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내적인 자기완성

[연꽃]

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내적인 자기완성  

 
원로 탈랜트인 정한용과 점심을 먹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친구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너는 바닷가 한적한 실버타운에서 고독을 정면으로 받아들이지만 나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걸 실감해. 내가 탈랜트를 하고 또 국회의원을 해서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졌지만 내면은 고독해. 너는 연극배우들이 막이 내린 후에 텅 빈 객석을 보면서 
느끼는 공허를 이해할 수 없을 거야.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뜯을 때 배우들이 막 
울기도 한다구. 나도 내 공허를 메꾸기 위해 열심히 모임에 참석하고 떠들고 그래. 
그래도 그 속에서 나는 짙은 외로움을 느끼는 거야”​

인간의 내면은 겉이 어떻든 보랏빛 노을인 것 같다. 그와 헤어지고 나는 기차를 타고 
밤늦은 묵호역에 도착했다. 오래된 역사 주위는 어둠이 출렁거렸다. 적막한 도로에
 드문드문 가로등이 푸른 빛을 바닥에 뿌리고 있을 뿐 차도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해변가에 있는 내가 이사할 집으로 가 보았다. 바닷가 짙은 어둠 속에서 그 집은 
윤곽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주변은 시간이 정지한 듯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다. ​

그 집을 나는 나에게로 깊어지는 장소로 하려고 한다. ​
나는 지금 인생의 어디쯤 와 있을까. 젊은 시절은 사회라는 무대에서 배역을 맡기 위해 
고심했었다. 가정에서는 아버지라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고 늙은 나는 이제 
그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제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든 별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떤 책임에서도 벗어났다. 남은 시간도 길지 않을 것 같다. 남은 일 가운데 중요한 것은
 내적인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게 아닐까. ​

내려놓으니까 이제야 보이는 게 있다. 나는 요즈음 내면에서 울려오는 또다른 나의 
목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주제’라는 작은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라는 존재의 그릇이 작고 능력이 부족한 것을 보다 일찍 받아들였더라면 걱정 근심이 
훨씬 덜했을 것 같다. 피래미가 상어가 되고 싶다는 주제를 모르는 욕심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내 주제를 진작 알고 받아들였더라면 훨씬 즐겁게 살았을 텐데. ​

나는 무엇이었을까. 진짜 나는 있었던 것일까. 나는 몸이 있고 이름이 있었다.
 살아오면서 인간관계가 형성됐고 직업이 있었다. 그런 걸 나라고 생각했었다.​
자동차로 비유한다면 그런 것들은 기계장치와 번들거리는 도색한 껍데기와 편안해
보이는 내부 공간 아니었을까. ​

진짜 나는 차의 몸체가 아니라 운전대를 잡고 있었던 그 존재가 아니었을까.
 세월이 흐르고 차는 망가지고 부서질 때가 됐다. 나사가 풀어지고 붉은 녹물이 나온다. 
수명이 다해 폐차장으로 갈 때가 된 것이다. 내가 평생 운전해 오던 몸도 그런 것 같다.
 진짜 나인 영혼이라는 존재는 몸에서 빠져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신형 차 같은 몸을 받아 신나게 운전하게 될까. 성경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새로운 몸을 선물 받는다고 했다. 그걸 믿고 위로받고 싶다.​

얼마 전 실버타운에서 밥을 먹다가 옆자리에 있는 부부와 얘기를 나누었었다. 
팔십대의 남편은 평생 약을 연구한 교수였고 간호학 교수인 칠십대의 부인은 믿음이 
깊은 것 같았다. 교수 부부인 그들은 자식이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수십년 교수생활을
 하다가 한국에는 고향에 회귀하는 연어처럼 죽으러 왔다고 표현을 했다.
 그들은 숙소의 방 한 칸을 기도실로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십자가와 성모상을 모시고 
있었다. 내가 그 부인에게 물었다.​

“어떤 기도를 해오셨습니까?”​
“젊어서는 항상 뭔가를 달라고 했죠. 그리고 내가 일방적으로 그분께 말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인가부터는 내가 달라는 말을 중단하고 침묵하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요즈음은 기도실 안에서 그 분과 주고 받는 대화를 해요.”​

그 부인을 통해 나는 어떤 계시를 받은 느낌이다. 나는 왜 그분의 미세한 소리들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뒤늦었지만 내면을 흐르는 강물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마음먹는다. 그분은 시각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한다. 그 분은 모자람과 초라함도 감사하며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런 게 노년에 오는 내적인 자기완성인가 보다.

출처: 무진장 - 행운의 집 원문보기 글쓴이: 유당

[덕운]

나무아미타불 _()()()_
성불 하소서

[연꽃]

삼보에 귀의합니다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원광대은]

거룩하신 부처님께 귀의 합니다
거룩하신 가르침에 귀의 합니다
거룩하신 스님들께 귀의 합니다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원공법계 제 중생
자타일시 성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