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글쓴이; 다죽자(ekwnrwk1211@hanmail.net)
원출처; http://cafe.daum.net/NovelinDajukja
참으로 향기로운 아침이 아닐 수 없었다.
냄새가 떠나지 않은 관계로 식탁에서 쫓겨난 건 물론
항상 나랑 같이 등교하기 위해 기를 쓰던 오빠마저 날 버려둔 채 학교로 갔다.
오빠가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서 챙겨 준 분홍색 키티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섰다.
유치원 꼬마서부터 40대 아줌마, 아저씨까지 날 이리저리 훑으며 지나갔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은 분홍마스크 귀신이라고 소리치며 내 뒤를 쫓아오기까지 했다.
왕제요, 이 웬수야!!
왜 가지고 있는 마스크가 죄다 분홍색 밖에 없냐고!!
교실에 도착하자 또 한명의 웬수가 눈에 들어왔다.
달려가 서예의 뒷목을 움켜잡았다.
“켁! 사람 살려~”
“너 때문에 하마터면 쌍둥이들한테 당할 뻔 했어!”
“당할 뻔 했지, 안 당했잖아.”
“어제 왜 토꼈어?”
마침 순덕이가 자리에 없어 마음 놓고 물었다.
“손놓으면 얘기해 줄게.”
손을 놓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서예.
“풉~ 푸하하. 그 유치찬란한 마스크는 뭐냐?”
“너의 로미오껀데 많이 유치찬란해?”
“농담이야. 감기 걸렸어?”
마스크 쓴 채로 계속 얘기하다가는 내가 질식해 죽겠다.
마스크를 벗으며 대답했다.
“아니.”
“욱! 야!! 너 마늘 공장 갔다 왔어?
아님 양치질 안 한 거야? 어우, 냄새~ 저리 가!”
그때 일을 복수하려는지 꽤 세게 나온다.
도망가지 못하게 서예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친구한테 저리가라니. 너 내 새언니 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인간적으로 너무 심하잖아.”
“그보다 어제 왜 미친년처럼 소리 지르고 토꼈는지 얘기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떠는 서예.
“쉬 마렵냐?”
“어제 일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아.”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순덕이가 날 쿡쿡 찌르는 거야. 무시했지.
계속해서 내 이름 부르면서 귀찮게 굴잖아. 너처럼 냄새나는 입으로 말이야!”
감히 순덕이 냄새와 내 냄새를 동급 취급해?
목 조르기에 들어갔다.
“제순아!!”
“아직도 내 입에서 마늘 냄새나?”
“안 나! 하나도 안 나!!”
“얘기 계속 해.”
시뻘개 진 목을 보자니 살짝 미안해져 왔다.
“그래서 쳐다보니까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면서 가방을 막 뒤지더라?
그리고는 웃으면서 갑자기 손바닥을 확 내미는 거야! 근데 글쎄 손바닥 위에 그게, 그게!!”
“뭔데? 손바닥에 뭐가 있었는데?”
“그거 있잖아. 쭈글쭈글한데 털은 없고 만지면 기분 더러워지는 거!!”
“지렁이?”
갑자기 녀석 손바닥에 있었을 지렁이를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다.
“아니! 하얀색인데 꿈틀거리기도 해.
으~ 그만 얘기 할래. 그게 꼭 내 몸을 기어 다니는 것만 같아.”
“서예야, 안녕? 근데 지금 내 친구 쭈구리 얘기 하는 거야?”
언제 왔는지 자리에 앉으며 묻는 순덕이.
상당한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요상한 냄새가 얼굴을 덮어왔다.
“제순아, 쭈구리 보여줄까?”
“괜찮아. 서예한테나 많이 보여줘.”
“왕제순!! 너, 나 좀 봐!!”
하필 화장실로 올게 뭐람!
오늘 아주 이 냄새, 저 냄새에 취하는구나.
“나 담임한테 말할 거야.”
“너 정신상태 안 좋은 거? 담임도 알걸?”
“자리 바꿔 달라고. 만약 안 바꿔주면
반 바꿔 달라고 할 거고 그것도 안 된다고 하면 전학 갈 거야.”
장난으로 받아들이기엔 서예의 표정이 심각했다.
“친구 버리고 가겠다고?”
“집도 가깝고 매일 만나면 되잖아.”
“우리 오빠는?”
친구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버리더니, 오빠는 도저히 못 버리겠냐?
에이! 나도 너 필요 없으니까 전학 가버려!!
“미쳤나봐~ 내가 제요 오빠를 버리고 전학을 가다니! 말도 안돼! 나 전학 안 가.”
“왜 한 입 가지고 두 말 해? 전학 가~”
“나의 하나뿐인 친구가 뭐 때문에 삐졌을까~요.”
“나 밥상에서 쫓겨나서 아침 못 먹었어.”
“배고프겠다. 내가 사달라는 거 다 사줄 테니까 매점가자.”
한달 용돈 다 날아갔다며 울고불고 난리 치는 서예를 뒤로 하고 교실로 왔다.
냄새가 완전히 가신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 했다.
자리에 앉자 앞에 있던 윤소리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어머! 이게 무슨 냄새야?”
냄새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얼굴 쪽으로 바람을 불어줬다.
“윽! 너 양치질 안 하고 학교 오면 어떡하니?”
“내가 좀 더러워. 냄새나도 이해해.”
만약 려한이가 냄새의 정체가 주스 때문이란 걸
모르고 있었다면 결코 저런 말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려한아, 그동안 힘들었겠다.”
“냄새는 둘째 치고 엉망인 얼굴 데리고 다니느라 졸라 쪽팔렸지.”
미안하지만 화려한, 네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이젠 아무렇지 않아.
왜냐고? 우리 대장이 네가 하는 말은 진심이 아니라고 했으니까!
“그럼 려한아, 난? 나도 쪽팔려?”
“저 촌년이랑 비교하는 자체가 우습지 않아?”
“그건 그래. 시녀가 나 정도는..”
“아, 씹. 그거 되게 말 많네.”
엎드려 자고 있던 나언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찍소리 못하고 공부하는 척 자세 잡는 윤소리.
이렇게 통쾌 할 수가!! 대장, 고마워!!
다시 엎드리는 통에 고맙다는 눈빛을 보낼 수 없었지만 마음으로 전달됐으리.
하루 종일 룰라랄라.
나언이가 냄새나니까 입 닥치라고 소리쳐도 랄라룰루.
하지만 교문을 나서는 순간, 흥은 깨지고 말았다.
“왕순대!!!”
나와 서예를 향해 뛰어오는 쌍둥이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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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중편 ]
얼굴의 황제(皇帝) #26
다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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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21 09:0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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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죽자, 소설 내용이 아닌 꼬릿말이라 미안 -_-;;;;;;;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는게 반가워서 꼬릿말 남겨. 힘내구 언제나 응원하는 거 알지?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