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1번째 편지 - 행복한 아침 산행
2주 동안 행복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많은 분들이 행복 공부 많이 했다고 인사해 주셨습니다. 저는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였습니다.
행복의 두 요소 <재미>와 <의미> 중에 재미를 위해서는 <물건 소비>를 <크레센도 전략>으로 하고, <경험 소비>를 <인터벌 전략>으로 하면 되니 그저 실천만 하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의미>를 위해 무엇을 할까입니다.
의미에는 <높은 의미>와 <깊은 의미>가 있고, 높은 의미는 <목표 설정 및 실천>이고, 깊은 의미는 <성숙한 인간관계>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목표를 하나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높은 의미의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살아오면서 늘 목표를 정하고 사는 타입이지만 행복의 한 전략으로 목표를 정하니 무엇인가 마음가짐이 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목표는 <아침 1시간 산행>입니다. 두 달 전 8월 1일 월요편지에서 <걷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월요편지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직후부터 아침 산행에 도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남부터미널역 부근에 삽니다. 남부순환도로를 건너면 바로 우면산입니다.
8월 초 어느 날 아침 6시 30분경 집을 나섰습니다. 제가 그 시간대에 운동하러 가는 것은 퍽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아침형 인간입니다. 6시면 일어납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침형 정신활동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제 몸은 아침 6시부터 8시 반까지 사이에 운동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그 시간대에 공부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나름대로 결론을 가지고 지난 10년을 살았습니다. 실제로 그 시간대에 헬스를 하거나 골프를 해보면 몸이 따라 주지 않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고 내린 결론입니다.
그런데 이제 지난 10년간의 아침 생활 패턴을 바꾸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우면산에는 다양한 등산로가 있습니다. 저는 남부순환도로를 건너 만나는 서초 샘터 입구에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목표는 예전에도 가본 적이 있는 소망탑입니다. 초입부터 꽤 가파릅니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고 있는데 산 쪽에서 내려오던 사람이 저를 부릅니다.
바라보니 동생입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동생이 저보다 먼저 소망탑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저를 만난 것입니다. 동생은 저를 위해 길동무를 해주었습니다. 동생과 같이 소망탑을 올랐습니다.
오랜만에 등산을 해보니 꽤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1시간 가까이 산행을 하고 나니 기분은 퍽 좋았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산행이 한 달 반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6시 30분 아파트 입구에서 저, 우리 집 강아지 땡큐, 동생, 그리고 제 운전을 도와주는 임 차장 등이 만납니다. 물론 사정에 따라 빠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땡큐는 불참입니다.
이렇게 한 팀이 되어 산행을 합니다. 비가 와도 멈추지 않습니다. 처음 보름간은 소망탑을 올랐습니다. 등산객들이 강아지 땡큐를 알아보고 인사를 합니다. 동호회 멤버를 만난 느낌입니다.
소망탑이 비록 270미터밖에 되지 않아도 꽤 부담스러워 저는 코스를 둘레길로 바꾸었습니다. 남부순환도로를 따라 숲길을 걷는 것입니다. 대성사 입구도 지나고 예술의 전당도 지나고 국립 국악원도 지납니다.
30분을 걸으면 정자와 운동기구가 나타납니다. 저는 그곳에서 10여 분간 쉬며 운동기구로 간단한 운동을 하면 나머지 팀원들은 부족한 산행을 더 하고 옵니다. 이 산행은 전체적으로 왕복 1시간 30분 이내입니다. 이 산행은 그다지 힘들지 않아 1년 내내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와 동생은 산행을 하면서 서로 자신의 관심사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주제를, 동생은 동생이 좋아하는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입니다. 일종의 생각 배설입니다. 그래도 그 시간이 좋습니다. 누구를 붙잡고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 형제는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는 너털웃음을 웃습니다.
이제는 아침 산행이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아침형 정신활동 인간>이지 <아침형 육체 활동 인간>이 아니라는 도그마에 빠져 10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시도한 아침 산행이 잘 맞는 옷 같습니다. 조찬 강의 등이 있어 아침 산행을 하지 못한 날은 몸이 찌뿌둥 합니다.
행복의 한 전략으로 시작한 아침 1시간 산행이 꽤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첫째 전체적으로 몸의 기운이 좋아졌습니다. 둘째 하루를 뿌듯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셋째 허리둘레도 꽤 날씬해졌습니다. 넷째 강아지 땡큐에게 산책을 선물하였습니다. 다섯째 형제간에 이해도가 퍽 깊어졌습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산행 코스를 궁금해하던 아내가 오후에 그 코스로 걸어 보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산책로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요즘 유행하는 맨발 걷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처음 하는 맨발 걷기라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결국 코스 절반에 해당하는 대성사 입구에서 그만 걷겠다고 하였습니다.
천천히 아스팔트 길로 예술의 전당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멀리서 클래식 음악 소리가 들립니다. 가까이 가보니 예술의 전당 마당에 있는 분수에서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분수쇼를 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과 여기저기 있는 의자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횡재가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호사를 누릴 수가 있을까요? 집 부근에 이런 멋진 야외 음악회가 열리는데 4년간 이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게으른 탓입니다.
저와 아내는 분수쇼가 끝날 때까지 우연히 만난 행복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행복에 도취되어 꿈길을 헤매는 듯했습니다.
행복은 전략을 세워 도전하기도 하지만 선물처럼 우연히 주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9.18. 조근호 드림
<조근호의 월요편지>
첫댓글 아침등산을 재미있게 잘 설명하여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