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당신이 ** ***
2009년 7월 24 일 금요일
"서오릉에는 숙종 임금의 여인이 네 분 계십니다.
첫번째는 동갑나기였는데 20세에 마마(천연두.곰보)를 앓다가
경희궁 회상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두번째는 인현왕후로 그
분은 여기 명릉에서 쌍릉으로 나란히 계십니다. 그 옆에 인원
왕후는 세번째요 네번째는 장희빈으로 대빈묘에 계십니다."
관심있는 관람객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묻는다. 아니 첫
번째 부인 옆에 가시지 않고 어찌 두번째 부인과 나란히 계시
냐는 것이다. 여러번 질문을 받다보니 아하 그렇구나 조강지처
의 뿌리를 어디두고 왜 두번째에 와서 있느냐는 질책성 ? 이라
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가 그런게 아니건마는 .....
조강지처란 농경사회에서 어렵게 한 가계를 이루어가던 부인을
생각하는 사자성어다. 부족한 식량이나마 쌀겨(조강)으로 생명
을 이어가던 가족봉양의 책임을 다한 부인의 고생을 잊지말자
는 뜻이 담겨져 있다.칠거지악이라는 남성위주의 권위주의적
유교적 전통사회의 질곡 속에서도 여성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였
던 셈이다.
숙종임금의 첫사랑은 장희빈이다. 쟁쟁한 양반가 출신 첫번째
부인이 살아 있을 적 숙종은 18세에 두 살 연상인 미모의 희빈을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의 추억은 소중하다.
아련하며 그립다. 조강지처의 아름다운 전통은 지금도 살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종은 조강지처도,첫사랑도 선택하지않았다.
왕도정치는 유교전통사회의 순종,정숙과 온건의 모범적 여성상
으로 인현왕후를 뽑은 것이다.숙종의 선택은 잘못된 것인가 ?
서민의 애환 속에 아직도 뿌리깊은 조강지처,
불타는 청춘의 첫사랑, 반듯한 모범으로 뽑힌 정치적 판단.
사랑이란 지성에 대한 상상력의 승리다. 베르베르 "신"에서
만일 당신이 숙종이라면 ? 만일 당신이 그렇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