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시작은 걷기부터이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옷을 주서주섬 챙겨 입고 폰을 들고 급히 문을 나선다.
집사람이 출근하기 전에 먼저 네바퀴를 돌아야 함께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후 집사람이 출근하고 나서 다시 너댓바퀴를 돈다. 아파트 한 바퀴를 돌면 대략 천오백보가 된다.
아침에 일어나 걸으면 밤 사이 떨어진 낙엽이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면서 밟힌다.
맨땅을 걷는 것보다 낙엽을 밟으면 마치 카펫트를 밟는 느낌이다.
낙엽을 밟으면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가 떠오른다.
낙엽(Les feuilles mortes)
레미 드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면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나이가 들다보니 마지막 연에 있는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구절이
내 심장에 '쿵' 하고 틀어 박힌다.
그렇다. 나이를 먹었건 안 먹었건 우리도 언젠가는 다 낙엽의 신세가 되지 않겠는가.
추풍낙엽이라지만 다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그러기에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니다.
내 어릴 때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동구밖 숲에 가서 빗자루로 낙엽을 쓸어담았다.
남이 먼저 쓸어가기 전에 나가야 했으므로 전깃불도 없는 캄캄한 밤중에 일어나 나갔다.
쓸어온 낙엽은 소 마굿간에 뿌려주면 소의 이부자리가 되어 좋아하고 나중에는 두엄이 되어 논밭의 거름이 되었다.
낙엽도 알고보면 땅을 기름지게 하는 훌륭한 자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