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가 평상에 누웠다가
그대로 잠든 적이 있었어.
밤하늘에 가득 떠 오른 별들은 재잘거렸고
이에 질세라 들려오는 여치와 쓰르라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소르르 잠이 들었지.
분명히 모기떼가 극성을 떨었을 텐데도
모기에 물렸던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꿀잠을 잔 것 같았어.
나는 어린 아기처럼 쌔근쌔근 잠이 들었고
흐르는 달빛은 한 여름 모시 이불처럼 시원했었어.
얼마나 잤을까?
문득 눈을 뜨니 유성 하나가 떨어지고
난 부리나케 소원 하나 빌었지.
잊히지도 않고 이리도 생생한 걸 보면
꿈 하나 제대로 꾸었었나 봐.
소원대로 네온사인 반짝이는 도시로 흘러 와
고향을 떠 나 온 세월이 겹겹이 쌓였어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미로를 달리고 또 달렸어.
어쩌다 가끔은 여울목에 잠시 쉬어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도 떨었지만
내 머릿속엔 쉬지 않고 달린 기억만 가득해.
그래서 가객(歌客)들은
그 꿈속 길을 노래하더라고
‘연분홍빛 치마가 흩~ 날~~ 리~~ 더라.’
돌아보니 그때가 꿈이었는지
아니면 생시인지
그 경계선에서 헤매며 탄식을 했다가
행복했다가 하면서
아직도 꿈길을 걷고 있는 거지.
잠을 자다 문득
한 밤 중에 눈을 뜨면
내가 언제 여기까지 흘러 온 거지?
내가 나에게 묻게 되는 거야!
잠깐 눈을 감고 흘러오다 보니 여긴데
여기가 낯 선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카페 게시글
◐――자작 시 수필 등
인생 (디카 시 & 에세이)
다향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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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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