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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늑대.
01.
그건 사고 였다.
저 멀리서 부터 붉게 타오르던 차 한대가 위험한 질주를 하며 내 앞을 쌩하니 지나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그대로 폭팔했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자동차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만큼
흉측히 타오르고 있었다.
저벅.저벅.저벅..
".....하..-..."
용기가 가상했던 한 여자가 자동차 주위로 다가가더니 입을 턱하니 막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고..
바람한점 불지 않고 차 한대 지나가는게 그저 신기하던 난
이런 촌구석에서 뉴스에서나 볼법한 사고가 일어난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리...이리..."
여자는 내게 심하게 요동치던 눈동자를 애처럽게 보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고 난 하는 수 없이 자동차 근처로 다가갔다.
그 순간이었다.
"꺄아아아악!----!!!"
그녀가 있던 곳은 운전석 주변이었고 그녀와 한뼘쯤 떨어진곳에
무언가 미세하지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아....하.."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왼쪽 손목을 들어 올려 내게 보여주었고
그 하얀 손목위로 검게 그을린 손 하나가 그녀의 손목을 꽉 쥐어잡고
놓지 않고 있었다.
살아....있었어.....?..
이렇게 큰 사고 였는데고 산 사람이 있었단 말이야....?
난 혹시나 한 마음으로 차 주위를 살폈으나 자동차를 감싸 타오르던 불길이
잠재워 지지 않아 더 이상 접근은 불가능 했다.
"살려주세요...살려줘요 제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내게 부탁하는 그녀.
난 그녀를 몇번 다독여 주고는 쓰러진 남자 쪽으로 시선을 옴겼다.
한눈에 보아도 살아 있다고 믿기 어려운 상황..
"이 봐..요....이...봐요.."
남자는 전혀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고 심지어는 정말 죽은듯
고요하기까지 했다.
난 두려운 마음에 그의 타들어 가버린 가슴팍에 귀를 가져다 대는데..
"켁....콜록..!!!!!!!!"
................
......
거친 기침소리와 함께 내 얼굴위로 무언가 끈적끈적한 액체가
쏟아지듯 튀더니.....난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
....
....................
......
으아아아아악....!!!!
...............
..
.............................
...
..
으아아...악..!
.........
ㅍ.................ㅍ...ㅣ.......
............
"피....!!!!ㅍ...피....!!!!!!!!!!!!!!!!!피...으아아아악!!!!!!!!!!!!!!"
번쩍.
얼굴을 꽈악 움켜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려움에 오들오들 온몸을
떨어대는 나..
곧 둔탁한 발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내 몸을 꽉 끌어안아
괜찮다며 등을 다독여주는 오빠가 거울로 비쳐온다.
새파랗게 질려버린 내 얼굴...
"하아...하아....으..으으....으으으..."
오열하며 오빠에게 안겨 엉엉 우는 날 더더욱 꽈악 품에
안아주는 오빠.
"괜찮아...나 여기 있어...여깄어.재경아...
꿈이야...아무것도 아니야..."
"으...으으...으어...으어어...으..."
"괜찮아...괜찮아...."
이게 바로 3년 전.
이젠 꿈인지 환상인지조차 분갈하지 못할만큼 내 기억속에 또렷히 자리
잡아 버린 3년전 화재 사고가 날 이토록 괴롭혀 버린다..
머리와 얼굴 그리고 손에 붉게 물든 남자의 피가 내 목을 죄여오고
난 오빠를 꽉 붙들며 거칠게 숨을 몰아셨다.
.....
내 옷장.내 화장대..내 침대.
내 방이야.
거기가 아니야..아니야.아니야 강재경.
3년 전이 아니야..
"하....하아....하..."
토닥..토닥.
말없이 내 등을 다독여 주는 오빠.
그 사고 이후로 난 반쯤 미쳐 버렸고 결국 아빤 고향에서 농사짓고
살겠다던 꿈을 접고 수원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난 흔적은 사라졌지만 이렇게 가끔 미치도록 생생하게 꿈을꾸곤 한다.
정말 가슴 터지도록 생생한 꿈을..........
"괜찮아...오빠.나 괜찮아 졌어..."
"너 그때처럼 또 아프면 어떡하냐."
걱정스레 말을 놓는 오빠.
난 그런 오빠를 떼어놓으며 하얗게 바래버린 얼굴로 히죽 웃어보였다.
"가끔...가끔이야.아주 가끔..."
요즘 들어 너무 자주 생각나긴 하지만..그래도 곧 잊혀 지겠지.
잊혀 질꺼야.분명히..
"그래.그럼 더 자.아직 5시 밖에 안됬어."
"응..깨워서 미안해."
"..피식-..."
"....^-^....."
달깍.
오빤 여전히 날 걱정스레 바라보다 방을 빠져 나갔고 ,문이 닫히자 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다시 잠들고 싶지 않다..
잠이 들면 또 다시 기억날까 겁난다..겁부터 덜컥 나버린다..항상 난..
................
후...
.....
\다음 날.
그 꿈 이후로 잠을 자지 않은 탓인지 학교에서도 계속 꾸벅꾸벅 졸았다.
그렇게 흐지부지 5교시가 다가오고.
지루한 물리선생님이 안경을 치켜 올리며 교실문을 열고 들어섰다.
"반장 인사."
딱딱한 말투에 인기없는 과목까지 맡아 안그래도 심미안이 바닥인
그 여선생은 무섭기 까지 해서 수업시간에 농담이라도 한마디 했다간
목숨 건지지 못한다던 선배들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게 반장의 씩씩한 인사가 끝나고 물리 시작.
딱.딱딱딱.따닥.딱딱.
오분도 안되서 꽉 채워진 칠판엔 알수없는 공식들이 가득 써졌고
아이들은 긴 한숨을 내지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10분 안에 다 외우도록 하세요.이건 저번 1학기 때 배웠던
공식이니 다들 기억 나실꺼라고 믿습니다."
"우우우...~"
아이들이 야유를 부리던 말던 제 할일에만 집중하는 여선생.
일이년 다룬 솜씨가 아니니 애들 상대하는 것도 실력이 느는거겠지...
아우..그나저나 저걸 언제 다 외워..
........................
.....
야유를 부리며 게으름을 피우던 아이들도 5분정도 지나고나니
허둥지둥 공식을 받아 적으며 달달달 외우기 시작했고
교실안은 금새 공식외우는 소리가 한데 뒤섞여 웅웅대고 있었다.
나 역시 한문장 한문장 열심히 보긴 하는데
도무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2ndco...=2/..(2m)
=2/..(2m+1)
.....................
......
그렇게 두려움의 시간은 다가오고 여선생이 자리를 털고 교탁앞으로
나가 섰을때쯤.
"자자자.다들 그만..반장 나와서 칠판 지.."
"꺄아아악..!!>_<...!!"
창가 쪽에 앉은 여학생 두명이 꾁 소리를 내질렀고,
그렇게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기만 바랬던 아이들은 일제히 창문쪽으로
우르르르 달려나감으로써 사건은 시작되었다.
탁탁탁..!!
"다들 자리에 앉지 못해..?!!!!!!"
여선생의 힘들린 고함소리조차 묻혀버릴만큼 그들은
무언가에 열중하며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고,
곧 창문 너머로 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바로 스파이더 맨이지요....!!...!!!....!"
"꺄아아아악..!!!!보여줘.보여줘..!!!!"
"보여줘..!!>_!!!오빠아아아!!!!!"
...............
.....
스파이더 맨.....?
내가 아차 할 틈도 없이 남자는 여고생들에게 보답하고자
웃옷을 벗어 재꼇고..
"오빠 벗어!!!!!!!화끈하게 벗어버려!!!!"
붉게 달아오른 물리선생은 다음을 기약하며 교실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신이난 목소리로 떠들어 대는 아이들.
이제는 전교생이 운동장 한가운데 서 원맨쇼를 하는 그를 주목하게
되었고...
삑.삑삐----!...!!
"너 이 새끼!!!!!!!!!"
호루라기를 힘차게 불며 울그락 불그락해진 얼굴을 한 학주가
저 멀리서 나타나자 그는 손바닥에 지 입술을 찍어
교실마다 쑹쑹 날려주었고..
"꺄아아!!오빠 잡히면 안되요!!!>...오빠달려!!!!"
"오키바리!!"
그는 신이난 목소리로 학주를 따돌리며 담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난 그가 단순히 재미를 위해 한번의 파장을 일으킨 이상한 남자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며칠 뒤 나와 아주 이상하게 엉킨 상태로
맞붙게 되고 말았다.
.........
그것도 수원 시내 한복판에서..
.....
..
첫댓글 무슨일인지 궁금한게ㅋㅋㅋㅋㅋ재밌어요^^
무슨 사연일까나??
하하ㅋㅋ