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취소 잔여경기 불균형 순위싸움 최대변수
양만 많은 게 아니다.
유난히 2003시즌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비는 심술궂기도 하다.
무더기 더블헤더와 우천취소 경기를 쏟아내면서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전투적인 '스케줄 소화 작전'마저 불렀던 올해의 비는 특정 매치업만 골라 공격하는 짖궂은 특성으로 시즌 마지막까지 톡톡히 변수
노릇을 하고 있다.
서울 경기지역에 쏟아진 호우로 이번 주초 매치업 가운데 가장 '급한 불'인 잠실경기가 또 물을 맞았다.
첫판이 우천취소되면서 19일 현재 두산-현대전은 전체 일정의 절반이 넘는 10경기를 남기고 있다. 어째 이 두팀은 만날 때마다 비를
맞는 인상. 32게임을 남긴 현대는 대충 잔여경기의 3분의1이 두산전이다.
지난달 중순 부산에 내려가 사흘동안 밥만 먹다 왔던 두산은 롯데전도 8경기가 밀려있다. 반면 삼성 LG SK와는 3경기씩 남아 이제 '별
볼 일'이 없다.
비 피해가 극심했던 7월에 "비구름이 우리만 따라다닌다"고 투덜댔던 기아는 잔여경기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 롯데전은 두게임밖에
없는데 삼성전이 10경기, 한화전이 7경기 남았다.
4강 경합팀인 LG-한화는 맞대결 8경기가 쌓여있고, '뒤끝'이 걱정스러운 LG-삼성전도 이번 주말 잠실 맞대결을 포함해 6게임이 남아있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SK는 역시 고른 소화율을 보여 앞으로 어느
팀과도 6번 이상 만날 일이 없다.
잔여경기 매치업의 불균형은 순위싸움의 최대 변수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다투는 현대와 삼성은 각각 두산과 기아전 10경기의 성적이 승부처.
달라진 꼴찌 롯데는 7위 두산과의 8경기를 벼르는데 두산은 더 달라져있다는 게 조금 문제다.
< 이승민 기자 cjmi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