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빙속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화 선수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이미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전설적인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한 뒤에 우는 모습을 보니 그것을 보고 가슴이 아프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게 어떤 의미의 눈물인지는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상화 선수가 '은메달이어서가 아니라 실수한 것이 가슴 아프다'고 하는 말을 보고는 위로의 말을 꺼내기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드리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이상화의 말에 더 할 말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상화보다 앞서서 금메달을 획득한 고다이라 선수, 그 선수도 오랜 시간을 절치부심해서 그 자리에 올라왔고, 금메달을 따고도 겸손한 자세를 보여 그녀가 일본인이라는 사실도 잊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일본의 남자 피겨 선수가 잘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 게임을 보지 않았고 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같은 일본인인 고다이라는 다시 봐도 밉지가 않았습니다.
<일본 언론이 고다이라와 이상화의 우정을 아름답게 바라봤다.
이상화(29)는 2월18일 강원도 강릉시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미터서 37초3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36초94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 시즌 지독히 이상화를 따라다닌 '한일 라이벌'의 격돌은 그렇게 마무리 됐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데일리스포츠'는 이날 경기 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레이스 후 올림픽 3연패를 놓친 이상화는 눈물을 흘렸고, 고다이라는 이상화에게 다가가 안아주고 말을 건넸다. 고다이라는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이상화가 받은 압박감이 상당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잘 해냈다고 말했다. 난 여전히 (이)상화 선수를 존경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상화도 눈물을 흘리다가 미소를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데일리스포츠는 "고다이라, 이상화는 세계 무대에서 오랫동안 경쟁해 왔다. 500미터에서 압도적인 힘을 자랑해 온 이상화. 선수로서의 자세는 고다이라에게도 동경의 대상이었다"면서 고다이라와 이상화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또 이 매체는 이날 고다이라, 이상화가 함께 한 기자회견 상황도 전했다. 고다이라는 "상화는 항상 친절하다. 3년 전에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내가 우승했을 때 빨리 네덜란드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링크장에서 공항까지 택시도 불러주고 요금도 내줬다. 결과에 대해 아쉬웠을 법도 한데 나를 생각해 주는 것 같은 마음이 몹시 기뻤다"고 되돌아봤다.
이에 이상화는 "고다이라와 레이스를 하고 기분 나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택시 요금은 확실히 내가 냈다"며 웃은 뒤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없다. 그녀는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상화는 "소치올림픽 이후에 나오가 '다음 올림픽에서는 네가 1등하고 내가 2등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1등하고 내가 2등해도 돼'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스포츠는 "동세대에서 계속 세계 톱에서 경쟁해 온 두 사람. 서로의 집에 초대하는 등 인연이 깊었다. 링크로 떠나 친구로 돌아온 두 사람은 계속 웃고 있었다"고 전했다.>뉴스엔 주미희
우리가 4년 뒤에 다시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올림픽에 서는 모습을 보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고 또 선다해도 그 두 선수가 금과 은을 놓고 다툴 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무슨 일이든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 등장하는 신인도 있을 것이고, 또 뒤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며 앞에 서기를 갈망하는 선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하나 분명한 것은 이상화 선수의 눈물이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눈물을 흘린 뒤에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 '이상화'라는 자랑스런 빙상스타가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