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물원을 위하여•10 — 기호지세
-엄원태
개원 이래 처음이었다
한 관광객이 사파리 버스 뒷자리에서 졸다가
차가 급히 출발하는 바람에
나동그라지며 낙상당한다
떨어진 곳이 마침 잠든 왕 호랑이 등 쪽이어서
자다가 너무 놀란 범이 냅다 전속력으로
달리며 마구 포효하는 바람에
위태위태 등에 올라앉은 그이는 졸지에
범국가적인 관심의 주인공이 되었다
얼마나 잘 달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잘 뛰어내려야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었지만,
달리는 거대한 범에 올라탄 그 모습이
언뜻 호걸의 풍모를 풍기기도 해서였던지
그는 단박에 국민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그의 적나라한 표정과 몸짓이
노인들의 기호와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었을까
사건은 그리하여 훗날
‘기호지세騎虎之勢’라 불리게 될
새 고사성어의 탄생 설화가 되어갔다
ㅡ계간 『시와 반시』 (202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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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이들이 천하를 걸고 자웅을 겨루는 이야기는
설화이거나 신화에 가깝습니다
짧은 민주주이 역사를 되짚어보면 때때로 기대를 모은 이들도 없진 않았지요
그러나 일취월장해서 큰 일꾼이 되거나 만인지상에 오르지 못하고
대부분이 중간에 낙상을 입더라구요
그게 구설이든 과오든 범죄이든 간에 오래가지 않더란 이야기입니다
'기호지세'란 말도 "아닌 줄 알지만 중간에 그만 두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이잖아요
5년 단밈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나 어찌어찌 야당대표가 된 범국가적관심대상자나
모두가 기호지세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네 둘과 지지자들을 등에 태운 호랑이는 과연 누구일까요? ? ?
첫댓글 깜도 안되는 무식한 작자가 기호지세란 사자성어에 각주로 달린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지만 호랑이 등에 올라탄 위태로운 호기는 글쎄요.... 탄생설화라기에는 너무 조악한 것이고 단박에 국민 역적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예감은 합니다. 건들건들거리는 자세를시인은 호걸의 풍모라 애써 빈정되나 노인의 기호와 향스를 자극한들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겠습니까? 저물어가는 노을일 뿐 . . .사건은 그리하여 가장 무능하게 물러난 멍충이라 기록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