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탐서주의자의 책 - 책을 탐하는 한 교양인의 문·사·철 기록
지은이 : 표정훈 : 'TV 책을 말하다' 자문위원
출판사 : 마음산책(2004년 10월)
책가격 : 11.000원 (인터넷 서점 10% 할인)
책두께 : 284쪽.470g
ISBN : 898935160
▲ 저자 표정훈
아래글은 표정훈씨의 책 탐서주의자의 책 내용 일부와 궁리출판사의 "서점 비화" 란에서 옮겨온 글임을 밝힙니다.
사전 동의 없이 글을 옮겨가실 때에는 출처를 밝혀 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웹서핑 중에 발견한 어느 일본 웹사이트가 있는데, 서점에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과 푸념을 나누는 곳이다. 주로 서점 및 서점 근무자를 괴롭히는 손님 관련 에피소드가 많다.
'상식이나 모럴 등이 완전히 없는 질 나쁜 손님'을 함께 질타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란다.
'나쁜 손님 체크 리스트'라는 코너가 있는데 내용이 대충 다음과 같다.
* 읽은 책을 원래 장소에 돌려놓지 않은 적이 있다.
* 맨 위의 책이 아니라 아래쪽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 책장을 마구 넘기다가 종이를 찢은 적이 있다.
* 부주의하여 띠지를 파손시킨 적이 있다.
* 서점에서 서서 읽다가 책을 던져버릴 때도 있었다.
* 파손시킨 책을 그냥 몰래 놓아두고 나가버린 적이 있다.
* 통로에 주저 않아 책을 읽은 적이 있다.
* 진열되어 있는 책 위에 자신의 가방이나 짐을 올려놓고 책을 읽은 적이 있다.
* 진열되어 있는 책 위에 앉은 적이 있다.
* 폐점 시간이 지나서도 계속 책을 읽은 적이 있다.
* 음식물 반입 금지 표시를 무시하고 서점 안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 비닐 포장이 되어 있는 책을 점원에게 말하지 않고 무단으로 뜯어읽은 적이 있다.
* 책 내용을 메모하거나 IT 단말기에 입력하고, 그 책은 사지 않고 간 적이 있다.
* 책을 훔친 적이 있다.
* 잡지나 단행본의 부록만 훔친 적이 있다.
* 포스터를 비롯한 서점 매장의 장식품을 마음대로 가져간 적이 있다.
* 계산대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서점 근무자에게 문의한 적이 있다.
* 제목, 출판사, 저자 등을 모두 알지 못하는 책을 서점 근무자에게 찾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 손님은 신이고 서점 근무자는 노예라고 생각한다.
* 책방을 무료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체크리스트를 보니 * 맨 위의 책이 아니라 아래쪽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와
* 책 내용을 메모하거나 IT 단말기에 입력하고, 그 책은 사지 않고 간 적이 있다.란 문항에 걸렸다.
두개 정도면 좋은 손님이라고 자위해도 될지 모르겠다.
한편 일본의 서점 근무자들이 겪은 일종의 '황당 사건'에 해당하는 일들 가운데 인상적인 것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이 남자의 연령은 20-30세. 가게에는 자주 오지만 책 사는 것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서서 책을 읽는가 하면 책을 손에 쥐고는 있어도 시선은 늘 책과 멀기만 하다.
언제나 능글능글 웃음짓는 그의 시선 끝에는 항상 여자 손님이 있다.
뭐 여기까지라면 괜찮지만, 이 남자는 자신이 들었던 책을 절대로 원래 위치에 올려놓지 않는다.
절대로 사지 않고 , 절대로 원래의 위치에 되돌리지 않는다.
따가운 시선으로 주의를 주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냥 가게를 나가버린다.
* 이 남자는 , 당시17세. 언제나 하교길에 교복을 입고 서점에 오는 고교생이다.
이 책 저 책 족히 4시간 정도는 서서 책을 읽는 강적이다.
그러나 읽고 있는 책은 언제나 에로 문고 시리즈다. 그는 이 시리즈 독파를 지상의 목표로 삼고 있는 듯 하다.
그것뿐이라면 좋다. 그의 놀라운 재주는 오른손으로 들고 오른손의 손가락으로 책을 넘긴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왼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로 은밀한 부분에 가 닿아있다.
* 장 당 10엔하는 셀프 복사기를 설치한 서점이다.
셀프서비스의 의미를 모르는 건지, 서점원을 불러 복사기 조작을 명령하는 손님이 가끔 있다.
그런데 어떤 손님 한 사람은 서예에 심취해 있어서인지, 서예 도서에서 글자를 확대 복사할 목적으로 서점엘 온다.
어제도 들어서자 마자 '우선 이 글자와 저 글자를 확대 복사해 주고....'다. 셀프서비스라는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복사기 사용법을 몰라서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점원이 그런 일도 안 하면 뭐하러 있느냐"는 투다.
더구나 마지못해 확대 복사를 하고 있노라면 이미 나온 복사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왜 이리 글자가 작냐!", "여기는 가장자리가 끊어져 있네.
" 더구나 복사가 잘 안 된 복사 용지의 대금은 절대로 지불하지 않는다.
"점원이 복사하다가 망친 건데 내가 왜 돈을 내냐"는 거다.
* 어느 날 밤 서점으로 전화가 왔다. 첫 마디가 이랬다.
"전기쇼크봉, 칼, 폭탄 같은 물품이 실려 있는 카타로그는 없나?"
그런 건 없고 모조 총기류 관련 잡지에 목록이 실려 있는 경우도 있다고 답하면,
"지금 갈테니 준비해 둬!"라고 말하고 그냥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로부터 약 5분 후, 삭발 대머리에 분위기 심상치 않은 소년 2인조가 가게로 들어섰다.
찾아 놓은 잡지를 보여주면 "우린 지금 즉시 그 물건이 필요해서 왔는데 목록이 왜 없는 거야!"
다른 서점 체인에 문의해보겠다고 하고 돌려보냈는데, 물론 다른 서점에도 없었다.
그 이후 그들은 한 번도 오지 않았지만, 도대체 그날 그들은 왜 그렇게 서둘러 폭탄이나 전기쇼크봉을 찾았던 걸까?
* 연령은 40대로 추정. 이 아줌마는 반드시 밤에, 나타난다.
온통 반짝거리는 화려한 옷에 고급 외제차에..... . 그러나 서점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종업원용 화장실로 직행한다.
우리 서점의 종업원용 화장실은 깊숙한 곳에 있으며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써있다.
이 아줌마는 단골인데 지금까지 책을 한 권도 산 적이 없으니 화장실 단골인 셈이다.
벌써 몇 년째다.
화려한 옷차림에 너무도 당당한 그래서 뻔뻔스럽기까지 한 태도에 그 아줌마의 별명은 서점원들 사이에서 여제(女帝)다.
그 아줌마는 비록 외제차를 타지만 실제로는 궁핍해서 집에 화장실이 없는지도 모른다.
*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별 이유 없이 화내는 손님은 본 적이 있지만, 들어서자마자 별 이유 없이 웃는 손님은 처음이다.
일단 들어오면 "이런 이런 책은 있는가?"라고 묻는다. 없다고 답하면 "없다고? 우왓하하하!" 혼자도 크게 웃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카운터 위로 올라앉아 웃기까지 한다.
그 후로도 혼자 뭐라고 지껄이면서 계속 웃어대지만, 도대체 웃음의 포인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 웃는 걸까? 구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답하면, 꼭 일주일만 지나면 나타나 묻는다.
"주문한 책은 왔는가?" 아직 안 왔다고 답하면 "아직 안 왔는가? 푸하하하하!" 이렇게 또 웃기 시작한다.
이 50대 사나이가 오면 카운터를 점령하고 앉아 웃기 때문에 다른 손님이 책을 살수가 없다.
더구나 터무니없이 큰 웃음 소리 때문에 서점 안의 모든 손님들이 이 사나이를 쳐다보며 곤혹스러워 한다.
* 얼마 전부터 자주 들린 이 손님의 시작은 360엔 하는 잡지 한 권이었다.
"잔돈도 좋습니까?" 그리고 주머니에서 1엔 짜리 50개를 꺼내 놓는다.
"손님 이걸로는 모자라는데요." "곧바로 가져올게요." 그리고 한참 뒤에 1엔 짜리 20개를 내놓는다.
이렇게 몇 차례에 걸쳐 앞으로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 말하고 그 손님은 다시 가게 밖으로 나갔다가
한참만에 돌아와 돈을 꺼내놓고. 이 손님은 지금도 가끔 들려서 1엔 짜리를 내놓는다.
거절할 수도 없기 때문에 전부 세면서 받고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은 근처 복지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분이었다.
그 분이 낸 1엔짜리가 전국의 여러 분들이 낸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아니기만을 빌고 싶다.
읽다보니 쿡쿡 웃음지어가며 내 자신은 어떤 손님일까? 하고 자문 해 본다.
저런 황당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걸로 봐선 이만하면 꽤 괜찮은 손님축에 든다고 생각 해 본다.
또 한편으론 저런 황당한 일을 한 번 해봐?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아마도 저런 황당한 일을 감행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듯 보인다.
그저 지금처럼 무난한 손님으로 남아야겠다.
혹 우리나라 서점 직원들의 나쁜 손님 체크 리스트는 없나? 궁금 해 진다.
언제 한국에 다시 나가면 서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번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봐야겠다.
재미있겠다.
첫댓글 오, 재미있어보이네요
진짜 재밌어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