아무래도 자기가 찾아가 보고 하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사장실로 올라갔다.
사장의 비서실에서 사장님을 뵈려왔다고 비서에게 말하고 사장실 문을 열려고 하니 비서가 막으며 사장님이 다른 중역과 말씀 중이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면 자리에 가서 기다릴 터이니 말씀이 끝나면 연락을 주라고 비서에게 부탁하고 막 돌아서려는데 사장실 문이 열리며 최영식 상무가 웃으며 나오다 기철을 보고는 움칫하더니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박상무군요. 들어가 보세요.” 하고는 휭하니 가버린다.
영문을 모르는 기철이 영식의 그 몸짓과 웃음에 불쾌감을 느끼며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던 사장이
“오! 박상무 어서 오시오. 그동안 수고가 많았소. 앉으시오.”
하는 사장의 말에 기철은 최상무로 인해 구겨졌던 감정이 펴지며 마음이 밝아지면서도 사장이 무슨 일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곤 이렇게 기분이 좋은 사장에게 내가 00도로 건설공사 수주 관련 보고를 하면 사장의 기분이 더욱 고조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감사합니다. 00도로 건설공사 수주와 관련해 보고드릴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하고 어제 일을 보고하려고 말을 꺼내자, 사장이
“응! 그 건은 조금 전 최상무에게서 보고 받았어요. 잘됐어. 그동안 박상무도 수고 많았어요.” 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최상무에게서 보고 받으셨다니?”
놀래고 당황한 기철의 음성이 다소 크게 울린다.
“그래요. 최상무가 지금 막 보고를 하고 나갔소. 아침 일찍 집으로 최상무가 찾아와서 00도로 건설공사 수주 관련 정보를 보고했어요. 그리고 박국장이 최대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자기와 최상무 그리고 나만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해서 중역 회에서 박상무에게 말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박상무도 그 일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으니 알아야겠기에, 그렇지 않아도 불러서 말하려고 했어요. 아참! 문에서 만났겠구려. 최상무에게서 아무 말 못 들었소? 박국장에게 자료를 받으러 간다고 하던데.”
기철의 표정을 보고 다소 의아해하며 사장이 하는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박국장에게서 확답을 들은 것이 어제저녁 술자리인데 영식이 어떻게 알고 먼저 보고를 했단 말인가? 어제저녁 아니 오늘 새벽 한 시경까지 박국장과 같이 있었으니 시간이라고는 여섯 일곱 시간의 공간뿐이 없는데, 그것도 모두가 잠을 자는 밤인데, 특히 박국장을 여관에 들여보내고 오지 않았나. 언제 영식이 박국장을 만나서 약속을 받았단 말인가? 혹 우리와 만나기 전에 박국장이 영식과 이미 약속을 하고 우리들을 만나서 쇼를 했단 말인가? 그러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어제의 박국장의 말이나 태도를 보아서는. 그러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기철은 현기증을 느꼈다.
어쨌든 어제 자기가 집에 돌아와 자고 있는 동안에 자기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제는 어제 일을 사장에게 말하고 그 수주의 공로가 자기에게 있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실제로 박국장이 대영건설을 돕기로 한 것은 기철과 박국장의 관계나 기철이 기울인 노력 때문이 아니고 순전히 성호와 박국장과의 관계 때문이 아닌가.
그 성호가 00도로 건설공사와 같이 큰 공사의 하도급을 받을 때 원청자에게서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욕심에 어제저녁 자기와 헤어진 후 회사에서는 자기보다 실세인 영식에게 새벽에 찾아가 어제저녁 일을 모두 말하여 그 내용을 알게 된 영식이 기철은 줄 수 없는 유리한 조건으로 성호를 설득하여 자기가 박국장에게서 자료를 받을 수 있게 하였거나 그것이 아니면 아침에 술이 깬 박국장이 자기와 영식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영식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성호를 설득한 다음 기철에게 주려던 자료를 영식에게 주기로 했다면 그것을 자기의 공이라고 우기는 기철의 입장만 우습게 될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괘심한 놈! 간사한 놈! 다 된 남의 밥을 송두리째 빼앗더니.’ ‘박국장! 그 사람도 나하고 약속을 해놓고 최상무와 붙다니, 못 쓸 사람이군!’ ‘성호 그놈도 내가 자기를 어떻게 대하여 주었는데 그럴 수 있나? 제가 대영에 협력업체가 되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누구 때문인데, 못 쓸 놈.’ 이런 생각을 하는 기철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런 기철의 표정을 보며 사장은 속으로 ‘박상무가 하고 있던 00도로 건설공사 관련 수주정보 업무를 오늘 아침 최상무가 집으로 찾아와서 보고하는 것을 들으며 또 박국장에게 서류를 받으러 간다는 조금 전 추가 보고를 들으며 기쁜 가운데도 어제까지 박상무가 하고 있던 업무를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최상무가 보고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최상무가 수주정보를 받으러 간다는 말에 놀라고 잘 되었노라는 말은 하지 않고 떫은 감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박상무를 보고 자기가 못 한 일을 최상무가 해내서 무안해서 그러는가 하다가 ‘약삭빠른 최상무가 박상무 모르게 박상무에게 무슨 짓을 한 모양이군.’하고 생각하며 물끄러미 기철을 바라본다.
기철은 상하고 분한 마음에 장소를 잊고 자기 생각에 빠져서 앉아 있다가 여기가 사장실이고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사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사장님 축하합니다.”
하고 뒤늦게 인사를 한다.
“그래요, 박상무도 그동안 열심히 잘했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세요. 최상무 같이.”
사장은 아침에 보고하는 최상무가 다른 임원들이 알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수주정보를 무사히 넘겨줄 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해 달라고 박국장이 부탁했으니 이 일에 대하여는 임원 회의에서라도 거론하지 말라는 최상무에 부탁으로 임원회의 때 박상무의 보고를 제지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수주정보가 들어오면 대부분의 임원이 알게 될 턴인데 박국장이 그런 부탁을 했다는 것도 이상하고 또 지금 기철의 표정과 태도에서 무엇인지 모르나 최상무가 무슨 짓인가를 기철에게 해서 기철을 혼란하고 당황스럽게 한 것 같아 기철이 딱하게 보여 기철도 최상무와 같이 약삭빠르게 행동하라는 뜻에서 한 말이나 이 말을 듣는 기철은 사장이 자기의 무능을 탓하는 것처럼 들려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죄송합니다. 나가보겠습니다.”
이렇게 어물쩍하게 인사를 하고 허둥지둥 사장실은 나가는 기철을 사장이 안됐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자리로 돌아온 기철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면서 그리고 출근해서 사장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자기가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들이 부끄럽고 어리석었던 생각이 들며 울분이 솟았다.
자리에 돌아와서 서류철을 책상에 던진 기철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씩씩거리며 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든 문제가 성호에게서 비롯된 것처럼 생각되고 또 쉽게 전화를 해서 울분을 토로할 수 있는 것은 성호뿐이기 때문이다.
전화에 안성호가 나오자
“안 사장 나에게 이럴 수 있소?”
묻는 기철의 목소리에 날이 서고 노기가 팽팽하게 들어있다.
“무슨 말씀인지?”
되묻는 성호에게
“무슨 말은 무슨 말! 당신이 저질러 놓고 몰라 묻는 거요?”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시면---”
“일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지금 날을 놀리는 거요?”
뻔뻔한 것, 네가 저질러 놓은 일을 왜 모르는 척하며 되묻느냐는 조의 짜증 섞인 기철의 말에 미안함이 밴 성호의 음성이 들린다.
“혹! 00도로 건설공사 때문에---”
“이제야 옳게 말하는군. 당신 정말 나에게 이럴 수 있어.”
“그 문제는 저도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당신도 모른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지”
기철의 묻는 말에는 무슨 잠꼬대 같은 말이냐는 반감이 들어있다.
“오늘 아침 7시쯤 박국장이 저에게 전화해서 모든 것을 최상무와 합의하여 진행할 터이니 그렇게 알고 나중에 대영에서 공사를 따면 하도급을 받아 일이나 잘하라고 하며 나보고는 수주 관계 일에서 빠져있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게 무슨 말이냐며 형님과 나와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내 입장이 곤란하게 된다고 하니까 형님께는 박국장이 직접 말을 한다고 해서 나는 세 분이 협의가 된 것인 줄 알고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형님은 아무 말도 못 들으셨어요?”
이렇게 묻는 성호에 음성엔 자기들끼리 다 협의하고 왜 내게 뚱딴지같이 딴소리냐는 의미가 있다.
“내가 무슨 말을 들어요?”
기철의 음성엔 다시 날이 선다.
“나는 박국장이 형님께 말을 한다고 해서 세분이 협의가 될 줄로 알았어요.”
“글쎄 그게 무슨 말이요?”
기철의 웬 개똥 같은 소리냐는 물음에
“박국장이 형님께 말한다고 해서 나는 모두가 같이 협의하에 이루어진 일인 줄 알았다니까요.”
“정말이요?”
“정말이에요. 제가 왜 형님께 거짓말을 해겠어요. 지금껏 저를 대하고도 저를 모르십니까?”
“박국장이 전화한 것이 언제라고?”
“오늘 아침 7시경이요.”
“그러면은 박국장과 최상무가 붙었다는 이야기군.”
기철의 말에 쓴 웃음이 밴다.
결국, 박국장이 자기의 후배이고 회사에서도 자기보다 실권이 높은 최상무에게 수주정보를 주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박국장이 최상무에게 수주정보를 주기로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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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미님!
무혈님!
구리천리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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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보내주시는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쓰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