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고 어느덧 십년. 어렴풋이 각자 인생들의 분수가 보인다. 아니 정확하게는 사람들의 인생 규모와 깊이가 보인다고나 할까? 그래서 속으로 은근히 비교하기도 하고, 괜히 심술이 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못나게도 부모님 탓도 하는 등 유치하기 짝이 없을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을 사람들 앞에서 표현을 하지 않을 뿐. 이유 없이 백안시하며 남을 멋대로 평가하는 게 다반사다. 배경에는 상대에 대한 부러운 마음을 숨기고자 하는 억하심정과 질시도 있다.
게다가 그 부러움을 뭔가 나의 열정이나 노력으로 상쇄하고 성과를 이루고자 하지 않기에 괜히 소시민으로 사는 인생에 대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합리화 시키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내 무의식 안에는 그러한 심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분수 역시 알아가고 있다. 대충 치기어리고 철없고 남 앞에서 잘난 척 하려면서도 소심한 게 내 분수더라. 다행히 내 그릇의 크기가 작다고, 내 부족함이 눈에 보여도 그게 자학으로 가지는 않는다. 스스로를 인정하게 돼서다.
가볍고 나서기 좋아하고 얄팍한 심성을 타고난 게 나란 걸 받아들이면서 그저 내 분수만이라도 어긋나게 살지는 말자 다짐하곤 한다. 그 분수대로 사는 것조차 실은 무척 어렵고 버거울 때가 있어서다. 다만 내가 그런 스스로에 실망하며 한숨 쉬고 후회하며 반성할 때. 그 한숨이 하루에 단 몇 백 그램이라도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 삶의 규모는 작아도 속 깊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바람이 아직은 있다.
첫댓글 이것 또한 곧 지나가겠죠~^^ 오랜만에 진중한 이야기 잘 듣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분수...수학처럼 쉽게 풀고 쉽게 알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끔.. 정말 주제파악이라는 게 있을까..그런 생각이 들면 외로워져요. 제 그릇이 간장 종지일까봐요.. 주제파악도..분수파악도..참 어렵습니다..ㅠ
뭐.. 대학 졸업 후 10년.. 매번 이 정도의 감성터치 글을 쓸 수 있다.. 적어도 헛살지는 않으신 거 같숨다ㅎㅎ
님의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감히 제가 저랑 성향이 비슷하다고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글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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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울림을 준다, 생각하고 글쓴이를 봤더니 역시 월영님의 글이였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