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원 광명시장 인터뷰
세계 자동차 3위로 성장한 기아
소하리 공장은 52년째 개발 규제
기업 활동 돕는 게 지자체 역할
불합리한 규제 완화에 힘쓸 것
'국가의 전기차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경기 광명 기아오토랜드의 불합리한 개발제한구역 부담금 규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아는 세계 3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광명에선 52년간 그린벨트 기업 활동을 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아는 최근 4000억원을 들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오토랜드 2공장을 전기차 생산 설비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런데 그린벨트 안 공장이라는 이유로 수백억원의 개발제한 구역 환경보존부담금을 투자금과 별도로 물어야 한다.
'소하리 기아공장' 으로 알려진 기아 오토랜드는 공장 착공 이듬해인 1971년 그린벨트로 지정됐다.
이후 공장을 증설할 때마다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거치고 개발제한구역 환경보전부담금이 부과되자
이번엔 광명시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박 사장은 '기아가 미래 전기차 생산의 거점으로 광명공장을 택한 만큼 어떻하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고용할 수 있을지 뒷받침하는 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무리한 그린벨트 규제가 없었다면 기아가 광명에 '더 빨리, 더 큰 규모'의 투자 결정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사장은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규제 완화의 협업 시스템이 늦다'며
'무리한 규제가 기업 활동을 막으면 성장도 멈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광명이 서울의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자족도시로 거듭나려면 간판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게
박 사장의 지론이다.
광명시는 1970년대 구로공단 근로자를 위한 배후도시로 개발됐다.
철산 하안동에 아파트가 지어진 뒤 2000년대 전후로 기아오토랜드와 가까운 소하동과 일직동(KTX광명역세권)의 녹지는
그린벨트에서 풀려 주거단지로 바뀌었다.
당장 그린벨트 규제를 푸는 게 여의치 않다면 부담금 부과율이라도 낮춰 달라는 게 광명시의 입장이다.
박 사장은 '그린벨트 지정 전에 공장이 들어선 곳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주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부담금 부과율이라도 낮추는 게 차선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규제는 1971년 자연보호, 자원보호를 이유로 만들어졌으나 2000년대 이후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개념이 접목되면서
수도권에선 더 강한 규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아오토랜드 주변이 아파트 개발을 이유로 그린벨트에서 풀렸음에도 유독 공장에 대해선 규제가 유지돼 온 배경이다.
박 사장은 1997년 광명에 이주한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이지만 기아오토랜드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기지 전환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앞장서 제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기아는 광명을 대표하는 대기업이고, 시 재정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탄소 중립 시대로 가기 위한
시의 핵심과제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큰 틀에서 규제를 완화하거나 세금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훈 기자남양주 빙그레 공장은 '제2의 기아 소하리공장'
공장 지은후 그린벨트 묶인 땅, 경기도에만 71곳
52년째 규제 갇힌 빙그레 공장
확장도 이전도 못하는 상황
신.증설 허가 받기도 어렵지만
확장한다해도 부담금 어마어마
5% 이상 면적 늘린 곳 44곳 뿐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빙그레 도농공장은 아파트, 공원, 아울렛 고등학교 등에 둘러싸여 있다.
광명 기아오토랜드와 마찬가지로 공장이 있던 지역이 1971년 뒤늦게 그린벨트로 묶인 뒤 52년째 유지되고 있어서다.
이후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동안 공장만 그린벨트로 남았다.
'신도시 안 섬' 같은 공장이 되면서 이전은 커녕 확장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14일 광명시 요청으로 경기도가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립 후 부지가 그린벨트로 지정된 공장 가운데 현재까지 운영 중인 곳은 경기도 내 71곳(4월 20일 기준)으로 파악됐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보면 고양시에 이런 '그린벨트 속 공장'이 14곳으로 가장 많았다.
시흥시 11곳, 안산시 9곳, 화성시엔 7곳이 있었다.
광명시엔 기아오토랜드 한 곳이었다.
대부분은 광명 기아오토랜드, 남양주 빙그레 공장과 마찬가지로 공장 신,증설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린벨트 속 공장으로 남은 71개사는 확장이 어려운 한계를 층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71개사의 그린벨트 지정 당시 면적과 현재의 면적을 비교해 보니 5% 이상 건축 연면적을 늘린 회사는 44곳(62%)이었다.
그린벨트 지정 당시 건축 연면적이 5만2800m2였다가 지금은 26만4358m2로 다섯 배로 커진 광명 기아오토랜드나
1135m2를 쓰다가 7063m2로 여섯 배 확장한 의왕 대성미생물연구소도 있지만, 대부분은 20~40% 면적을 넓히는 수준에
머물렀다.
빙그레 공장의 연면적은 그린벨트 지정 시점의 4879m2에서 현재 1만36m2로 두 배 커졌다.
그동안 옆으로 늘릴 수 없는 문제를 공장 수직증축으로 풀어왔으나 최근엔 이마저 한계에 봉착했다.
식품업계에선 다산신도시 입주 이후 빙그레 남양주 공장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가 수차례 공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좌절된 것으로 안다'며 '그린벨트가 해제되 주변 지가에 비해
공장 부지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나머지 27개 공장은 수십 년간 공장을 한 뼘도 늘리지 못한 체 버뎠다.
산업 경쟁력이 떨어져 확장을 못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각종 그린벨트 규제로 투자 엄두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식 광명시 부시장은 '이들 기업이 규제받지 않고 확장적으로 사업을 펼쳤다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고,
지자체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특히 고양에 이런 곳이 많은데, 경기 내 북부지역의 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5년 경기도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당시 그린벨트 내에 운영되던 공장은 86곳이 있었다.
이후 8년간 15곳이 줄어들었다.
그린벨트 바끙로 이전하거나 폐업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1971년 그린벨트 정책 마련 당시와 비교해 전국적으로 이런 공장이 얼마나 되는지 정부 차원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린벨트 지정 이전 설립된 공장의 증축에 대해선 부담금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개발제한구역 특별법이 개정됐다.
다만 당시에도 부담금 자체를 없애거나 이미 설립된 공장 부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성은/김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