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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야기-상록수 인생, 지끼고 싶어요
우리 문경사투리 이야기 좀 해볼라꼬.
마카 이래들 지끼더라꼬.
디기 억시여라고 말이라.
내 스무 살 때 서울 간 적 있었는데, 그때 옆집 아 한테 맞을 뻔도 했다는 거 아이라.
이래여 저래여 하는 식으로 반말한다꼬 말이라.
우리 맨날 지끼는 말이 그카는긴데, 그걸 서울 아들은 반말로 듣더라꼬.
아가빠리에 질이 났는데 우예란 말이라.
듣는 지 귀를 고치야 되는 기지.
안 그래여?
근데 아침 붐할 때 길바닥에서 만난 어른한테 인사한다민서 ‘어디 가여’라고 지끼는 건 좀 문제긴 해.
근데 그 답도 문제긴 문제라.
보통 이래들 답하지.
‘어디 가여’
어디 가는 목적지는 안 밝히고 대충 얼버무리잖아.
묻는 사람도 꼭 그 목적지를 알고싶어가꼬 그런 기 아이고, 그냥 함 해 본 소리지 뭐.
안 그래여?
우예뜬동 인사라고 지끼는 거나 답이라고 지끼는 거나 그게 그거잖아.
그캐도 우린 다 알아 듣잖아.
서울 아들은 이이더라꼬.
몬 알아듣더라꼬.
허기사 벽을 ‘비림빡’이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부엌을 ‘정지’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두꺼운 종이를 ‘뻔깍’이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호주머니를 ‘개쭈머이’리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지렁이를 ‘껄께이’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떨어진다는 것을 ‘널찐다’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돌멩이를 ‘돌삐’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문지르다를 ‘문때다’라고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각자 따로따로를 ‘삐삔내로’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조금을 ‘썬나끔’이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작은을 ‘쪼매’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형을 ‘시야’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입술을 ‘입수부리’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간장을 ‘장물’이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끼어드는 것을 ‘낑기다’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쪼이는 것을 ‘쫑기다’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수북하다를 ‘항거석’이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벌써를 ‘하매’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굴리다를 ‘굼부리다’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철저히를 ‘단디’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처럼을 ‘맹키로’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바가지를 ‘버지기’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괜히를 ‘백지’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좁다를 ‘솔바여’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흔하다를 ‘쌨다’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쓰다를 ‘씨굽다’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어쩌려고를 ‘우옐라고’라고 하니 알아듣겠고, 적당히를 ‘엉가이’라고 하니 알아듣겠고, 부추를 ‘정구지’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온통을 ‘천지삐까리’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솔잎낙엽을 ‘갈비’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엉덩이를 ‘궁디’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고추장을 ‘꼬이장’이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고갯마루를 ‘말래이’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억새풀을 ‘새개이’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마른 오징어를 ‘수루매’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제각각을 ‘시시마꿈’이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고, 말하고 싶어요를 ‘지끼고 싶어요’라고 하니 어디 알아듣겠느냐는 거지.
그라이 서울 아들이 몬 알아듣겠다카고 반말이라카는 거는 대충 이해가 되기는 해.
그칸다캐가꼬 문경이 고향인 우리들로서는 항거석 정든 고향사투리를 버릴 순 없는 거 아니냔 말이야.
심뽀가 착하만 듣는 귀도 착할 꺼니께, 우린 그런 사람들하고만 놀자꼬 내 시방 지낀거여.
다들 참말로 디기 지꼈다.
우리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인 종태 친구 글마가 버스킹인고 뭔고 하면서 색소폰 부는 경산 임당역에 댕기오던 날이었으니, 2019년 1월 19일 토요일 그 날이었을끼라.
오후 5시쯤 해가꼬 같은 중학교 동기동창인 돈식 친구 글마네 집 있는 동네에 단골이라카는 ‘불로 숯불 막창’집 그 집에서 그랜 거지.
그 동네 터주대감인 돈식이 글마도 시기 지낐고, 점촌에서 내려간 용호 글마도 시기 지낐어.
‘없는 사람 말은 안 하는 거라.’
점잖은 척하면서 고래 지끼는 사람들이 없잖아 있지만, 우리들이 함께 한 이날 그 자리에서는 한 개도 소용 없었다는 거 아이라.
막 지끼더라고..
서울 물 먹은 정한이 글마가 좀 품위 있게 지낄라꼬 했고, 착하기로 동네방네 소문난 만식이 글마는 아예 입 딱 닫고 안지낐지, 돈식이에 용호에 창현이에 휘덕이에 나까지 해서 나머지는 마카 다 문경사투리로 디기 지끼더라꼬.
심지어는 ‘니기미’인지 뭔지 하는 욕 비수무리한 말까지 지끼기도 했응께.
근데 맹숭하게 지끼기만 한 건 아이라꼬.
결론 낸 거도 한 개 있었따꼬.
휘덕이네 만촌농원에서 마당윷놀이 함 하자고 우리 마카 뜻을 모은 기 그랬다는 거 아이가.
그 날이 디기 기다려지는 이 순간이라꼬 내 안 카나.
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