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유독 비로 많은 경기가 연기돼 후반기 일정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4~5월에도 거의 매주 비로 경기가 취소돼 더블헤더를 이전보다 많이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잔여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전반기에만 팀당 89경기를 치르도록 계획돼 있었지만 삼성과 기아가 15경기를 못 치렀고 한화도 14경기나 남아 있다. 팀당 평균 9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이러다보니 경기일정을 짜는 한구야구위원회(KBO)에도 비상이 걸렸다. 8월 말과 9월 초에는 전통적으로 태풍이 몰려와 어떻게든 경기를 소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경기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보통 경기시작 2시간 전인 4시30분께.
이전에는 조금만 비가 와도 일찌감치 취소를 결정하기도 했지만 후반기에는 달라졌다.
비가 내려도 끝까지 기다리다 오후 6시가 다 돼서 경기 강행을 결정하기도 했다.
KBO와 경기운영위원회는 어떻게든 경기를 강행하도록 결의했다. 홈팀의 사정에 따라 자의적으로 경기를 미루는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다.
22일 대전구장에는 경기시작 전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굵지는 않았지만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상태에서 언제 폭우로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비가 그쳐 경기는 시작됐지만 무려 3번이나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예정된 야구경기가 어떻게든 열리는 것은 팀과 팬들에게 모두 바람직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몇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경기를 속개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원칙과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22일 대전 기아-한화전의 경우 경기시작 후 불과 20분도 되지 않은 1회말에 비가 흩뿌리자 경기가 중단됐다. 경기시작 전에 내리던 비와 마찬가지로 가는 빗줄기였지만 돌연 경기를 중단했다. 이후 2번을 더 경기가 중단됐다가 속개됐다.
경기가 시작된 이후 중단과 취소의 모든 권한은 심판부에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경기운영위원의 자문을 구하는 게 상례다. 심판부가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아예 경기를 시작하지 말아야 했다. 어렵게 경기를 시작해놓고 쓸데없이 중단시키면 선수와 팬들에게 모두 피해가 간다.
비로 경기가 중단되면 야수보다 투수에게 피해가 크다. 어깨가 식어 투구리듬을 잃고 자칫 부상의 위험도 있다. 비에 젖은 그라운드 때문에 선수들도 애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