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 윤종욱
한때 우리의 모든 울상이었던
너에게
기립하는 자신과 직면하게 될 무렵을 선물할게
아직은 작은 무게뿐이지만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형용사를
너의 죽을 것 같은 기분 앞에다 둘게
내일보다 조금 더 앞쪽에
괄호를 열고
문어체에 가까운 몸짓으로 채워 넣을 때
구석진 곳으로
구석들을 몰아세우며
누군가이고 싶은 우리는
너의 호명과 동시에 거의 주저앉을게
머리끝까지 쌓아 올린 인간의 형태까지
와르르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밤하늘과
밑바닥보다 조금 더 밑에서 바라본
너의 본모습을 기대할게
이인칭에서 한 발짝 올라선 네가
다시 너일 수 있기를
인간적이거나 비인간적인 너에게
단지 누구누구일 뿐인
우리에게
우리는 세상이 끝난 줄도 모르는 채
졸린 눈을 비비다가
아는 얼굴들 사이에 몰래 숨어든
너의 악마를 찾아낼게
너에게 쉽게 오지 않는 어느 여름이 될게
- 시집 『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 (2020.08)
* 윤종욱 시인
1982년 경북 예천 출생. 강남대 국어국문과 졸업.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재학 중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
카페 게시글
좋은 시
누구에게 / 윤종욱
군불
추천 0
조회 41
21.03.07 17:46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