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직장(구직) 23-47, 당신에게 도전이었을 순간
복지요결과 고도 지원을 주제로 실무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동료들과 모여 사례집과 매뉴얼을 공부하고, 복지요결에서 깊은 이해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한덕연 선생님께 여쭈어가며 배움을 다듬어 나간다. 이번 연수를 준비하며 내게 가장 유익한 배움이 있다면 바로 도전행동과 문제행동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도전행동은 ‘당사자가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행동’이다. 여러 가지일 수 있는데 사회사업가가 어찌해 볼 수 있거나 어찌해야 하는 주된 책임과 권한이 사회사업가에게 있는 그 무엇을 이야기한다. 그래야 실용성이 생긴다. ‘필요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거나 또는 ‘지원 방법이나 내용이나 환경 따위가 부적절’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불만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뭔가 들이받고 도전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도전행동이다.
사회사업론에서는 이른바 도전행동에 대한 사회사업적 대응을 사회사업가 쪽의 어떤 것으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사회사업가가 어찌해 볼 수 없거나, 그것을 개선할 주된 책임과 권한이 사회사업가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한덕연 선생님의 설명을 잘 기록해 실무에 닿게 한다.
나는 지금껏 김민정 씨의 어떠함으로 인해 직원이 지원하며 겪는 어려움에 관해 주로 생각했다. 그런데 도전이라 함은 사회사업가 쪽이 아니라 당사자 쪽의 도전이라 하니 망치로 꽝 맞은 것 같다. 사회사업가 쪽에서 당사자를 도전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고 당사자의 그 행동이 사회사업가 쪽의 그 무엇에 대한 도전일 수 있다는 개념을 잘 세워야 하는구나.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내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이 공부하며 정말 그러할까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그 어려움이 발생하는 지점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정말 직원이 감당하기 어렵고 힘든 것인지, 당사자의 뜻과 표현을 올바르게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도전행동인 것인지 말이다.
그 인과관계를 잘 알고 돕고 싶어 3일 동안 출근부터 퇴근까지 당사자의 표현과 직원의 지원에 관해 세심히 기록했다. 이렇게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당사자의 문제행동에 관해 그 원인, 그러니까 매뉴얼에서 말하는 기능 파악을 제대로 하기 위해 ABC 관찰 기록을 바탕으로 당사자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오래도록 기록하고 있는 임우석 선생님의 자료를 보며 객관적인 자료나 기술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저 전담 직원이 ‘도와보니 이렇더라’ 하는 경험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이로 인해 이런 상황이 생기게 되었다는 객관적인 기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한 것이 동료들과의 공부였고, 기록이었다.
기록을 통해 나의 지원을 돌아보며 성찰하고, 당사자에 관해 깨달은 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무에 구체적으로 닿을 수 있게 두 가지로 정리한다.
첫 번째, 끊임없는 요청이 이어진다고 볼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요청이다.
김민정 씨에게 있어서 종이, 볼펜, 현금, 체크카드, 간식(과자), 커피, 이 여섯 가지는 각기 다른 요청이었다. 그러나 지원할 때에는 “커피를 도왔으니 이제 제 할 일 하겠습니다.” 하며 당사자의 표현을 습관적인 요청의 반복이라 보고 무심할 때가 있었다. 커피와 볼펜에 관한 요청은 다른 것이었는데 이것 또한 같은 것이라 보았던 것이다. 그러니 김민정 씨는 자꾸만 뭔가를 달라 떼쓰고 징징거리는 이미지와 인식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용어를 수정한다. 떼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오늘 하루 나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 여섯 가지는 각각 별개로 중요한 것이고, 오전과 오후에 각각 요청할 수도 있으며 이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나는 분명히 표현해서 나의 원하는 것을 누릴 권리를 가질 것이다’ 하고 김민정 씨는 줄곧 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헤아리게 되었다. 그러니 여섯 가지를 요청할 때는 정성껏 응대하기로 한다.
두 번째, 어떻게 설명하고 응대하는가에 따라 당사자의 반응이 달라진다.
돕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도울 수 있는 시간을 알려주거나 메모해서 전하면 당사자는 충분히 그 상황을 헤아리고 직원의 여건을 고려해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3일 간의 기록으로 보았을 때 절반 이상의 경우 그러했다. 오히려 설명을 하지 않고 ‘안 됩니다’ 하거나 앞을 막아서려 했을 때 당사자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직원의 부적절한 지원에 관한 도전행동인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나는 설명을 제대로 듣고 싶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확인한 것은 눈에 보이는데 참는 것은 김민정 씨에게 있어서 실로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신영아 원장님의 표현처럼 이것은 김민정 씨에게 있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당신이 가진 돈으로 당당하게 누릴 수 있게 도와야겠다고 지원의 방향을 잡는다. 이렇게 정리하니 그동안 사회사업가가 당사자의 표현과 뜻을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한 데서 온 당사자 쪽의 도전에 관해 시선을 두게 된다. 김민정 씨의 어떠함을 도전이나 문제로 보고, 당신을 해결 치료 개선해야 할 존재로 보는 사회사업가에게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오늘 하루 내가 누리고 싶은 것은, 그래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이런 것이라고 끊임없이 표현해 온 당신의 용기가 보였다.
도전은 말 그대로 김민정 씨 입장에서의 ‘Challenge’였던 것이다. 말해도 닿지 않는 직원에게 어떻게든 나의 의사를 전하려 고군분투한 ‘당신에게 도전이었을 순간’을 돌아본다. “당사자의 몫은 표현하는 데 있다. 직원은 그 뜻을 헤아리는 데 책임이 있다.” 인권교육 이문희 강사님께서 해 주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나의 책임은 필요한 지원을 하지 않았는지, 부적절한 지원이 있지는 않았는지 알아차리기 위해 당사자의 뜻을 올바르게 헤아리는 데 있을 것이고, 계속해서 그 과정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민정 씨의 구직을 도우며 지역사회 곳곳을 다닐 것인데 그때 어느 낯선 곳에서 당신의 어떤 요청을 제대로 헤아리고 적절히 응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도우면 다를 때가 있다, 분명.
2023년 10월 11일 수요일, 서지연
‘당사자의 몫은 표현하는 데 있고, 직원은 그 뜻을 헤아리는 데 책임이 있다.’ 이문희 선생님의 교육 중에도 이 말이 오래 남았는데 선생님의 기록에서 마주하니 그 뜻을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저도 김민정 씨를 잘 돕고 싶고, 김민정 씨를 지원하는 서지연 선생님을 잘 돕고 싶습니다. 함께 의논하고 공부해요. 최희정
기술적 대응. ‘실무에 구체적으로 닿을 수 있게 정리한 두 가지’, 아주 공감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게 실로 놀랍습니다. 이문희 선생님의 말씀도 감사 감사! 월평
첫댓글 신입직원 교육 시간에 배웠던 고도지원의 도전행동에 대해 더 잘 궁리해볼 수 있기 위한 기록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 외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따로 이렇게 기록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그만큼 입주자 분을 더 잘 알고 싶고, 잘 돕고 싶고, 사회사업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정석명 씨를 지원하며 한결같이 드는 생각은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기다리고 정성을 쏟은 만큼 보인다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 스스로 결심한 일들도 몇 가지 있고요. 서지연 선생님이 공부하며 깨달은바를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