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영속되는 법이 없다. 곧 쇠퇴하고, 탈진하고, 자살한다. 이제껏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
나라마다 다소간 사정은 다르지만, 최근의 민주주의 퇴조 현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적 위기 사태에서 국민은 조속한 위기극복을 약속하는 카리스마형 지도자에게 표를 몰아준다
둘째, 이렇게 집권한 지도자는 쉴 새 없이 가상의 적들을 만들어내고 공격한다
셋째, 집권세력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는 독립적인 기관들(특히 사법부와 언론 등)의 발을 묶거나 거세한다
넷째, 언론을 장악해 여론을 조작하거나 선거법의 개정 등을 통해, 국민이 그를 권력에서 몰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민주적 제도와 절차에서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 법의 지배의 원리, 이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든든한 둑이고 제방이다. 이 둑과 제방이 무너지고 힘을 잃으면 민주주의는 허물어지고 만다.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인류가 고안한 정치체제 중에서 최악의 정치를 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체제이다.
민주주의 위기의 원천은 민주주의의 운행원리에 내제하고 있다. 첫째,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자유를 오용하거나 남용해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무시하는 세력에 의해서도 찾아온다. 민주주의가 온당하게 운행되도록 하는 일은 언제나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위험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둘째, 민주주의가 실패할 가능성은 국민의 보통선거를 통해 집권세력을 결정하는 방법에 도사리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망치는 최대의 주범이 포퓰리즘이라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는 최소한 두 가지 원리가 원활히 작동할 때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나는 법치주의 원리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