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블라인드 자외선차단과 함께 사생활보호](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blogthumb3.phinf.naver.net%2FMjAxOTEwMTRfMTcg%2FMDAxNTcxMDI3Nzg2Mzc1.W_OVlRKPRf1E3to8SlalsfhbBTEuV9Nko0h-JD8rmBAg.dSjpegJUTxcX4bZ2aLhDXplL8j1Y0ju9MScjnCY4Q4Ig.JPEG.kk82850%2F%25EC%25B2%25A0%25EC%2582%25B0%25EB%25B8%2594%25EB%259D%25BC%25EC%259D%25B8%25EB%2593%259C011.jpg%3Ftype%3Dw773)
블라인드의 3시 / 김미정
반쯤 감긴 시간의 눈동자
3시는
3시 이전의 발음기호
빛의 소리가 새어 나온다 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투명한
그림자를 만들 때 그 소리와 가까운 적이 있다
물에 빠진 3시를 건진다
당신이 불러 모은 것은 뿌연 그늘, 타오르는 풍경의 뼈대,
그 위에 앉은 돌멩이, 누구도 아닌 얼굴로 다가온다
말라가며 젖는 표정들, 빛의 소리를 만지는
이전의 나
눈꺼풀에 고이는 캄캄한 실루엣을 3시라 부를까?
아직 먼 노래들이 흘러넘친다고 믿는다
닿을 수 없는 창밖으로 눈먼 물고기가 흐르고 신호등이
질주하고 날아가는 암호가 쏟아지는
당신은 없고
당신의 3시만 남아 펄럭인다
- 시집 『물고기 신발』 (2019. 11월)
* 김미정 시인
서울 출생.
2002년『현대시』로 시 등단 . 2009년『시와세계』로 평론 등단.
시집『하드와 아이스크림』 『물고기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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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시인의 시집 『물고기 신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다다이스트의 흉내를 내본다. 한 편의 시를 선택하기 위해 편지 봉투 자르는 나이프를 시집 어느 한 페이지에 멈추도록 임의로 끼워본다. 「블라인드의 3시」에서 나이프는 빛나고 있다. 이런 행위가 김미정 시인의 시가 발원하는 지점이라고 상상한다. 거기에 아방가르드와 선(禪)의 세계가 함의된 현대시의 개성 있는 성향을 시들은 내뿜고 있다.
「블라인드의 3시」는 현상하는 세계의 발현이고 보이지 않는 심연을 가시화하는 삶의 오의(奧義)에 다다르는 내면의 고백이다. 화자가 소환하고 있는 3시의 블라인드 혹은 블라인드의 3시는 빛의 소리, 그리고 눈먼 물고기와 풍경의 암호와 함께 시인이 부르는 무의식에서 비롯된 반향들이다. 당신과 내가 발생시킨 과거의 사건은 3시를 기점으로 나타난다. 또는 3시가 이미지를 출몰시킨다. ‘반쯤 감긴 시간의 눈동자’ 속에서 잠재태로 꿈틀거리는 대상들은 현실태로 옮겨가며 생명을 갖고 준동한다. 기억과 환상의 3시는 구휼의 시간이며 공간이다. 블라인드의, 블라인드 같은 모호한 세계로부터 새어나오는 시간의 눈동자, 수많은 기억과 과거로부터 돌아오는 당신이 무의식의 시간에 빛으로 소리를 낸다. ‘물에 빠진 3시’는 회억하기 좋은 시간이면서 침잠해있던 언어와 욕망이 튀어나오는 젖은 벽이다. 빛의 소리가 잡히는 시공간이다. 소쉬르가 아니더라도 3시는 3시 이전에 태어난 돌멩이, 풍경의 뼈대, 그늘이라고 명명해도 좋을 것이다. 3시는 찰나의 시간이면서 영원한 기록을 가진 화자의역사의 시간이기도 하다. 블라인드와 3시는 서로 받쳐주는 음보이면서 생성되는 관계이다. 블라인드의 3시, 블라인드 같은(like) 3시는 유령도 환각도 아니다. 화자에게 흐르는 가장 진실한 빛의 무게인 것이다. 눈꺼풀에 고이는 실루엣을 3시라고 부르는 이 전경화는 얼마나 유연한가.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다. 김미정 시집 『하드와 아이스크림』(2012)에 수록된 「선글라스」를 S대 철학과 교수가 텔레비전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詩, 철학에게 말 걸다〉(2014)라는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시와 철학의 만남은 의미있는 접근이었다. 선글라스는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관계를 ‘타자를 인식하는 심리적 관계망’으로 풀어나가기였다.
「선글라스」에서 창문마다 몰려다니던 물고기들이, 벽을 타고 오르던 물고기들이 「블라인드의 3시」에서는 ‘눈먼 물고기’로 돌아와 화자의 창밖으로 흐른다. 새처럼 물고기는 휘파람을 불며, 꿈을 꾸며 날개 대신 지느러미로 비상한다. 나의 바깥에서 기웃거리는 존재는 타자이면서 자아인 것이다. 『물고기 신발』을 관통하는 암호는 욕망하는 꿈의 날개, 즉 자유가 아닐까. 바슐라르는 새와 물고기는 그 속성이 같다고 말한다. 새의 날개처럼 물고기 신발을 신고 허공을 유영하는 시인을 따라가 본다. ‘당신’이 없어도 블라인드의 세계는 입체적이고 몽환적이고 자유롭다.
⸺ 한정원 시인 《시와 편견》2020년 겨울호
![2013년 5월 16일 오후 3시 22분에 저장한 글입니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blogthumb4.phinf.naver.net%2F20120618_130%2Fhuntergroup_1340000289122J84VN_JPEG%2F2.jpg%3Ftype%3D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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