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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야기-상록수 인생, epilogue
하룻밤을 내 고향땅 문경읍내 퀸즈힐 아파트에서 묵었다.
그리고 맞은 이튿날은 2019년 1월 10일로 일요일이었다.
쭉 밀려 있는 이삿짐 정리에 새해 농사준비까지 해서 오전 내내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바람에 주일인 이날 예배도 걸렀다.
주일날을 빼먹지 말라고 예배드릴 때 마다 늘 힘주어 강조하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우리 서울시민교회 담임이신 권오헌 목사님의 마뜩치 않아하시는 얼굴도 떠올랐고, 우리 순을 책임지고 계시는 안희국 권사님의 아쉬워하는 얼굴도 떠올랐다.
그렇다고 우리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으로 경산 임당역에서 상설 버스킹 무대를 차려놓고 색소폰 연주를 하는 김종태 친구의 연주 현장을 다녀온 전날의 우리들 일정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안 권사님에게 그저 이렇게 얼버무리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한 통 띄워 보내드리는 것으로 변명을 하고 말았다.
‘권사님 이번 주일을 못 지켜서 죄송해요. 덜 푼 이삿짐 정리에 새해 농사 준비하느라 고향땅 문경에 내려왔다가 그만 상경하지 못하고 말았네요. 이해해주세요. 저와 아내가 교회에 열심일 수 있도록 기도 좀 해주세요.’
점심때쯤 되어서야 겨우 상경 길에 오를 수 있었다.
어디선가 점심끼니를 때워야 했다.
백두대간을 넘어 괴산 칠성면의 곰탕집을 들를까 하다가, 그대로 지나쳐 장호원까지 달렸다.
평소 고향을 다닐 때마다 간혹 들르던 갈비탕집이 거기 있어서였다.
아내가 그 집 갈비탕이 맛있다고 해서, 점심때가 꽤나 지났음에도 굳이 그 집을 찾아간 것이었다.
뿌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갈비탕 한 그릇을 받아놓는 순간, 내 생각의 나래는 또 펼쳐지고 있었다.
전날 하루의 일정을 나와 쭉 어울려줬던 친구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었고, 또 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일부러 시간을 내서 동행해준 아내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생각의 세계를 날고 있을 때, 내 그 생각을 끊어주는 찝쩍거림이 있었다.
아내의 말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가 나를 또 고맙게 했다.
곧 이 말이었다.
“다들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함께 한 저도 참 기분이 좋았어요. 우리 참 잘했어요.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