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만이 웃을 줄 아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한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가 웃는다” “말이 웃는다”는 말은 몽땅 거짓말입니다. 소가 웃거나 말이 웃으면 세상은 망할지도 모릅니다. 미국에 몇 년 살면서 주워들은 웃긴 이야기가 많은데 그 중 한두 가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어떤 골프광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매우 게으른 어떤 사나이의 사연입니다. 아침 일찍이, 친구와 골프 약속을 한 어떤 사나이가 골프장에서 열심히 골프를 칩니다. 그러던 중 장의차인 캐딜락 한 대가 골프장 옆을 서서히 지나가는데, 그 차를 보더니 이 사나이가 골프채를 잡고 모자를 벗고 갑작스레 묵념을 하더랍니다. “왜 그래?”라고 친구가 물었더니 이 자가 하는 말. “저 캐딜락에 내 아내가 실려서 지금 장지로 가는 거야.” 어떤 게으른 사나이가 있어 아침에 잘 일어나질 않는데, 이 자는 조간신문을 받아 그 부고란(Obituary)에 자기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부고란에는 매일 아침 수십 명의 이름이 실립니다. “만일 그 사람 이름이 거기 있으면?” 그 때엔 일어나지 않지요. 일어나야 할 일도 없는데! 좀 웃으세요. 웃으면서 사세요. 웃음이 없는 세상은 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랍니다. 우스운 이야기를 남이 해도 웃지 않는 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 생각이지만! 김동길 www.kimdonggill.com ◆2017/04/09(일) -군자화이부동- (3266) | |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젊어서부터 이 글귀를 사랑했습니다. “군자(君子)는 남들과 잘 어울리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인간은 아니다(和而不同)”라는 뜻으로 풀이가 됩니다. 20대에 감동한 이 한 마디가 90대인 오늘도 나에게 감동을 주는 까닭은 무엇일까? 70년이나 이 말을 마음에 새겨두고 노력했지만 그렇게 안 되더라는 고백을 하기 위해 이 붓을 들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소인(小人)의 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군자화이부동’에 곧이어 ‘소인동이불화’라는 말이 나옵니다. “보잘 것 없는 인간은 남들과 다를 바가 없으면서도 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한 마디가 소인과 속인들의 양심을 찌릅니다. 지난 1천 년에 역사에 등장했던 위인 1천 명을 추려 순위를 적은 책이 1999년에 출간되었는데 1위가 Gutenberg이고 10위가 Beethoven입니다. 그 중에 두 사람 Columbus와 Luther만이 친구나 동지가 필요했던 사람들이고, Galileo나 Newton이나 Darwin이나 Thomas Aquinas같은 학자는 남들과 어울릴 필요가 없던 인물들이었습니다. Shakespeare나 Leonardo Davinci나 Beethoven같은 시인, 예술가, 음악가들도 남들과 어울릴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소인’으로 태어난 주제에 ‘군자’가 되어보겠다는 야망에 사로잡히는 것이 잘못이었다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앞으로는 ‘소인’답게 얌전하게 살아가겠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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